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도 미만 주류와 대부업의 가상·간접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며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가 반대 입장을 냈다.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더 높은 수준의 대부업 광고 제한이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실정”에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른 방송광고와 형평성 문제와 이를 규제완화 측면으로 접근한 것은 전형적인 외눈박이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미디어스 4월 11일자 <이제 ‘대부업체’마저 PPL 한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지난 4월 18일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여기에는 방송광고 허용시간이 제한된 품목의 가상광고와 간접광고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7도 미만 주류의 방송광고를 금지한다. 또한 대부업법은 대부업체 방송광고를 ‘평일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 오후 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금지한다(토요일과 공휴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금지). 이에 반해 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허용시간을 제한받는 상품 등에 대한 가상, 간접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방통위가 시행령을 바꾸려는 이유는 “개별법과 방송법이 충돌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방통위 입장은 ‘개별법은 방송법과 달리 방송광고 유형별 규제를 하지 않고 있어 방송법 시행령을 바꿔 충돌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법과의 충돌을 이유로 한 ‘규제완화’다. 방통위가 입법예고한 대로 시행령이 바뀌면, 17도 미만 주류를 생산하는 주류업체와 대부업체는 프로그램광고뿐만 아니라 가상광고와 간접광고까지 방송사에 의뢰할 수 있다. 방송광고 시장이 정체 중이고 광고가 간접‧가상광고 쪽으로 쏠리고 있는 가운데 주류‧대부업체 광고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 24일 성명을 내고 방통위에 개정령안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 “음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상황이고, 약탈적 고금리로 서민들에게 폭리 취하는 대부업 등에 대한 광고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방송 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시청자에게 미칠 영향과 시청자 보호”라며 “지금도 드라마 등 TV프로그램의 도를 넘는 간접광고 문제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과 문제제기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류, 대부업에 대한 가상광고, 간접광고 허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운동본부는 “주류 제품은 그것의 남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 때문에 제한적인 광고에 있어서도 다양한 표현 규제까지 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법이 충돌하니 그냥 허용하자’며 오히려 현재의 규제범위를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규제를 풀어 버리겠다는 방통위의 ‘주류, 대부업에 대한 가상·간접 광고 허용’ 입법예고에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다”고 방통위 결정을 꼬집었다. “음주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폐해의 증가와 청소년에 대한 악영향, 아직도 연 30%에 가까운 약탈적 금리를 고수해 서민들에게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 대부업에 대해 일반광고에 비해 광고효과가 더 큰 가상광고와 간접광고 규제를 풀어 주겠다는 방통위의 분별력 없는 행태에 분노하며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운동본부 입장이다.

운동본부는 “사회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사안인 ‘주류, 대부업 가상 광고·간접 광고 허용’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사회적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른 방송광고와의 형평성 문제와 이를 단순한 규제 완화 측면으로만 접근해 성급하게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은 방통위의 행태는 전형적인 외눈박이 행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운동본부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주류, 대부업 가상 광고·간접 광고 허용’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의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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