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대부분의 영역에는 특수한, 그리고 특수한만큼 공적인 문제를 다루는 전문지가 있다. 언론을 취재하는 ‘미디어지’만 하더라도 미디어스를 비롯해 미디어오늘, PD저널, 기자협회보 등 여러 매체가 있다. 방송기술을 다루는 전문지도 있고, 소규모 IT전문지들도 꽤 많다. 특정종교를 위한 전문지도 있고, 의학전문지도 많다. 한국고양이신문이라는 매체도 있다.

데일리벳은 수의사들을 위한 전문지다. 대학을 막 졸업한 청년 수의사 둘이 의기투합해 2013년 4월 30일 창간했다. 윤상준 기자(데일리벳 편집인, 수의사)는 “학교를 졸업하면 동물병원 차리고 살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쪽에는 수의사들이 소통하는 전문지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동기 수의사(발행인 이학범)와 함께 다양한 영역에 있는 수의사들과 현장을 연결하기 위해 인터넷신문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두 청년은 자본금 천만원을 모아 경기도 안양에 작은 사무실을 얻어 전문지를 시작했다.

“웬만한 전문직들은 모두 전문지가 있다. 협회에서 발간하기도 하고, 매체도 있다. 그런데 수의사 쪽에는 전문지가 없었다. 발행인(이학범 기자)이 아이디어를 냈다. 수의사들이기 때문에 수의사와 관련한 이슈, 임상지식, 동물복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것에 포커싱(focusing)해서 수의사를 독자로 하는 전문지를 만들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만들었다.”

데일리벳은 발행인과 편집인 포함해 모두 세 명이다. 이중 기사를 쓰는 두 사람은 둘다 수의사다. 전업 기자다. 수의사로서 수입은 없다. 윤상준 기자는 “수의사 열 명 중 4~5명은 임상, 2~3명은 방역 전문 공무원, 1~2명은 제약이나 사료 쪽으로 취업하는데 우리는 인터넷신문을 전업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게 ‘반려동물이 늘어 동물병원을 하면 큰 돈을 버는 것 아니냐’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동물병원이 많아져 경쟁이 심하다. 특히 수도권에서 레드오션이다. 이 업계에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있다. 물론 그게 두려워서 안 한 것은 아니다. 수의사들을 연결하고 싶었다. 의사들은 대부분 임상도 하고 정책도 궁금해하는데 수의사들은 떨어져서 자기 일에만 관심을 갖는다. 수의사들이 일하는 현장의 소식과 연구 내용을 제대로 전하고, 반려동물 쪽에 관심이 많은 젊은 수의사들에게 산업동물 쪽 이야기를 전하고, 선배 세대 수의사들에게 달라지는 트렌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윤상준 데일리벳 편집인 (사진=미디어스)

데일리벳은 전문지이고, 수의사가 수의사를 대상으로 기사를 쓰다보니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 기사가 많다. 주요 독자인 수의사들은 동물복지와 같은 문제보다는 정책과 병원운영 문제를 다룬 기사를 궁금해한다. 그래도 데일리벳은 반려동물과 동물복지 문제를 수의사의 시각으로 최대한 다루려고 한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접하는 동물 기사는 ‘귀여운 고양이 사진 모음’이나 ‘개를 키우면 안 되는 사람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동물을 귀여워하거나 동물보다 못한 사람에 분노한다. 이게 우리가 접하는 동물기사들이다. 데일리벳과 일반 독자가 만날 수 있는 지점도 많다. 강아지공장 같은 ‘공장식 사육’ 문제와 유기동물 문제다.

이를 두고 윤상준 기자는 “특히 반려동물 쪽은 수의사와 보호자가 밀접하게 붙어 있다. 동물복지와 동물권 관련해서는 동물실험, 화장품, 유기동물 등 문제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공장식 사육과 축산 문제를 어떻게 교정하고, 유기동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가능하면 공급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어떻게 가족이 되는지, 그 과정을 아무도 모른다. 동호회에서 또는 알음알음 분양받는다. 공장에서 경매장으로, 경매장에서 샵(소매점)으로 온다. 독일의 모델이 이상적이다. 옛날 방식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브리더에게 예약을 하면 그때 번식을 유도한다. 반려동물의 가족이 되려면 이론시험과 실기시험도 봐야 한다. 기본훈련도 이수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한국에 비해 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

“면허제도를 만든다는 주도 있는 독일은 반려동물 정책이 더 진보적으로 가는 추세”이지만, 윤상준 기자는 “한국에서는 이런 공급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다. 왜 그럴까. 윤상준 기자는 “일단 반려동물의 머릿수가 많아져야 사료, 진료, 약 시장이 돌아간다는 사람이 많다. 산업의 관점인데 아직 반려동물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공급 구조를 바꾸는 것은 그래서 더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데일리벳과 독자들이 만나는 접점에는 먹거리와 안전의 문제가 있다. 구제역과 AI(조류인플루엔자)가 대표적이다. 사건이 터질 때 관련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은 이제 구제역과 AI가 언제 터져도 놀랍지 않은 항상적인 위험요소가 됐다고 인식한다. 또 그럴 때마다 공무원을 비난하고 국가에 책임을 묻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다.

▲윤상준 데일리벳 편집인 (사진=미디어스)

윤상준 기자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2010년 구제역 당시 돼지 350만마리를 살처분하던 당시 군대체복무로 방역작업을 했고, 15만마리 중 700마리만 살아남은 지역에서 일했다. 그런 그는 “철학의 문제가 있다. 농장은 구제역을 자기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무조건 정부가 막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기로 팔리는 자돈을 낳는 모돈이나 그 모돈을 낳는 모돈의 모돈 농장에서는 질병관리를 철저히 한다. 그런데 내려올수록 관리가 소홀하다. 공무원을 욕하지만 농가가 책임질 문제가 분명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농가에 책임을 지우고 농가가 알아서 하게 놔두라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처방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물론 정부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농림부는 농가와 타협했다. “구제역 백신은 오일 성분으로 돼지의 체내, 목 뒷편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조금씩 내뿜는 방식이다. 구제역 가능성을 낮추려면 백신을 두 번 놔야 한다. 60~80일령에 한 번 놓고, 110~120일령에 한 번 더 놓으면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 그런데 농가에서는 한 번만 놓게 해달라고 했고 농림부가 타협했다. 왜냐면 120일령에 백신을 놓으면 돼지가 농장에서 나가는 시기인 180일 전까지 목에서 오일이 모두 빠져나가지 않아 이상육이 생겨 목살을 팔 수 없기 때문이다. 삼겹살과 목살로 마진을 남기는 농가의 입장을 이해한다. 그러나 이대로는 안 된다.”

“구제역은 백신으로 막기 힘들다. 백신을 잘 놔도, 두 번 놔도 걸릴 수 있다”는 게 윤상준 기자 설명이다. 그래서 “구제역을 막으려면 농가가 직접 소독도 잘 해야 하고, 차단방역도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한다. 그는 “일부에서는 ‘외국처럼 방사하면 AI와 구제역에 안 걸린다”고 주장하지만 문제는 병원체가 들어오느냐 아니냐 차원이다. 풀어서 키워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병원성 AI의 경우, 풀어 키운 오리나 토종닭이 철새의 똥을 주워먹어 걸리는 경우가 있다. 회사농장에 있는 산란계와 육계는 오히려 안전하다. 물론 동물권의 시각에서 공장식 출산과 사육이 도덕적으로 옳은 것인가 라고 물으면 대답이 복잡해진다. 고기를 더 먹고 싶은 사람의 욕망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다양한 차원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수의사, 반려동물, 산업동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사람들이 알아야 할’ 공적 담론을 생산하는 데일리벳이지만, 오는 11월이면 존폐 위기를 맞닥뜨린다. 지난해 신문법 시행령이 개정돼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이 3인에서 5인으로 강화됐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누구나 언론 할 수 있는 시대’를 끝내고 저널리즘이라는 행위 자체에 진입장벽을 세워버렸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현실의 문제는 또 다르다. 사람을 추가로 채용할 여력이 없는 전문지의 경우, 당장 11월이 두렵다.

이를 두고 윤상준 기자는 “설령 데일리벳에 기자가 다섯 명 있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둘이서 하루 2건을 썼다면 다섯이면 5건을 쓸 수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자가 5명이 안 되면 기사의 질이 떨어진다는 논리인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납득이 안 된다. 독자들이 판단하면 될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람이 5명이 안 돼 데일리벳이라는 제호를 못 쓰는 일만큼은 꼭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수의사로서 전문영역을 다룬다. 사실관계를 틀린 일도 적고,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고, 수의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신문법 시행령 개정을 기획한) 공무원들에게 5명이서 데일리벳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같이 기사도 못 쓸 것이고, 감당도 안 될 것이다. 데일리벳이 이 정도 규모인 것은 이 영역에서 이 정도 규모만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력이 없지만 최저임금 주면서 기자를 더 뽑는다고 치자. 그런데 그런 방법으로는 데일리벳 같은 전문지를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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