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마니아들 사이에는 한 가지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드라마는 비지상파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상파의 경우 <태양의 후예>가 있었기는 하지만 그 외 화제가 된 드라마는 모두 비지상파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월화금토에만 본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JTBC 금토드라마 <마녀보감>

굳이 tvN이라 하지 않고 비지상파라 한 것은 최근 JTBC의 <마녀보감>이 막강한 할벤져스 <디어 마이 프렌즈>를 상대로 의외의 선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문제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문제를 다룬 <디어 마이 프렌즈>와 달리 <마녀보감>은 판타지 멜로물이다. 서로 판이하게 다른 두 장르의 드라마가 금요일과 토요일의 저녁을 장악해가고 있다.

<마녀보감>은 설화와 동화의 경계를 교묘히 오가며 시청자를 유인하는 솜씨가 대단히 능숙하다. 게다가 초반 무녀들의 활약, 다시 말해서 염정아와 특별출연한 정인선의 열연이 강력한 첫인상을 남겼고 그 힘은 계속해서 이 드라마를 견인해내고 있다. 잘만 만들면 판타지 멜로의 명품반열에 너끈히 오를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도 나오고 있다.

JTBC 금토드라마 <마녀보감>

모든 설화가 그렇듯이 <마녀보감>의 연희도 딱 하루가 문제였다. 무녀 해란의 저주를 피해 17년을 깊은 산속 외딴 곳에서의 삶을 잘 견디던 연희였지만, 오라비 풍연의 친절함에 그만 오랜 금기를 깨고 말았다. 물론 그들 누구도 그 한 번의 나들이가 돌이킬 수 없는 저주의 첫 걸음이 될 것을 몰랐다.

곧 다가올 비극의 크기를 예고라도 하듯 오라비와 함께 나선 바깥세상은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그저 어쩌다 만나는 가족들이 아닌 낯선 사람들을 본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열일곱 소녀의 가슴은 그 행복을 다 담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풍등을 보며 연희는 아마도 처음 겪는 이 행복이 계속되기를 소망했을 것이다.

JTBC 금토드라마 <마녀보감>

그러나 깨어진 결계에 이미 저주는 작동하고 있었고, 연희는 넋을 잃고 혼자서 어딘가를 헤매고 있었다. 그곳은 바로 쌍둥이 오빠가 있는 곳, 아직은 모르지만 이 모든 저주의 발단이 된 무녀 홍주가 있는 곳, 바로 궁궐이었다. 너무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저주를 떠나 무녀 홍주에게 발각된다면 곧바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었지만 우연히 허준을 만나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연희에게 변화가 시작됐다. 그동안 연희를 지키던 결계가 깨어지고 해란의 저주가 집안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연희를 사로잡았다. 엑소시스트를 연상케 하는 상황 속에 저주는 결국 연희를 잠식하게 됐고, 그 상징으로 삼단 같던 연희의 머리칼이 하얀 백발로 변해버렸다. 열일곱 살에 백발마녀 서리로 변신한 것이다.

JTBC 금토드라마 <마녀보감>

저주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같은 시각 궁궐의 세자에게도 연희에게 벌어진 일이 똑같이 생겨났다. 본래 이 저주의 목적은 왕조에 대한 것으로 세자를 죽게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또한 오라비 풍연 또한 저주의 유탄을 맞아 사경을 헤매게 됐다. 아직 저주의 사연을 모르는 연희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비극이 온몸으로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연희를 중심으로 엮인 저주와 운명의 나날들이 시작되었다. 마녀의 저주에 빠진 백설공주처럼 혹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저승으로 떠나는 바리데기공주처럼 열일곱의 백발마녀 서리의 슬픈 운명과 동행하게 되는 또 다른 슬픈 서자 허준의 이야기라면 일찍 찾아온 이른 더위의 5월밤을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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