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종영한 KBS <태양의 후예> PPL은 SBS드라마 <용팔이>만큼이나 논란을 야기했다. 서대영(진구 분)과 윤명주(김지원 분)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를 PPL하면서 키스를 해 논란을 자초했다. 유시진(송중기 분)과 강모연(송혜교 분)은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을 위해 서브웨이에 가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유시진과 송상현(이승준 분), 하자애(서정연 분) 등 출연자들은 걸핏하면 정관장에서 나온 홍삼스틱 ‘에브리타임’을 입에 달고 산다. 해당 드라마를 두고 ‘PPL재난’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까닭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태양의 후예> PPL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병호)은 26일 <Media Issue 2권 5호> ‘PPL 찬반논란, 시청자 기준은 콘텐츠 품질이다-시청자의 PPL 인식과 광고효과 조사’를 통해 ‘KBS <태양의 후예>에 등장한 PPL 중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는 제품은 무엇인가’라는 여론조사를 실시해봤다. 그 결과, ‘홍삼제품’이 68.5%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송혜교)목걸이’(54.5%), ‘자동차’(54.0%), ‘커피’(49.3%), ‘샌드위치’(40.4%)가 그 뒤를 따랐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PPL 화면

PPL, 시청자들은 반대만 할까?…거부감 들지만 본다

제작비로 충당되는 PPL(Product Placement; PPL)은 이제 드라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허용된 PPL은 박근혜 정부 들어와 허용범위가 확대돼왔다. 그리고 정부는 ‘드라마제작비 폭등’을 이유로 PPL의 범위를 더 넓히겠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서도 “시청흐름을 방해할 정도”는 제재된다. 시청자들은 이 같은 방송환경을 몰라서 불평불만만 하는 것일까. 하지만 한국언론진흥재단 설문조사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 중 등장하는 PPL 인지 정도’를 조사한 결과, “PPL임을 가끔 알아차린다”는 응답이 61.3%, “PPL이 나올 때마다 알아차린다”는 30.5%로 나타났다. 반면, “PPL임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7.4%, “PPL인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0.8%에 그쳤다.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PPL에 대한 거부감’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거부감이 생긴다” 57.6%(매우 6.0%/약간 49.0%)였으며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다”는 응답은 45.0%(별로 40.1%/전혀 4.9%)로 집계로 집계됐다. ‘PPL의 프로그램 몰입 방해 정도’ 조사에서는 “방해받는다” 58.9%(매우 15.8%/약간 43.1%)였으며 “방해받지 않는다” 41.1%(별로 32.6%/전혀 8.5%)로 집계됐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PPL이 프로그램 몰입도에 방해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때로는 거부감이 생긴다고 답한 것이다.

그렇지만 PPL 때문에 TV 프로그램 시청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PPL과 시청량 변화’에서 “PPL이 싫지만 시청량이 거의 변화 없다”는 응답이 57.6%로 과반을 차지했다. “PPL이 별 거부감이 없어서 시청량 변화가 없다”는 28.8%로 집계됐다. 사실상 86.4%가 시청량에 변화가 없다고 답한 것이다. 반면, “PPL이 싫어서 시청량이 약간 줄었다”는 12.3%, “PPL이 싫어서 시청량이 매우 줄어들었다”는 1.7%에 그쳤다.

‘시청료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PPL 증가 찬반 의견’ 조사에서는 “PPL증가 찬성”이 61%(적극 18.4%/약간 42.6%)으로 “PPL증가 반대” 39.0%(적극 6.8%/약간 32.2%)보다 높았다. 직접적인 시청료 부과보다는 광고를 확대하는 것에 더 찬성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응답자 70.4% “뉴스와 시사에 PPL은 안 돼”…66.5% “송중기·송혜교 나와도 PPL은 1~2개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답자들은 PPL의 무한정 확대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PPL이 허용되는 방송 프로그램 범우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현행대로 교양 또는 오락 프로그램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70.4%로 “어떤 프로그램으로든 확대해도 좋다” 29.6%보다 월등히 높았다. PPL을 하더라도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등으로 확대되는 것은 반대한다는 의미다.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드라마에 대해서도 유사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프로그램에 스타 등장 시 용인할 수 있는 PPL의 정도’ 조사에서 “주인공으로 송중기, 송혜교가 나오더라도 PPL은 1~2개까지만 참을 수 있다”는 응답이 66.5%로 집계됐다. “주인공으로 송중기, 송혜교가 나온다면 PPL이 많이 나와도 괜찮다”는 응답은 18.9%에 그쳤다. 반면, “주인공으로 송중기, 송혜교가 아닌 무명배우가 나와도 좋으니 PPL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응답도 14.7%로 조사됐다. 결국,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 1~2개 정도의 PPL 이상은 반대한다는 의미다.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보고서를 통해 “시청자들은 PPL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거부감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PPL이 프로그램 품질 향상에 필요하다면 적정 수준까지 인정할 수 있다는 의견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규정 내에서 PPL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콘텐츠 품질을 향상시켜 시청자의 만족도를 충족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에 제시한 결과처럼 PPL로 인해 드라마 구성이나 내용이 변질되거나 부적절한 노출장면이 만들어질 경우 PPL은 시청자들의 심각한 거부반응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언론진흥조사는 “시청자들은 PPL 등 광고를 시청하는 것에 대해 반대급부로 혜택을 요구하는 심리가 있다”며 “설문 문항처럼 PPL의 조건으로 시청료를 감면하거나 기타 물질적 혜택을 부여하기는 어렵다면, 시청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콘텐츠 품질 향상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송산업 발전과 시장경제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규제 완화는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앞서 풀어야 할 문제는 시청자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Media Issue 2권 5호> 여론조사는 ㈜마켓링크에서 5월 17~19일(3일 동안)에 성인남녀 107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실시됐다. 응답률은 18.0%였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3.0% 포인트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