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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을동 가족사 의혹 제기 글 삭제 요청, ‘해당없음’ 결론방통심의위, “역사·공적 인물에 대한 합리적 의심글 삭제 안 돼”
권순택 기자 | 승인 2016.05.12 22:30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이 가족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게시글 ‘삭제’ 조치를 요청했으나 거부됐다. 방통심의위는 해당 게시물이 김을동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통신심의소위(위원장 장낙인)는 12일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이 가족사에 대한 의혹 제기 및 비판적 내용을 담고 있는 인터넷 게시글을 명예훼손을 이유로 삭제 요청한 건에 대해 심의를 진행했다. 김을동 의원은 ‘김좌진 장군과 김두한이 친자 관계에 대한 의혹’을 담은 인터넷 게시글에 대한 삭제 조치를 요청하면서 “허위사실로서 한 집안의 가족사를 난도질하고 모든 가족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김을동, 김좌진-김두한 친자 의혹글 삭제 요청)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사진=연합뉴스)

방통심의위, “역사적 인물에 대한 합리적 의심글은 삭제 안 돼”

문제가 된 글에는 단순 의혹 제기 수준을 넘는 각종 근거 자료와 역사왜곡 문제를 비롯 친일 인사·후손의 행적 등을 함께 담고 있다. 통신심의소위는 “김을동 의원을 포함한 가족이 김좌진과 무관하다는 일부 표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김두한의 생모에 대해 김두한 본인이 언론에서 밝힌 내용과 언론기사, 제적등본 등에 기록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 김좌진과 김두한이 관계에 대해 여러 의혹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공적 관심 사안이라는 점에서 누구라도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해당없음’을 결정했다. 

통신심의소위는 “(김을동 의원이 삭제를 요청한 게시글은)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신문, 방송자료 등을 제시하고 있고 김두한 관련 의혹 이외에 친일인사와 관련된 행적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신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고 사료된다”는 입장 또한 밝혔다. 

이날 통신심의소위에서는 ‘삭제’ 조치를 강행해야 한다는 측과 ‘해당없음’을 주장하는 측이 팽팽히 맞섰다. 정부여당 추천 조영기 심의위원은 지난 회의에서 “김두한이 김좌진 장군이 아들이라는 게 일반적으로 통념적으로 인정되고 있다”며 “이 증언된 사실을 가지고, 서로 연도(생모의 이름과 태어난 연도)가 다르기 때문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선조들에 대한 모욕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정부여당 추천 고대석 심의위원도 “역사적인 기록이라는 게 1900년대 초반에 있던 게 정확하게 기록이 됐으리라고 볼 수 없다. 김두한이 김좌진 장군의 아들이라는 게 정설”이라고 입장을 같이 했다. 

반면, 야당 추천 박신서 심의위원은 “(게시글은)공적 인물의 팩트를 가지고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이라며 “그런 부분까지 삭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이다. 특히, 생모 부분에 관해선 이름도 얘기한 부분과 다른 부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장낙인 소위원장 또한 “대체로 김두한 씨는 김좌진 장군의 아들이라고 알고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많지 않다”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시정요구’(삭제)를 한 적이 없다”고 응수했다. 명백한 ‘허위’로 볼 수 없는 이상 삭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정부여당 추천 김성묵 심의위원(부위원장)은 “이 같은 글을 삭제하면 후에 파장이 커질 것”이라며 “공인이라는 걸 감안해서 이 정도의 의혹 글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해 ‘해당없음’ 의견에 동조했다. 

한편, 이날 통신심의소위에서는 해당 글이 김을동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심의위원 3인(장낙인·김성묵·박신서)과 명예훼손으로 삭제 해야 한다는 심의위원 2인(고대석·조영기)으로 갈려, 다수결에 따라 ‘해당없음’이 의결됐다. 해당 게시글은 인터넷에 그대로 남게 됐다. 

손지원 변호사, “다행…공인은 평가와 검증을 감수해야”

이와 관련해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손지원 변호사는 “공인이나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의혹 제기는 표현의 자유가 넓게 보호받아야 하고 명예훼손을 이유로 함부로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민주국가의 당연한 원리”라며 “방통심의위가 이번에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이 글을 삭제 결정했다면 또 한 번 큰 파장을 불러왔을 터인데 이런 것을 잘 고려해서 이번엔 다행스러운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손지원 변호사는 “만일, 해당 글이 삭제됐다면 다른 정치인이나 공인들 역시 언론을 통해 드러난 사실과 다른 주장의 모든 글들을 명예훼손으로 삭제해달라고 할 수 있는 선례가 됐을 것”이라면서 “특히, 공인의 경우 대중의 선택으로 성립되는 지위라는 점에서 스스로에 대한 평가와 검증은 감수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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