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김석우)는 KT&G가 외국계 광고대행사 J사에 광고 일감을 주는 과정에서 뒷돈을 주고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이어 왔고, 백복인 사장에게도 금품이 전달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J사 김모 대표이사와 박모 전 대표이사, 또 다른 광고대행사인 L사와 A사의 김모 대표 및 권모 대표를 구속했다. 김 대표 등 J사 전·현직 임원들은 광고주로부터 받을 대금을 과다청구하는 수법으로 1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들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는 KT&G 브랜드실 김모 팀장도 구속했다. 백 사장은 김 팀장이 광고 계약 실무를 담당할 때 해당 업무 총괄 책임자였다”_뉴시스 기사 중

해당 기사에 등장하는 ‘외국계 광고대행사 J사’는 JWT애드벤처이다. 기사의 KT&G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리 경영’을 내세웠던 백복인 사장이 취임 7개월만에 비리 혐의로 재판장에 설 것”이라는 종류의 기사들을 볼 때 그렇다.

백복인 사장에게 수천만 원(55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광고대행사 대표 또한 재판에 넘겨졌다고 한다. 그러나 JWT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

JWT아시아태평양은 한국 JWT애드벤처를 6월 말 폐업하겠다고 결정했다.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불법과 비리는 고용경영진이 저질렀다. 그로 인한 이익은 JWT본사가 챙겨갔다”며 “그리고 이제 그 책임은 노동자에게 지라고 한다”는 절망의 고함을 지르지만 이들은 고독한 처지다.

“맡은 바 업무 충실하라더니 ‘폐업’ 통보”

JWT애드벤처 노동조합의 대자보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산하 JWT애드벤처노동조합 박진철 위원장은 “KT&G 관련 사건에 우리 회사가 연루돼 전 현직 임원들이 구속된 상태”라며 “회사 차원에서 굉장히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외국인 경영진들이 그룹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폐업을 선언한 상태에선 직원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JWT애드벤처 구성원들은 광고대행사에서 기업들을 대상으로 ‘광고 일감을 따게 해주고 광고 단가도 유지하도록 해달라’는 식의 청탁은 사실상 관례화된 측면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 착복 등의 문제가 있었다면 처벌받아야 겠지만, 이로 인한 이득은 결국 JWT아시아태평양 등에 배당금의 형태로 안겨졌기 때문에 이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진철 위원장은 “JWT애드벤처 경영진들이 부정한 방법을 쓴 것은 원천적으로 그룹사 차원의 실적 압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압력에 밀려 위법한 방법으로라도 수익을 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결과”고 주장했다.

결국 JWT애드벤처 폐업 결정과정에서 JWT아시아태평양을 비롯한 모기업 WPP가 책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WPP는 ‘JWT’, ‘Y&R(영앤루비컴)’, ‘오길비앤매더’ 등 세계 유수의 광고대행사를 소유하고 있는 미디어그룹이다.

박진철 위원장은 “JWT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이라는 사람은 경영진의 개인횡령 등의 문제에 분노하고 ‘우리도 몰랐다’면서 ‘이번 계기로 투명한 회사가 될 것이니 맡은 바 업무에만 충실해달라’고 누차 약속했다”며 “그래놓고 한국인이 포함돼 있지 않은 회의에서는 ‘한국에서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폐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이 내세운 폐업결정은 예측치일 뿐, 우리 회사가 마이너스를 내거나 그런 경우가 없다. 어떻게 노동자 80여명의 직원들을 하루아침에 내모는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무엇보다 JWT애드벤처의 폐업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게 구성원들의 의혹 중 하나다. 국내영업본부에서 영입한 한국클라이언트들에게는 ‘6월말까지 폐업할 것’이라면서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비용정산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켈로그’나 ‘포드자동차’, ‘유한킴벌리’ 등 글로벌클아이언트의 업무는 같은 WPP그룹의 또 다른 국내 계열사 Y&R(영앤루비컴)으로 이관해 계약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JWT애드벤처, 한국인들만 배제?…외국계 회사들의 ‘무책임경영’

박진철 위원장은 외국계 회사라는 특징 때문에 논의에서 한국인들이 배제 돼 이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남아있는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것은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경영진의 배임에 해당된다”며 “남아있는 계약을 이행하면 일정정도 이익이 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가 어렵고 구조조정이 있더라도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있었을 텐데 외국계 회사이기 때문에 그 같은 고민은 없는 것 같다. 한국인 직원들과 한국 클라이언트들만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다보니 한국인 임원들 역시 일자리를 잃게 된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건 이 사례의 특별함을 더한다. 이들 역시 회사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80여명의 남아있는 직원들 중 70명이 넘는 직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었다.

박진철 위원장은 “워낙 광고계가 이직률도 높고, 광고라는 것 자체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다보니 노동권에 대한 인지도 강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또, 광고주들을 만나야 한다는 점에서 ‘직급’에 대해서도 다른 업종에 비해 후한 편이다. 그러다보니 노동조합의 힘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 같은 일이 벌어지다보니 상황이 달라졌다. 등기이사가 아닌 이상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고 해서 현재 노동조합에는 상무 등 임원들도 다 가입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JWT애드벤처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더라도 일단 회사를 살리는 방안을 고민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회사들이 수익만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경영해놓고 문제가 생기면 폐업하는 게 올바른 일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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