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에서 보도국 부장을 맡고 있는 A기자는 지난 2월 초 성아무개씨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A기자는 제보자 성씨를 사설 컨설팅업체와 세무사에게 소개해줬다. 이 과정에서 수고비를 포함해 수백만원의 돈이 여러 사람 사이에 오갔다. 제보자의 사연은 기사로 나오지 못했고, 제보자는 돈을 돌려 받았다. 제보자 성씨는 A기자가 사기를 쳤다고 주장하고, 기자는 선의로 도와준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아래는 제보자 성씨와 MBN 관계자의 증언과 함께 이 사건을 최초보도한 미디어오늘 기사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사연은 이렇다. 성아무개씨는 지난 2011년 그때로부터 11년 전인 2000년께 자신과 가족의 명의로 무려 38개의 대포통장이 개설됐고 이 계좌를 통해 자신과 관련이 없는 돈이 흘러다닌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사실을 인지한 직후부터 자신과 가족은 문제의 통장을 개설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는 서류를 들고 금융감독원과 법원을 쫓아다녔지만 진상을 밝히고 실제 대포통장을 개설한 증권사 임원을 단죄하는데에 실패했다는 게 성씨의 이야기다.

제보자 성씨는 이 사건을 언론에 제보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매일경제신문이 최대주주로 있는 종합편성채널 MBN을 찾았다. 지난 2월 이야기다. 성씨는 당시 보도국 부장이던 A기자를 만났고, 사연을 털어놨다. 그간의 이야기를 듣고 서류를 검토한 A기자는 자료가 복잡하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한 컨설팅업체 대표 김아무개씨를 연결시켜줬다. 이 사람은 “기사를 가공하시는 분”으로 소개됐다. 이 업체의 누리집에는 제보자 성씨 입장에서 자신의 사연을 기사로 내줄 적임자로 판단할 충분한 근거들이 적시돼있다. 성씨는 이 업체에 총 400만원을 건넸고, 이중 백만원을 MBN 기자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업체는 제보자 성씨가 바라는 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았다. 성씨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나는 38개의 대포통장 개설에 대해 다뤄주길 원했는데 이 업체 대표는 ‘사람들은 그런 문제에 관심이 없다’며 다른 방향으로 가자고 했다. 다른 큰 건부터 처리하고 내 문제를 한다고 해서 나는 돈을 돌려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300만원을 돌려줬다. 백만원은 A기자에게 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리고 A기자를 다시 만났다”고 말했다.

A기자는 제보자 성씨를 다시 만난 자리에서 세무자료를 분석하고 조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김앤장 소속의 세무사를 소개했다. A기자가 제보자에게 제시한 비용은 현금 500만원이고, 제보자는 착수금 300만원을 A기자에게 전달했다. 제보자는 “A기자에게 ‘세무사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일반인은 안 만나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때부터 의심이 들어 녹취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씨에 따르면, 그때부터 A기자는 기사화 시점을 ‘일주일 뒤’에서 ‘열흘 뒤’로 미뤘고, 나중에는 “후배에게 넘겨줬는데 위에서 내지 못하게 하면 기사가 못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사연이 기사로 나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제보자 성씨는 A기자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 착수금 300만원과 수고비 백만원을 돌려달라고 말했다. A기자는 제보자를 만나 현금으로 400만원을 돌려줬다.

이후 제보자 성씨는 “언론이 광고주 때문에 기사를 못 낼 수도 있지만 그 분은 내게 사기를 쳤다”며 “나 같은 피해자가 또 있을지도 몰라 언론에 제보를 했다”고 말했다. 이 사연을 미디어오늘은 5월 30일자로 기사화했다. A기자는 이 매체에 자신이 제보자에게 컨설팅업체와 세무사를 소개해주고, 세무사에게 건넬 돈을 자신이 직접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하기 위해 돈을 받은 적은 없고 제보자의 안타까운 사정을 도와주려던 선의에서 일어난 일”이고 “(300만원은) 제보자로부터 돈을 받은 직후 세무사에게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A기자는 미디어스에 “할 말이 없다”는 말만 했다. 이 사건을 잘 아는 MBN 관계자는 “(A기자는 이 사건이 알려지자) ‘(착복할) 그럴 의도가 없었고 선의로 (제보자와 업체, 세무사를) 연결한 것’이라고 했다. 소개비, 수고비라는 백만원도 자신은 받지 않았다고 했다. 컨설팅업체 후배가 컨설팅비로 했고, 대신 자기 돈으로 제보자에게 돌려줬다고 회사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MBN은 사건을 공식접수하고 A기자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여기까지가 지난 2~3월 A기자와 제보자 성씨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이런 일은 언론사에서 극히 이례적이다. A기자의 ‘선의’를 믿는다 하더라도 기자가 제보자를 보도국 바깥에 있는 컨설팅업체, 그것도 자신이 아는 후배가 대표로 있는 업체에 소개한 점, 세무사를 소개해준다며 제보자에게 그 비용을 그것도 자신에게 현금으로 들고 오라고 한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특히 보도국 내부가 해야 할 기사화 여부 판단을 외부에 맡기고, 취재과정에 들어갈 비용을 제보자에게 전가했다는 점에서 A기자는 취재윤리를 저버렸다. MBN도 같은 이유로 A기자에 대한 대기발령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MBN 관계자는 “기사화하든 않든 그것은 보도국이 판단할 문제다. 선의든 아니든 외부에 제보내용을 알게 한 것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후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징계할 사안이면 징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도 A기자는 제보자가 자신의 선의를 알아주지 않는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기자는 착각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A기자는 기자로서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를 믿고 400만원, 300만원을 꺼낸 제보자는 또 피해자가 됐다. 그리고 이 사연을 전해들은 시민들은 MBN은 물론 기자들에 대해 과거보다 더 불신하게 될 것이다. 그에게 선의를 느낀 사람은 아는 후배와 아는 세무사뿐 아닐까.

[정정 및 반론보도] MBN기자, 소개비 받은 적 없어

본 신문은 지난 5월 31일자 "거액 받고 다시 돌려주는 기자의 '선의'" 제목의 기사에서 MBN 부장급 A 기자가 지위를 이용해 취재원 B로부터 컨설팅 업체를 알선해 소개비를 받고, 세무조사를 맡기자며 현금을 요구했다가 돌려준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MBN 부장급 A 기자는 소개비 명목의 금전을 받은 사실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아울러 A 기자는 자료분석 및 공론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컨설팅 업체를 추천하고, 취재 내용이 탈세 및 세무조사와 관련된 것이어서 기초자료 분석을 위해 세무사 선임을 권유한 사실이 있을 뿐, 컨설팅 업체 소개비나 세무조사 명목으로 금전적 이익을 취득하는 등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을 위배한 사실은 없다고 알려 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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