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이 7전 8기 끝에 시즌 첫 승을 올렸다. 그 결정적인 한 수는 1회 한화의 4번 타자인 김태균의 말도 안 되는 실책에서 나왔다. 한화로서는 로저스가 등판한 경기마저 잡지 못하면 연패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김태균의 실책은 단순한 1패 이상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양현종 7이닝 무실점 호투와 김태균 실책과 강한울의 2타점 적시타

한화 로저스와 기아 양현종이 맞대결 한 이번 경기는 큰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로저스가 5일 쉬고 등판을 했다면 메이저리그에서 맞대결을 한 적이 있는 헥터와 한국 프로야구에서 역사적인 대결을 벌일 수도 있었다. 로저스vs헥터의 맞대결을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지만, 양현종과 로저스의 대결 역시 흥미로웠다.

양 팀 모두 에이스가 출전한 경기라는 점에서 무조건 잡아야만 했다. 에이스 모두 올 시즌 무승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도 승리는 절실했다. 부상 여파로 뒤늦게 시즌에 합류한 로저스나 잘 던지고도 승리가 없었던 양현종도 이번 경기는 피할 수 없었다. 더욱 지난 시즌 맞대결에게 패한 양현종에게는 복수전과 같은 경기였다.

13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KIA 양현종이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에이스들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선수들 모두가 긴장하고 경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양현종과 달리 로저스의 1회는 불안으로 이어졌다. 선두 타자인 김주찬에게 안타를 내주고, 지난 경기에서 맹타를 휘둘렀던 한화 출신 오준혁이 4구를 얻어 나가며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바깥쪽 공에 유독 약한 필은 이번 경기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툭 밀어 친 공이 1루수 앞으로 굴러가는 평범한 타구였다. 수비 잘하는 선수라면 병살도 노려볼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한 타구였다. 하지만 실책이 많았던 로사리오를 대신해 1루수로 출전한 김태균이 말도 안 되는 알까기로 첫 실점을 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이 실책 하나가 경기의 승패를 갈랐다는 점에서 기아의 승리를 이끈 것은 양현종과 김태균이 되었다.

나지완이 삼진으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이범호가 타점을 올리는 밀어치기로 2-0으로 앞서나간 기아는 한 숨 놓을 수가 있었다. 그동안 에이스가 등판한 경기에서 유독 타선이 터지지 않아 불안했던 기아로서는 1회 시작부터 2점을 안고 시작했다는 점에서 양현종은 편안한 투구를 할 수 있었다.

3회 투아웃 상황에서 오선진과 이용규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기는 했지만 장민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벗어나는 장면은 에이스다웠다. 7회 초 2사 상황에서 하주석의 잘 맞은 타구를 유격수 강한울이 멋진 수비로 잡아낸 장면 역시 최고였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 타구가 빠지거나 1루에서 주자가 살아나갔다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7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KIA 9번타자 강한울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타격을 위해 유격수 수비가 불안한 김주형을 내세웠던 기아는 수비 안정화를 위해 강한울로 교체했다. 잦은 실책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했던 김주형을 대체한 강한울이 주전으로 경기에 나서며 수비 불안을 잠재웠다는 것 역시 기아의 상승세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중심 타선과 하위 타선들이 모두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시점에서는 수비가 중요하다.

수비도 좋고 최근 타격도 폭발하고 있는 강한울은 그렇게 이번 경기에서도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렸다. 7회 호수비에 이어 기아는 로저스를 상대로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이범호가 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1사 후 김호령의 타구를 송광민이 잡기는 잡았지만 더듬으며 1루 송구가 늦으며 아웃을 잡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백용환이 볼넷을 얻어 만루 상황에서 한화는 극단적인 전진 수비를 펼쳤다. 타자가 강한울이라는 점에서 홈에서 승부해 추가 실점을 하지 않겠다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침묵하던 강한울이 지난 경기에서 안타를 쳤고, 전 수비에서 환상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간과되었다.

강한울의 좋은 흐름은 그렇게 결정적인 순간 터졌다. 전진 수비로 촘촘해진 내야를 뚫고 2타점 적시타를 친 강한울로 인해 로저스는 승리와 멀어지고 말았다. 양현종은 7이닝 동안 103개의 투구수로 3피안타, 4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얻어냈다.

한화 선발 로저스가 7회말에 2점을 내주고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로저스는 6과 2/3이닝 동안 104개의 공으로 6피안타, 2탈삼진, 3사사구, 4실점, 2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다. 첫 경기와 달리, 각도 큰 브레이킹 볼로 기아 타선을 잘 잡아내기는 했지만, 1회 결정적인 실책과 7회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다. 타선이 좀처럼 터지지 못하고 양현종에게 막힌 상황에서는 결코 이길 수가 없는 경기였다.

양현종은 8번의 등판 끝에 첫 승을 올리게 되었다. 안정적이고 긴 이닝을 책임지며 에이스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했지만 터지지 않는 타선으로 인해 4패만 기록했던 양현종은 뒤늦은 승리가 로저스와의 맞대결이라는 점이 더 반가웠을 듯하다. 더욱 팀의 연승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에이스로서 역할은 더욱 반가웠다.

기아로서는 양현종에 이어 헥터가 토요일 경기에 등판한다는 점에서 연승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악의 실책들이 이어지지만 않는다면 현재 분위기에서 기아가 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점에서 기아는 실책만 조심한다면 지난 한화와의 연패를 홈에서 되갚아줄 수 있을 듯하다.

모든 기록에서 최악인 한화. 그 중 팀 실책이 최다라는 점은 문제다. 로저스를 제외하고는 무차별적인 퀵후크를 하는 한화로서는 이번 경기 패배는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나마 로저스가 긴 이닝을 책임지며 과부하 걸렸던 불펜이 조금 쉴 수 있었다는 것이 위안이 될 듯하다. 양현종의 시즌 첫 승을 이끈 김태균의 치명적인 실책은 한화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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