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이후 지상파 드라마는 시청률도 화제성도 모두 가라앉았다. 사실 <태양의 후예>가 너무 뜨거워서 그랬지 그전은 사실 지금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올해 국민들에게 사랑받은 드라마들은 모두 비지상파 드라마였다. 그리고 <태양의 후예>가 끝난 후 거의 전멸해버린 지상파 드라마 대신에 서현진의 <또 오해영>이 파고들었고, 오늘 또 만만치 않은 드라마 두 편이 출사표를 던진다. 그 중 먼저 관심이 가는 것은 <디어 마이 프렌즈>다.

할벤져스 혹은 시니어벤져스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tvN의 <디어 마이 프렌즈>. 드라마 내용을 알지 못하더라도 고현정과 함께할 대한민국 대표 시니어 배우들의 총출동은 시작 전부터 시청 동기를 풀로 가동시키고도 남는다. 게다가 작가가 노희경이다. 도대체 이 드라마를 안 봐야 할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tvN 새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그러나 이 드라마를 봐야 할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우리 사회가 매우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로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2050년쯤에는 인구의 40%가 65세 이상이 되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자신의 연령대에 따라 일상에서 쉽게 노인을 접할 수 있거나 없을 수 있지만 고령화사회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우리들의 현실이 되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정말 식상한 말이지만 이번에는 정답이 될 수 있다. 누구나 늙은 것은 싫기 마련이고, 노인과 함께하는 일은 여러모로 불편하고 지루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꽃보다 할배>를 통해서 노인들에 대한 우리들의 편견을 반성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고령화사회의 일원으로 노인들과 함께 지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하다는 우울한 사실도 존재하지만 그보다 노인들에게 더 절실한 것은 잉여의 삶을 강요받는다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 노인빈곤과 함께 더 슬픈 사실이 있다. 외국의 경우 부모가 빈곤할 경우 자식들의 방문이 잦은 반면 한국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예로부터 효를 강조해온 나라의 현실은 너무도 아이러니하다.

tvN 새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이제 대한민국은 주입식 효 사상으로는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 없는 나라가 됐다. 부모와 자식 간이 그렇게까지 망가진 것에 대해서 노희경 작가는 ‘청춘의 인색함일까? 역지사지 못하는 무지일까? 다만 싸가지가 없어서일까? 우리는 청춘들의 이러한 시각이 어른들에 대한 정보의 부재, 관찰의 부재에서 온 것이라 결론지었다’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보다 더 심각하다.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나 기사 댓글들을 보면 젊은 층의 노인에 대한 시각은 무지와 싸가지 없는 것을 뛰어넘어 혐오의 단계에 와있음을 알 수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간으로 해서 그 전후 세대의 삶의 차이가 너무 큰 탓이다. 드라마로 돌아와 보면 더욱 심각하다.

보통의 드라마에서 노인은 이런 불안한 관계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드라마 속 노인들은 한결같이 부정적 이미지뿐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의 기획의도에 나열된 드라마 속 노인들의 이미지란 한 마디로 ‘재수 없다’는 말로 정리가 된다. 한 가족 속에서 가장 권위적이고 이기적이며 타협을 모르는 외골수로 그려지기 십상인 것이다. 드라마를 만들려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에는 드라마 속 노인들은 너무도 부정적이다. 오늘날 젊은이들의 혐오대상이 된 것에 끼친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아주 오래도 아니다. 예전만 해도 할아버지, 할머니는 참 푸근하고 인자한 이미지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것이 거의 맞다. 아니 맞는다고 믿고 싶다.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노인은 갈수록 더 마주치게 되는 우리들의 이웃이기 때문이다. 그 이웃과 친구가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뜻은 매우 갸륵하다. 이 한 편의 드라마로 노인들을 고민 없이 망가뜨려온 작가들의 원죄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할벤져스의 활약과 성공이 간절해지는 이유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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