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가 다시 선발 출장한 오늘 경기에서 1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여전히 부상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않은 강정호를 위해 득점차가 크게 나자 교체한 피츠버그는 여유롭게 경기를 지배해갔다. 부상 후 사구가 연이어 등장하고 최근 홈에서 손가락 부상까지 당했던 강정호지만 여전히 건강하고 활기찼다.

강정호의 안타를 만들어가는 과정, 부진에 빠진 박병호가 찾아야 할 해법이다

오늘 경기는 1회 폴란코의 3점 홈런으로 흐름은 끝났다. 애리조나의 밀러가 초반부터 무너지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최고의 투수라 불렸던 밀러가 무기력하게 무너진 올 시즌, 그의 문제가 무엇인지는 피츠버그와의 경기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공은 여전히 빠르지만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다. 강한 속구를 적극적으로 받쳐줄 브레이킹 볼이 중요하게 다가오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배합하지 못하며 오늘도 통타를 당했다. 이상하게도 강정호에게만 집중력을 가지고 승부를 가져간 것이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강정호. [AFP=연합뉴스]

강정호는 앞선 타석에서 플란코가 큼지막한 홈런으로 앞선 주자들을 모두 거둬들이자 맥이 빠진 듯 범타로 물러나고 말았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몸 쪽 높게 강하게 들어오는 공을 피하며 휘두르며 삼진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복귀 후 집중적인 견제를 받으며 사구를 맞아왔던 강정호, 두 번째 타석은 보는 이들마저 아찔하게 만들 정도였다.

오늘 경기는 피츠버그가 1회 폴란코의 3점 홈런을 시작으로 17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애리조나를 초토화시켰다. 3회에도 3득점을 하며 6-0으로 앞선 피츠버그는 선발 릴리아노가 단단하게 마운드를 지키며 승리를 이끌었다. 박병호가 소속된 미네소타가 마운드 불안으로 좀처럼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것과는 극단적으로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17개의 안타가 터지며 12-1로 경기를 지배한 피츠버그의 일등공신은 5타점을 쓸어 담은 폴란코였다.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적시타로 경기를 완전히 지배한 폴란코의 상승세는 모두가 놀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강정호의 안타 하나가 대단해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강정호. [AP=연합뉴스]

투수를 포함해 선발 선수 모두 안타를 친 오늘 경기에서 강정호의 안타가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 경기에서 대타로 나서 홈런에 가까운 외야 플라이로 물러난 후 선발로 나선 오늘 경기에서 안타로 타격감을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아직 부상 후유증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쉬는 날은 여전히 중요하다. 피츠버그 팀은 강정호를 최대한 보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면 꾸준하게 출전하는 것이 타격감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타격부진을 경험한다고 해도 타선에 나가 스스로 해법을 찾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강정호의 마지막 타석에서 기록한 안타는 중요하게 다가온다.

안타를 만들어낸 타석에서 강정호의 노림수는 분명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속구를 완벽하게 받아치는 능력을 가진 강정호는 오직 강속구 하나를 노렸다. 그렇다고 브레이킹 볼을 외면하지는 않았다. 브레이킹 볼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면 쳐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니 말이다.

9개까지 던지게 하는 과정에서 슬라이더로 강정호를 압박하던 투수는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승부를 요구하는 강정호에게 바깥쪽 높게 들어온 강속구를 던졌고, 준비하고 있던 강정호는 1타점 적시타로 화답했다. 그 어떤 빠른 공도 쳐낼 수 있는 강정호의 이 위대한 능력은 바로 박병호가 참고해야 하는 모습이다.

박병호 (클리블랜드<美오하이오주> AFP/Getty=연합뉴스)

박병호는 아직 메이저리그의 강속구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홈런의 대다수는 브레이킹 볼을 노려 친 것이었다. 그의 힘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했지만, 강속구에 약점을 보인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최근 부진에 빠졌다. 강속구와 체인지업을 조합해 박병호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다섯 경기 무안타에 빠지기도 했던 박병호는 전날 경기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신고했다. 무안타 기록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박병호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명확하다. 약점으로 지적된 강속구와 체인지업으로 박병호의 타격감을 무너트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강정호처럼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공으로 승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선 박병호는 강속구에 적응해야만 한다. 강속구 하나만 노리고 제대로 된 안타와 홈런을 생산해내야만 상대 투수들이 더는 강속구 하나만으로 박병호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스스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공은 쳐내고, 상대 투수가 더는 도망가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공으로 승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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