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팀 승리를 확인시켜주는 3점 홈런을 쳐냈다. 3경기 만에 다시 선발로 나선 이대호는 역시 대단했다. 다른 팀이라면 주전 핵심 타자로 활약할 수밖에 없지만 하필 팀이 시애틀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다. 최악의 플래툰으로 인해 75타수만 나온 이대호는, 그럼에도 7개의 홈런으로 AL 신인 홈런 3위에 올라서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빅보이 이대호 7호 홈런, 홈런이 많아질수록 메이저 활동폭도 넓어진다

이대호가 시즌 7번째 홈런을 쳐냈다. 75타수 만에 7개의 홈런을 쳐낸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검증된 파워 타자라는 사실은 명확해졌다. 이 정도 홈런 페이스라면 어느 팀에서든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실력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엄청난 실력으로 성공을 거둔 이대호라는 점에서 메이저리그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초반 두 타석에서는 아쉬움이 큰 타구들이 전부였다.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며 두 번째 타석에서 병살을 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미네소타에게 연패를 당한 시애틀은 이를 끊어야만 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에 6회까지 0-2로 밀리던 시애틀은 6회 말 공격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6회 1사 상황에서 나오키가 포수의 수비방해로 1루로 진루하며 분위기는 달라졌다. 아오키의 배트에 포수 글러브가 맞으며 생긴 이 상황을 세스 스미스의 적시 2루타는 확신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오늘 경기 첫 득점이 나온 시애틀은 침묵하던 타선이 터지기 시작했다.

이대호가 31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8회 3점 홈런을 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시애틀 AFP=연합뉴스]

크루즈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시애틀은 시거가 나오자마자 초구를 투런 역전 홈런으로 만들어버렸다. 5회까지 샌디에이고 캐쉬너에게 묶여있던 시애틀은 6회 홈런을 포함한 장단타가 터지며 단숨에 4-2로 역전에 성공했다. 7회 오늘 경기에서 첫 안타로 감각을 다잡은 이대호는 8회 터졌다.

앞선 타선이 폭발하며 2점을 추가해 6-2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이대호는 1, 3루에 주자를 두고 1볼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거대한 홈런으로 시애틀의 연패는 완벽하게 끊어졌음을 알렸다. 이대호의 티셔츠와 부채를 들고 응원하던 팬들 사이에 떨어진 이 홈런은 시애틀 홈구장을 열광 속으로 몰아넣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올 시즌 시애틀이 홈구장에서 첫 승리를 얻는 과정도 이대호의 홈런이었다.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로 기록될 그 경기에서도 이대호는 거대한 축포로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뒤지던 경기가 6회 극적으로 역전이 이뤄졌고, 8회 우위를 점하는 승기를 잡았다.

승기를 점한 상황에서 이대호의 3점 홈런은 오늘 경기가 완벽하게 시애틀의 것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시애틀은 샌디에이고를 9-3으로 눌렀다. 그렇게 큰 승리를 얻은 상황에서 이대호의 3점 홈런은 커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연패 상황에서 승리를 확정한 한 방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플래툰 시스템 하에서 경기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쉬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에 고정 출전하며 타격감을 유지해나가는 것과 덕 아웃에 앉아 경기 감각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이 지독한 상황을 이겨내고 기록들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대호는 그래서 대단하다.

현재 AL리그 신인 홈런 순위 중 1위는 박병호다. 박병호는 145타수에 9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2위는 추신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텍사스의 노마 마자라다. 마자라는 161타수에서 8개의 홈런을 치고 있다. 최근 박병호가 긴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순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이대호가 31일 샌디에이고전에서 시즌 7호 홈런을 터트린 뒤 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시애틀 AP=연합뉴스]

이들의 뒤를 이은 3위가 바로 이대호다. 오늘 7호 홈런을 쳐내며 AL 신인 홈런왕 다툼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상황에서 미국 현지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대목이 바로 75타수 만에 7개의 홈런을 쳤다는 점이다. 같은 3위인 휴스턴의 타일러 화이트가 132타수 만에 동일한 홈런을 기록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대호의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박병호는 오늘 경기에서 휴식을 취했다. 팀이 연승을 이어가는 중에도 박병호의 타격감은 좋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초반 페이스에 대한 동경을 버리고 이제는 현재의 자신을 직시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시점이다.

강정호는 첫 타석에서 결승타점을 올리는 안타로 꾸준한 타격감을 이어갔다. 오늘 경기에서는 호쾌한 타격보다는 농익은 수비 실력으로 찬사를 받았다. 번트를 병살로 잡아내는 과정에서 강정호의 수비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만큼 완벽하게 메이저리그에 녹아든 강정호는 걱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이대호의 플래툰은 계속 될 것이다. 그리고 이대호는 시애틀과 1년 계약을 맺었다. 상황에 따라 후반기 트레이드가 될 수도 있다. 린드나 이대호 둘 중 하나가 다른 팀으로 옮길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대호는 좋은 트레이드 카드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좋은 신인을 얻고 1년 계약을 맺은 이대호를 내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시애틀의 1위 가능성이 떨어지고, 이대호가 현재의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며 모두가 탐낼 수밖에 없는 기록을 만들었을 경우다.

이대호로서는 개인의 기록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 시즌에는 시애틀만이 아니라 다양한 팀에서 그를 탐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애틀을 통해 이대호는 확실한 파괴력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의문으로 여겨졌던 1루 수비 역시 수준급임을 증명했다. 나이가 걸리기는 하지만 2년 정도의 계약으로 충분히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대호는 올해보다 내년 시즌 더 좋은 상황을 맞을 수 있어 보인다. 이대호의 이 홈런 레이스는 그만큼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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