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16강전이 모두 끝났습니다. 동서로 나뉜 가운데 펼쳐지는 마지막 승부, 8강 진출팀이 모두 가려졌죠.

한국부터 일본, 중국, 호주가 남은 동아시아의 팀들 가운데 한국과 중국만이 진출, -호주 2팀과 일본 2팀은 모두 한국과 중국 클럽들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한일전으로 펼쳐졌던 25일밤의 승부부터 멜버른이 전주성을 찾았던 그 전날 밤까지, 우리 축구에는 영화 같은 이틀이 흘러 지나간 듯했습니다. 너무나 다른 영화처럼 말이죠.

먼저 극적인 ‘반전 영화’와도 같았던 25일 밤 한일전부터 평가를 시작해 볼까요?

모든 것이 극적인 장치, 모든 것을 다 보여준 서울 축구!

한마디로, 모든 것이 다 결말을 극적으로 만들 수 있었던 장치였습니다. FC서울의 원정 패배로 시작된 결말에 대한 다소 뻔하지만 슬픈 예측들. 그리고 그 예측들을 넘어서며 희망을 던져줬던 서울에서의 90분까지. 연장 승부에서도 먼저 웃으며 희망은 극적인 반전의 희망을 안겨주며 끝나는 듯했습니다. 후반전까지는, 그것도 연장 후반 말입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인 우라와의 이충성. 그의 연장 동점골이 터진 순간, 몇몇 팬들은 ACL의 룰의 다름을 모르고 벌써 절망했을지도 모릅니다. 원정 다득점 때문에. 하지만 연장에는 원정 다득점이 없다는 걸 알게 된 3분 뒤, 다시 터진 그의 역전골!

이미 너무나 극적이었던 승부는 피로감으로, 슬픈 반전으로 끝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하지만 연장의 동점골이 다시 나옵니다. 결국 승부차기까지 이어지는 승부. 선축이라는 유리함과 자기 서포터즈 쪽 골대라는 유리함이 일본 우라와를 미소 짓게 합니다.

심지어 실축을 먼저 한 곳도 FC서울. 그럼에도 또 선방이 이어졌고, 8번째 키커에 이르러서야 8강의 승자는 가려졌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너무나 극적인 서울의 진출로, 반전과 감동을 모두 안겨준 축구의 모든 것! 한 가지 단점이라면 너무 많아서, 너무 과해서 다소 피로했다는 것 정도? 별점은 4.8.

할 말이 많지만 할 말이 없는 전주성, 열린 결말!

그보다 하루 앞서 펼쳐졌던 전주성의 16강전, 호주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뒀기에, 또 홈으로 왔기에 다소 자신 있던 전북. 상대적으로 불리해 보였던 멜버른.

경기 결과는 결국, 2-1로 홈에서 승리를 거둔 전북의 8강 진출! 다소 심심한 결말입니다. 16강전을 앞두고 터진 구단의 흉흉한 사건, 그 찝찝함과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와 같은 결말이란 부분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심판 매수라는 가장 최악의 이슈, 이에 대한 애매한 꼬리 자르기와 또 여전히 혐의는 부정하지만 책임을 지겠다는 책임자들, 알 수 없는 노릇의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전주성의 이야기는 너무나 열린 결말 탓에, 경기가 끝났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영화와도 같은 그런 찝찝함만이 가득합니다.

분명 해피엔딩이어야 할 경기 결과, 하지만 누구도 웃지 않고 나서는 영화가 끝난 뒤 풍경.
평점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영화를 본 듯합니다.

두 편의 너무 다른 영화와도 같았던 16강전. 우리 클럽이 두 팀이나 8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나마 서울의 선전 덕에 일단 K리그의 흉흉함은 상당 부분 덜해진 상황.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신중해야 합니다. 잘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지만 말이죠.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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