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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과’ 이유로 해고된 KBS 기자, 행정소송 제기“회사, 해고 회피 노력 충분히 하지 않아… 선의의 피해자 나오지 않길”
김수정 기자 | 승인 2016.05.26 18:54

KBS에서 30년차 기자가 해고됐다. A기자는 근무성적평가 결과 3번 연속으로 최하등급을 받을 시 면직할 수 있다는 인사규정에 따라 지난해 9월 회사를 떠나야 했다. A기자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 한 구제 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지난달 말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KBS는 근무성적평가 하위 5% 혹은 원평가점수 70 미만에 해당하는 직원들에게 조치를 취하는데, 1회일 경우 서면 경고를, 연속 2회일 경우 승호 정지(호봉 승급이 정지돼 금전적 손실이 발생함)를 받는다. 연속 3회일 경우 직권면직 심의 대상이 돼 면직될 수 있다. 1986년에 입사해 대전방송총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지난 5년 간 천안·홍성센터에서 일해 온 A기자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간 근무성적평가에서 최하등급인 6등급을 받았고, 특별인사위원회를 거쳐 지난해 9월 9일자로 면직됐다.

KBS는 A기자가 연속 3회 근무성적 불량자로 선정돼 인사규정 제40조에 따라 회사가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해 직권면직 처분을 한 것이라며, 징계해고와 달리 별도로 규정된 절차에 따라 A기자를 면직한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같은 KBS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중노위는 ‘3회 연속 근무성적 불량’을 당연퇴직 사유로 해 근로계약관계를 일방 종료시킨다는 점에서 이번 해고는 징계해고가 아닌 ‘실질상 해고’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A기자가 본인 인사고과에 무관심해 근무평정 결과 및 절차에 아무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점 △근무성적평가 결과를 토대로 한 면직조치가 지극히 부당해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A기자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과거 10년 간 20여 명의 직상급자들로부터 일관되게 가장 낮은 업무평가를 받았던 점 △KBS가 3년 연속 근무성적불량자에 대해 직권면직을 한 전례가 있는 점 등을 들어 ‘해고사유가 인정되고 양정이 과하다고 볼 수 없으며 해고절차도 적법하게 준수했기에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동료기자들 탄원도, 근무 기록으로도 막을 수 없었던 ‘해고’

그러나 A기자의 설명은 다르다. A기자는 면직처분의 기준이 된 ‘평가 시스템’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A기자가 최하등급을 받은 2012년~2014년 당시 리포트 및 제작 건수를 살펴보니, 3년 동안 리포트 313건, 단신 2045건이었다. 리포트만 추렸을 때 2012년에는 93건으로 6명 중 3번째로 보도량이 많았고, 2013년에는 135건으로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기록했으며, 2014년에는 5명 중 3번째로 보도량이 많았다.

A기자는 “(저를) 소위 저성과자라고 해서 해고했다고 하는데, 그동안 제작한 리포트와 기사 건수만 보아도 평균 이상”이라며 “1차 특별인사위에서 판단 보류가 나왔고 리포트 제작 건수를 요구하기에 2차 인사위 때 제출했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은 (최종 결과에) 반영이 잘 안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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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기자는 평가 내용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A기자는 “(상대평가니까) 누군가에게는 점수를 나쁘게 줘야 하지 않나. 저는 승진에서도 밀린 연차이니 만큼 후배들 대신 (낮은 점수를 받는) 타깃이 된 것이다. 내용도 ‘휴먼 네트워킹이 부족하다’, ‘(리포트) 양은 되는데 기사 가치가 낮다’ 등 비교적 추상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차라리 내부 방송모니터 결과가 나빴다거나, 심의 규정을 위반했다거나 하는 근거들이 있으면 이해가 되겠는데… 더구나 지방 소도시에서는 도청에서 주요 기사들이 나온다. 저는 시·군 담당이라 어쩔 수 없는 출입처 문제도 있다. 이런 걸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기사가 약하다고 하는 건 손발 묶어놓고 권투 시합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대전총국 평기자들 역시 ‘A기자가 직권면직될 만큼 불성실하거나 무능력하지 않다. 또한 그간 회사 동료나 취재원들에게 불편이나 부담을 준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홍성센터 직원들도 가슴 아파하고 있고 대전총국 기자 일동도 이번 징계가 너무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탄원서를 내어 인사위원들에게 재고를 요청한 바 있다.

물론 A기자는 면직과정에서 저지른 실책도 인정했다. 회사가 근무성적평가 결과를 매년 송부해 성적이 불량할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아 본인이 면직대상이 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자연히 이의제기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승호 정지(2회 연속 성적불량일 경우 받는 처분) 안내 메일이 왔는데 결재비밀번호를 잊어버려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승호 정지’ 내용이 없고 단순히 ‘근평결과 통보’라는 평범한 제목이어서 그냥 두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A기자는 “부끄러워서 원래 (소송도) 안하려고 했는데 후배들이 ‘선배 개인을 보지 말고 멀리 보아라’고 조언해 주어서 결심하게 됐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조직이 좋은 조직 아닌가. 저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앞으로 나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근무성적이 나쁘면 ‘해고’해도 될까

중노위도 A기자의 해고를 ‘징계해고’가 아닌 ‘실질상 해고’라고 본 만큼, 이번 사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회사의 인사평가가 나빴다는 것만으로 ‘해고’라는 처분이 적절한지 여부다.

A기자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박상진 변호사는 “징계해고는 근무태만이나 실수 등 노동자의 귀책에 따른 징계로 인해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 사안은 징계해고가 아니다. 통상해고의 영역으로 보아야 한다”며 “KBS의 평가방법이 객관적이지 못했고, 더구나 회사가 충분한 해고 회피 노력을 하지 않은 점도 있다. ‘친자본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번 정부가 내 놓은 양대 지침에도 미달하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1월 내놓은 <공정인사 지침>에 따르면 통상해고는 부상·질병 등 건강상태, 유죄 판결로 근로제공 불가능, 자격상실, 업무능력 결여·근무성적 부진 등의 이유로 근로계약상의 근로제공 의무를 이행할 수 없을 때에 가능하다. 이때에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정한 사유 △객관적·합리적 기준에 의한 공정한 평가 △교육훈련 및 배치 전환 기회 제공 △개선의 가능성 여부·업무에 상당한 지장 초래 정도 등을 고려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충족해야 한다.

박상진 변호사는 “공정인사 지침에도 성과 부진한 직원 해고 시 ‘교육 훈련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해야 한다’는 점이 나타나 있다. 그런데 이런 기회를 전혀 받지 못했다. 또 일반적인 ‘저성과자 해고’는 불성실한 근무태도와 맞물려 있게 마련인데, A기자는 그렇지 않은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전했다.

장영석 전국언론노동조합 노무사는 “(중노위 판결을 보면) 당사자가 흠 있는 노동력을 제공했다는 증명이 없음에도, 그 ‘결과’로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 평가결과가 낮다는 것만을 이유로 한 해고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지 깊게 고민하게 하는 판정”이라며 “(저성과가 해고의 이유가 된다고 판단했다면) 평가기준과 그 적용을 엄격히 살펴야 하고 당사자뿐 아니라 회사의 노력도 중요하게 살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미흡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나 평가라는 결과가 온전히 당사자만의 책임인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도 (A기자의 직권면직 반려를 요청한) 동료들의 증언은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당사자 노력만을 탓한 배경이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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