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스페인전 결과는 아픈 기록으로 남겨졌습니다. 날짜와의 묘한 기시감이 드는 스코어, 6월 1일을 6-1, 참사로 기억하게 된 축구. 1996년 이후 20년 만에 6실점입니다.

아쉬움을 넘어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할 대표팀, 일요일 체코전이 있습니다. 지난밤 여러 실수들이 아팠던 골키퍼 김진현 선수부터, 지금 대표팀 골키퍼 명단엔 J리그 소속 선수만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2016년 내내 그러했습니다.

그 안타까움 사이 우리 K리그 골키퍼들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울산 골키퍼 김용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 시즌 새롭게 울산 유니폼을 입은 고참 김용대. 11경기에서 11실점, 경기당 1실점 기록부터 4번의 무실점 경기까지 기록도 훌륭합니다만, 지난 라운드 best11은 물론 MVP로까지 선정될 만큼 맹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제처럼 무너지는 경기에 고참 골키퍼가 팀에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컸습니다.

고참 김용대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기록, K리그 클래식을 양분하는 또 다른 골키퍼, 올림픽 대표이자 성남 수문장 김동준의 활약도 역시 인상적입니다.

올림픽 대표팀, 성남 주전 골키퍼 김동준(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용대와 마찬가지인 4번의 무실점 경기. 1.17의 경기당 실점은 다소 수치상 뒤져 있지만, 활약은 더 강렬하게 기억되는데요. 소속팀에서의 활약만큼이나 올림픽 대표팀에서의 존재감도 분명한 젊은 수문장. 올림픽 팀과 K리그에 집중하는 그의 활약이 대표팀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안겨줍니다. 리그 첫 개막전이자 본인의 K리그 데뷔 무대에서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K리그 클래식을 넘어 챌린지로 가볼까요? 이미 지난해 슈틸리케호 깜짝 선발로 눈길을 끌었던 대구FC의 조현우가 있습니다.

대구FC 골키퍼 조현우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당 0.75골에 불과한 실점 기록, 6번의 무실점 경기까지 모두 챌린지 정상급입니다. FC서울을 상대한 FA컵에서 4골을 내줬지만, 어마어마한 선방을 보이며 눈길을 끌었는데요. 아마 그 경기를 직접 지켜봤던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밤 조현우를 떠올리지 않았을까요?

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해외까지 진출한 선수들의 활약도 기대가 됩니다만, 우리 무대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인 그리고 그 검증의 장이 더 확실하게 함께했던 K리그 선수도 대표팀 골문을 함께 지킨다면 어떠할까요? 리그와 나이를 포괄적으로 품을 수 있다면, 그 효과도 더 탁월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밤의 6실점은 아프지만, 그 아픔이 새로운 미래에 대한 고민이 되길 바랍니다. 새 얼굴들에겐 또 다른 기회이자 축구 발전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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