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던 정비용역업체 직원 김모씨가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경우는 최근 4년 간 3차례나 있었다. 서울메트로는 ‘운행시간에는 스크린도어 바깥쪽으로 나가지 말 것’, ‘2인 1조로 근무할 것’ 등의 대책을 마련했으나 사고를 막을 수는 없었다.

사고로 변을 당한 김모씨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였다. 용역업체를 선정할 때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하는 서울메트로는, 정비 대부분을 용역업체 비정규직에게 맡긴다. ‘신속’한 업무처리를 종용했기에 ‘2인 1조 안전수칙’을 지킬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서울메트로노조가 지적했듯 이번 사고에는 하청 및 비정규직 고용체계라는 ‘구조적 원인’이 존재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사고의 원인을 피해자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민언련은 구조적 문제를 짚지 않고 피해자 잘못만을 강조한 MBN <뉴스8>과 TV조선 <뉴스쇼 판>을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로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MBN <뉴스8>은 29일 <안전수칙 또 어겼다> 리포트에서 “열차가 들어오는지 감시하는 직원과 정비작업을 하는 직원이 2인 1조로 일해야 한다는 규정은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았다”, “홀로 작업에 나선 김 씨는 역무실에 '2명이 왔다'고 말한 뒤 작업일지도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 전, 규정을 어기고 역무실에만 통보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등의 멘트로 피해자 책임만을 부각했다.

5월 29일자 MBN <뉴스8>, TV조선 <뉴스쇼 판> 보도

TV조선 <뉴스쇼 판> 역시 “김 씨가 혼자 사무실에서 스크린도어 열쇠를 가져갔지만 직원 누구도 두 명이 작업하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작업 보고서를 미리 작성하지 않는 것을 지적한 사람도 없다”며 피해자의 과실을 전하거나 “역 사무실에 있던 직원 3명은 사고가 날 때까지 문이 고장난 것도 몰랐다”며 다른 역무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강남역 사고 이후 용역 직원 28명을 늘려주겠다고 했지만 비용 등 문제로 17명 증원에 그쳤다”며 서울메트로의 책임을 전하기는 했으나, ‘피해자 탓’이라는 식의 보도 태도는 MBN과 다르지 않았다.

반면 지상파 3사와 JTBC는 스크린도어 작업을 외주로 둔 서울메트로의 관리 부실을 따로 보도했다. 특히 JTBC는 사고 당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피해자의 ‘과실’보다는, 안전수칙을 지킬 수 없었던 ‘배경’에 주목한 리포트를 선보였다.

JTBC <뉴스룸>은 같은 날 <스크린도어 참변…"2인1조 작업 위반" "불가능한 규정"> 리포트에서 2인 1조 작업 기준을 지키지 않아 피해자도 과실이 있다는 서울메트로의 입장과 달리 인력이 너무 부족해 애초에 ‘2인 1조’ 시스템이 불가능했다는 유족과 동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뉴스룸>은 2014년 서울메트로(1~4호선) 스크린도어 장애신고 건수는 12000건으로 일 평균 30건이 넘는다는 점을 언급한 후, 서울 강북 49개 지하철 역사 스크린도어 전체를 용역 직원 6명(1호선 1명, 2호선 1명, 3호선 1명, 4호선 1명, 사무실 대기 1명, 상황실 근무 1명)이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초과근무가 일어났고 밥 먹을 시간조차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5월 29일 JTBC <뉴스룸> 보도

민언련은 “MBN과 TV조선의 태도는 참담하다. 두 방송사는 비정규직으로서 과도한 업무를 담당하다 지하철에 치여 20m를 끌려가 숨진 피해자에게 죽음의 책임을 물었다. 개인의 ‘안전불감증’이 부른 사고라는 것”이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비정규직으로 내몰려 ‘사회구조적 참사’를 당한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TV조선과 MBN의 보도태도는 사실상 노동자의 죽음을 모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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