<“옥소리가 먼저 유혹했다”>.

옥소리씨의 ‘내연남’으로 알려진 정모씨 측근의 말을 빌어 스포츠조선이 오늘자(31일) 1면에서 보도한 내용이다. ‘본지 단독’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박철과 결혼생활 11년 “딱 10번 했다”>는 지난 29일자 보도를 무색하게 하는 참 ‘거시기’ 한 제목이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다.

▲ 스포츠조선 10월31일자 1면.
축구계 ‘술판 파문’을 제치고 1면에 올라선 ‘옥소리 유혹’

현재 스포츠계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2007 아시안컵’ 대회 기간 중 벌어진 술자리 파문이다. 지난 7월 아시안컵 조별리그 기간에 축구대표팀 주요 선수들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단란주점에서 여자종업원들과 심야 술판을 벌인 게 드러나면서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 스포츠뉴스는 물론이고 각종 스포츠신문들이 1면에서 이 소식을 비중 있게 실은 것도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서다.

▲ 일간스포츠 10월31일자 1면.
그런데 이 ‘전선’에서 스포츠조선만 예외다. 오늘자(31일) 스포츠조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탤런트 옥소리씨. 조선일보가 하루 전(30일) 연예인 박철· 옥소리 부부가 이혼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진흙탕 이혼다툼’을 벌이고 있다며 준엄하게 질타한 것이 스포츠조선에겐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스포츠조선,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박철·옥소리 정국’을 1면에서 외치며 ‘지르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 사안은 ‘그들의’ 사생활이다. 연예인 커플들 이혼하는 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걔네들’ 이혼하는 거 ‘걔네들 사생활’ 아닌가. ‘그들’의 이혼과 관련된 각종 일거수 일투족까지 우리가 언론을 통해 ‘감상’해야 될 이유는 없다. ‘누가 유혹을 먼저 했는지’ ‘10년 동안 그들이 성관계를 몇 번이나 했는지’ 대체 그걸 왜 우리가 알아야 한다는 걸까.

▲ 스포츠서울 10월31일자 1면.
이혼소송은 법원과 당사자들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둡시다

상황판단이 빠른 쪽은 언론보다 옥소리 측인 것 같다. 오늘자(31일) 스포츠서울은 “옥소리씨 측이 더 이상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이제 언론을 통해 박철과 진실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연예인과 언론은 상생의 관계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 박철·옥소리씨의 이혼소송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그들’은 미디어를 소송에 이용하고, 미디어는 그들의 이혼을 클릭수 상승과 판매부수에 이용해왔던 것 아닌가. 그런 측면을 전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스포츠신문으로서 가지는 최소한의 ‘품격’은 지키면서 ‘이용할 건’ 이용하자.

지금 스포츠조선이 하고 있는 행태, 가령 <박철과 결혼생활 11년 “딱 10번 했다”> <“옥소리가 먼저 유혹했다”> 따위(?)의 기사들은 스포츠신문의 ‘품격’과는 거리가 멀다. 그게 싫다면 아예 스포츠를 떼어버리는 건 어떨까.

‘파파라치조선’ ‘사생활캐기전문조선’ ‘이혼배경분석전문조선’ ‘내연관계파헤치기전문조선’ 등등 … 세상은 넓고 ‘제호’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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