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이 연일 강렬한 키스신을 시청자에게 선사하며 무차별 설렘 폭격을 단행했다. 그런데 이 커플들의 키스의 동기가 참 남다르다. 처음에는 싸우다가 하더니 두 번째는 먹다가 했다. 물론 사랑하면 먹는 것뿐만이 아니라 뭐든 예쁘지 않은 것이 없는 게 된다. 그래도 박도경 이 남자의 애정 동기는 참 느닷없다.

그렇지만 이 남다른 애정신에서 설렘보다 더 강렬했던 것은 서현진의 19금 반응이었다. 보통은 방백이어야 했다. 먼 바닷가에 와서 그림 같은 산책을 하고 소박한 포장마차에 마주 앉아 조개를 굽는다. 남자는 먼저 여자의 술잔에 소주를 채운다. 그리고 자신의 술잔도 채운다. 그러자 여자가 배시시 웃는다. 좋은 내색을 숨기지 않는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스스로 쉬운 여자라고 강변했어도 이건 좀 심한 솔직함이다. 여자 나이 서른을 넘겼으면 먼 곳에 와서 운전을 해야 할 남자가 술을 마신다는 것은 사실 노골적인 시그널이다. 그래도 보통이라면 여자는 형식적으로라도 만류하는 편이다. 그러면 남자는 한 잔만 마실 거라면서 가급적 술잔에 시선을 끌지 않게 하기 위해서 없는 말주변을 동원해 대화를 활기차게 이끌어 가는 것이 또한 남자의 예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커플에게는 그런 통상의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조개를 먹다가 갑자기 야수처럼 달려들어서는 의자를 돌려서는 남들 의식하지 않고 농염한 키스신을 연출한다. 처음에 이어 두 번째도 말이 키스신이지 베드신보다 더 야한 느낌을 준다. 이쯤 되면 누가 봐도 이들은 자고 간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남자는 거의 만취상태가 됐고, 그런 남자를 껴안듯 부축하던 여자가 먼저 “어디... 들어갈까요?”한다. 그러자 남자가 “대리 불렀어”한다. 여자는 화들짝 놀란다. 놀란 게 더 놀랍다. 우선은 자존심 상 돈 이야기를 꺼낸다. 대리비가 적어도 20만 원은 나올 거라며 경제감각을 내세운다. 남자는 한술 더 떠서 30만 원이라고 한다.

남자는 여자의 기대에 부응할 뜻이 없었다. 여자들에게는 이조차 멋지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오해영은 다르다. 작정하고 쉬운 여자가 되고 싶을 정도로 박도경을 좋아하고, 이미 덮치고 싶다는 말까지 한 마당이다. 그러나 아무리 쉬운 여자라도 남자를 억지로 모텔로 끌고 들어갈 수는 없어 결국엔 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매우 진한 아쉬움에 오해영은 지나는 모텔들 불빛에 아련해지는데 그런 오해영이 갑자기 토끼눈이 된다. 창문까지 열어 뒤돌아보며 정말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것은 모텔촌의 마지막 모텔이라는 간판이었다. 서현진은 또 그렇게 로맨스에 절대 밀리지 않는 코믹본능을 지켜냈다.

남자들은 보통 이렇게 쉬운 여자에 쉬이 질린다. 한편으로는 작가가 로코의 정형을 깨고 여주인공을 너무 막 다룬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데 서현진은 이상하게 질리기는커녕 사랑스러워 비명을 지르게 된다. 서현진의 마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작가가 로코의 여주인공을 막 다룰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이 서현진의 마법이다. 뭘 해도 흉하지 않고, 무슨 말을 해도 사랑스러워지는 서현진의 마법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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