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 내려와 10년 넘게 살며 가장 낯설다(?) 느꼈던 지점, 경상도라는 이름은 같지만 부산과 대구는 여러 갈등 요소와 경쟁구도,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삼성과 롯데의 팬들도 마찬가지, 그리 가깝게 여길 요소가 많지 않습니다.

트레이드로 인한 갈등과 포스트시즌 벤치클리어링이나 관중석 충돌이 떠오릅니다만, 그 두 팀이 지난 주말 만든 풍경은 훈훈했습니다.

원년구단이라는 자부심과 노력이 담긴 기획, 라팍에서의 첫 만남을 더욱 빛나게 했던 노력은 단순한 올드 유니폼만이 아니었습니다. 경기에선 치열할지언정 응원은 훈훈했는데요.

다양한 형태의 전광판 이벤트가 공유되고 '부산갈매기'가 대구에서 울려 퍼집니다. 합동공연과 특산물 장터가 펼쳐진 야구장은 마케팅이란 노력이 부족한 우리 프로야구에서 새로운 길을 보여준 자리였다 여겨지는 순간이었죠.

경기에서는 홈팀 삼성이 위닝을 내줬습니다. 일부에선 경기나 잘하지라는 비난도 있었죠. 하지만 이 같은 도전에, 또 새로운 시도에, 경기력과 결과를 말하는 건 부적절합니다.

각각 따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 야구는 야구로, 응원은 응원으로, 야구장에서의 시간을 즐기는 시간으로 조금 진화한 모습의 야구장을 본 듯합니다.

어쩌면 야구장의 진화만큼 풍경도 세련되고 더 진화했다고나 할까요? 6월에는 부산에서 또 펼쳐진답니다. 여름이 어울리는 도시, 부산의 야구! 두 팀의 클래식한 모습이 이어지길 기대하고 응원하며, 오늘은 포항으로 향해야겠네요.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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