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에 한 번씩 비교적 조용했던 온라인에 적지 않은 소란이 생긴다. 바로 <복면가왕> 2라운드 진출자들을 놓고 벌이는 추측의 대격돌이다. 그런데 그 추측은 단지 추측을 끝나지 않고 거의 스포일러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이 요즘 현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가면을 쓴 그 가수다 누구일 것이라는 정도는 그나마 낫다. 최근에는 스포일러인지 거짓인지 모를 내용들까지 퍼지고 있어 <복면가왕>을 순수하게 즐기는 대다수의 일반 시청자들의 즐거움을 해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

음악대장의 10연승 여부를 놓고 시작된 31대 <복면가왕> 쟁탈전에도 이 스포일러인지 루머인지 모를 내용이 여지없이 떠돌았다. 아니 대놓고 기사화되고 있다. 그나마 기사들은 최소한 결과에 대한 스포일러는 간신히 참아내고 있지만,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루머가 사실인 것처럼 여겨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보통 때라도 가왕전의 결과에 대한 스포일러는 불쾌한 일이지만, 현재까지 음악대장이 9연승을 달리며 무척이나 상징적인 10연승에 도전하는 시점에서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 결과에 대한 스포일러는 더욱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대가 누구든 그것은 상관이 없는 일이다.

매번 <복면가왕> 연승자가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소위 까와 빠가 맹렬히 맞붙는다. 특히 9연승까지 오른 음악대장이라면 그 열기가 더욱 뜨거울 수밖에는 없다. 자연 10연승 도전에 대한 스포일러라면 그 빠와 까 사이에서 논란은 더 가속되고, 가열되기 마련이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그들의 뜨거운 논쟁이 결국엔 커뮤니티를 벗어나 알고 싶지 않은 이들까지 스포일러를 보게 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

사실 일반적인 시청자라면 굳이 <복면가왕> 관련 커뮤니티까지 찾아가지는 않는다. 방송을 보고 추리하고 비록 50%에 불과하지만 대결결과에 대해서 놀라거나 아쉬워하는 것이 <복면가왕>을 즐기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예선이라 할 수 있는 1라운드에는 이번 주에도 변함없이 등장한 깜짝 반전의 인물들이 그 즐거움의 주인공이어야 한다. 그것이 <복면가왕>만이 갖고 있는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주에도 강지섭, 서신애, 에이핑크 보미 그리고 빅브레인의 윤홍현 등의 비록 패배했지만 누구는 반전으로, 또 누구는 반가움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그러나 검색어에 스포일러가 뜨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하는 순간 알고 싶지도 않고, 알아서는 안 될 악성 스포일러에 노출되고 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일반시청자로서는 스포일러에 강제 전염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 <복면가왕>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든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

스포일러가 이번만의 문제는 아니고 제작진 역시 지속적인 고민을 갖고 있겠지만, 사실상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은 생방송밖에는 없다. 그러나 생방송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 실제로 예전에 생방송을 시도했다가 문자투표 집계에 오류가 생겨 비투비 육성재가 가면을 벗었다가 다시 쓰고 다음 무대에 등장하는 웃지 못할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스포일러 때문에 방송 제작 방식을 바꾼다는 것도 어색한 일이다.

스포일러 말고도 <복면가왕>에는 또 다른 위험도 존재한다. 바로 엄청난 섭외력으로 <복면가왕>의 아성을 무너뜨리려는 동시간대 음악예능 판타스틱 듀오 때문이다. 그 강력한 도전에도 지금까지 <복면가왕>이 버틴 것은 역시나 추리의 재미 혹은 궁금증 때문이었을 것인데, 그 봉인이 해제된다면 판듀의 도전에 흔들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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