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용태 의원 혁신위원장으로 하고 비박계 인사가 포함된 비대위를 구성하려 했지만, 친박계는 이를 의결할 전국위를 무산시켰다. 김용태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혁신위원장 직을 포기했다. 일각에서는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주요 인사들은 계파에 따라 비대위·혁신위 구성 무산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심지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까지 언급돼 분당 가능성이 제기된다.

1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연결에서 ‘친박계’로 혁신위원장 임명 원천 재검토를 요구했던 이장우 의원은 “당내 많은 분들이 혁신위원장이나 혁신위 구성이 잘못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장우 의원은 김용태 혁신위원장 임명 재검토 요구가 묵살되자 전국위에 불참한 의원 중 한 명이다.

새누리당 이장우, 김태흠, 김성태 의원과 무소속 안상수 당선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장우 의원은 4·13총선 패배의 원인을 김무성 전 대표에게 돌렸다. 그는 “총선 패배의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가장 책임이 무거운 사람은 당을 총 지휘하고 옥새파동까지 일으킨 당대표”라며 “당대표 밑에서 실무 책임을 맡은 사무총장과 최측근들이 당의 지도부를 다시 맡는다는 건 잘못된 인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부에서 중립적 인사나 아니면 계파색채가 강하지 않은 인사들 중심으로, 화합형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했으면 이런 사단이 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당선된 반박 인사들 위주, 친 유승민계나 김무성 대표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함으로써 이번 사단이 벌어진 것”이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분당까지 각오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이장우 의원은 “그렇게까지 앞서 나갈 일은 아니다”라면서 “이렇게 당을 흔들고 있는 인사들이 앞장서는 것은 당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라고 한 발 물러섰다.

또 다른 친박계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같은 날 SBS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친박 보이콧으로 혁신위 구성이 무산됐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혁신위원장과 비대위원 인선에 대해 저 같이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부인했다.

김태흠 의원은 “4·13총선 참패의 원인을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들에게만 돌리는 편협한 생각을 하는 분들에 혁신위원장을 맡으면 앞길이 뻔하다”면서 “참패의 원인은 양쪽에 다 있는데, 어느 한 쪽에 편파적인 인사를 혁신위원장으로 하면 제대로 된 혁신이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진석 원내대표에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 그리고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을 하든가, 물러나든가 해야 될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김태흠 의원은 분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리모델링을 하는 과정 속에서 도저히 생각이 다른 사람이면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도 있는데 정당이라는 것은 잠시 생각의 차이가 있더라도 이념이나 목표의 방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박계의 진단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비박’ 김성태 의원은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전화연결에서 “4·13총선의 가장 큰 실패 요인 중 하나는 계파갈등이었다”며 “혁신위의 가장 큰 역할 또한 계파갈등 해소이다. 그런데, 계파적 시각을 가지고 위원 구성을 본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성태 의원은 정진석 원내대표와 관련해 “새누리당 내 절대 다수의 주류층인 친박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당선된 분”이라며 “아직 한 달도 안 된 사람에게 자기네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이렇게 한다면, 새누리당 내의 지도체제는 자리 잡을 필요가 없다. ‘그 분’의 재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비대위 구성 등을) 결정한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무엇하러 원내대표를 뽑느냐”라고 발언했다.

김성태 의원은 “비대위원 인선은 이대로 가야 한다. 혁신위원장 또한 정진석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반려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성태 의원 또한 ‘분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쉽게 분당 탈당에 휩쓸려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20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상수 당선자는 같은 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친박에서 보이콧할 게 아니라, 전국위에 있는 상임위원회에서 문제제기를 해 보정을 해서 투표에 올리는 방식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빨리 해서 정통성 있는 지도부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 그것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분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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