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대 케이블 사업자인 딜라이브(대표이사 전용주)의 대주주인 국민유선방송투자(대표이사 윤종하 신중섭)가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2007년 딜라이브(구 씨앤앰) 인수를 위해 진 빚 1조6천억원을 오는 7월 말까지 일시상환해야 하나 현재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21개 대주단에 속한 국민연금 등이 만기연장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대주단이 만기연장을 포함한 채무조정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KCI는 다른 금융권을 통해 고금리로 돈을 빌리거나 경영권을 대주단에 넘겨야 한다.

사모펀드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는 딜라이브(구 씨앤앰) 인수 당시 KCI라는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고 여러 사모펀드를 끌어모았다. KCI에는 총 6개의 사모펀드가 참여했는데, 이중 3개는 MBK, 2개는 맥쿼리가 GP 역할을 하고 있다. 씨앤앰 인수는 두 회사의 작품이었다. KCI 대표이사를 맡은 윤종하씨는 MBK파트너스 부회장이고, 신중섭씨는 맥쿼리코리아오퍼뉴티니 전무다.

▲MBK파트너스 (사진=미디어스)
▲맥쿼리 (사진=미디어스)

당시 KCI는 피인수기업인 씨앤앰을 담보로 인수대금 2조2천억원을 마련했다. KCI가 2015년 4월 말 공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장기차입금은 1조5612억원이다. 6천억원은 씨앤앰이 금융사에서 빌린 것이다. KCI는 신한은행 등 21곳에서 돈을 빌렸는데 매년 5.94%~7.00%의 이자를 갚도록 돼 있다.

문제는 만기가 오는 7월 30일로 코앞에 다가왔다는 것이다. KCI와 딜라이브 둘다 이때까지 총 2조2천억원을 갚아야 한다. 그러나 KCI는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25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KCI가 4월 말에 내야 할 대출이자금을 못 낸 것은 사실이고, 못 낼 상황이라는 것도 맞다”고 전했다.

애초 MBK와 맥쿼리 등 KCI 투자자들은 딜라이브를 매각하려 했으나, 여러 차례 불발됐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적 위기에 몰린 KCI는 대주단에 만기연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국민연금 등 일부 이해관계자가 KCI의 채무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선비즈는 20일 “MBK는 올해 초부터 KCI가 빌린 1조5600억원 가운데 30~40%를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출자 전환하고, 나머지 대출금의 만기를 2~3년 뒤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KDB생명 등 일부 비은행권 금융기관들이 만기 연장 과정에서 대출 금리와 지급 조건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해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25일 “대주단 간사인 신한은행은 일단 27일까지 각 기관의 최종 입장을 취합키로 했다. 채무조정안은 21개 대주단이 100% 찬성해야만 채택된다”고 설명하면서 “만약 채무조정이 결국 무산돼 인수금융이 부도 처리되면 KCI는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된다. 딜라이브 경영권은 21개 대주단이 대출금 비율대로 나눠 갖게 된다. 경영이 흔들리면서 기업가치도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내다봤다.

▲중앙일보 2016년 5월 25일자 B05면

딜라이브 관계자는 “만기가 다가온 만큼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주주들과 대주단이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국민연금이 만기연장에 반대하는 것도 사실이다. 딜라이브 자체는 문제가 없고 주주단에서 차질이 생겼고, 달라이브와 주주단 모두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딜라이브와 관련된 또 다른 핵심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은행과 협의는 끝났고, 대주단에서 협의 중”이라며 “주주사와 대주단의 목표는 같다. 만기를 연장하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대주들이 많기 때문에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딜라이브의 주인이 대주단으로 바뀔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그렇지만 방송은 정부 라이센스 사업이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원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기연장 또한 매각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딜라이브 매각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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