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에도 또 오해영, 그냥 오해영 서현진은 여전히 맑음이다. 어쩌면 오해영이라는 캐릭터를 이렇게 잘 살릴 수 있을지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서현진에 놀라고 또 놀라게 된다. 사실 이 드라마는 뻔하면서도 동시에 있을 수 없는 사건들의 연속이다. 물론 캐릭터들 역시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빠져들게 되고, 어느 샌가 오해영과 함께 웃고 울게 된다.

그런데 가만 서현진의 오해영 놀이를 지켜보면서 그 충격에 미처 몰랐던 사실에 새로이 눈을 뜨게 된다. 오해영이란 캐릭터가 분명 소화하기 힘든 것은 분명하지만, 전에 본 적 없는 이런 센 캐릭터를 만들어낸 작가를 돌아보게 된다. 알고 보니 작가도 해영이다. 단지 성이 다른 해영 박해영이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그러자 흥미로운 것들이 보였다. 아니 기억이 났다고 하는 편이 더 맞다. 그것은 두 작품의 작가가 같기 때문이기도 한데, 과거의 그 작품은 바로 <올드 미스 다이어리>다. <올드 미스 다이어리>에 참여했던 박해영 작가다. 또 흥미로운 것은 당시로서도 깜짝 놀랄 캐릭터였던 <올드 미스 다이어리>의 주인공 최미자였던 예지원이 <또 오해영>에 출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최미자 캐릭터의 만렙 버전으로 말이다.

그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기억한다면 이번 드라마 <또 오해영>이 두 배는 즐거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최미자에서 오해영으로의 진화를 보는 즐거움 말이다. 1회에 오해영의 강력한 인상을 심어줬던 장면 중에 자양강장제를 원샷하려다가 뒤로 넘어지는 장면은 오히려 좀 순화된 것이었다. <올드 미스 다이어리>에서 예지원은 회의를 하다가 뒤로 넘어졌다. 그것도 치마를 입은 상태로.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물론 최미자와 오해영은 같으면서 다르다. 둘 모두 슬픈 캐릭터지만 오해영에 와서는 분명 달라진 것이 있다. 생각만으로, 상상만으로 끝나지 않는 당당한 일갈이다. 사실 최미자 캐릭터는 지금 막 나왔더라도 놀랄 수밖에 없는데, 오해영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그런데 그 한 발이 매우 큰 한 발이다.

3회까지의 오해영이 <또 오해영>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진 오해영은 최미자와 다른 큰 한 가지는 바로 당당함이다. 최미자는 요즘 급부상한 프로불참러 조세호보다 더 억울한 존재였다. 겨우 32살인데도 노처녀라고 곱게 미치라는 말을 듣고, 후배들에게는 로맨틱하게 유혹하던 미남피디가 최미자에게는 쿨하게 한번 자자고 한다. 모두가 최미자에게는 함부로 대한다.

그런 면에서는 오해영도 비슷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고교시절 같은 반에 있던 또 다른 오해영에게 쏠린 일방적이고도 잔인한 환호에, 이 오해영은 그냥 오해영으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사회에 나온 오해영에게는 이쁜 오해영이 없었고, 결혼식 전날 차인 사건만 없었다면 씩씩하고 당차게 사회생활을 해가는 여성이었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술에 취해 넘어져 팔에 깁스를 하고는 왜 그랬냐고 묻는 동네 아주머니에게 “술 먹고 자빠져서”라고 당당하게 말을 한다. 그런가 하면 엄마의 강요로 억지로 나간 맞선자리에서는 매너 없이 대하는 맞선남에게 “내가 너를 일주일 안에 자빠뜨린다”는 말도 거침없이 해댄다. 보통은 여자가 해서는 안 될 말로 여겨지는 것들이 오해영에게는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대사들이다. 억지나 객기가 아닌 존재의 힘이 느껴진다. 그것이 바로 최미자에게서 오해영으로 이어지는 진화이다.

그런데 예지원의 최미자보다 서현진의 오해영은 좀 더 여리다. 대단히 씩씩하게 자신의 아픔을 맞대면하는 태도를 보임에도 안개꽃 다발에서 따로 한 송이만 빼내 화병에 꽂은 것 같다. 그래서 얼른 다른 꽃을 꽂아주고 싶은 충동을 갖게 한다. 오규원의 시 ‘한 잎의 여자’를 떠올릴 정도로 아련함이 최미자와 다른 오해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찾아낸 유사함이 무색할 정도로 다른 이미지다. 그래서 최미자와 오해영의 비교는 더욱 흥미롭다.

<또 오해영>을 <올드 미스 다이어리>의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지만, 최미자와 오해영의 닮고 다른 면들을 찾아가는 것도 이 드라마를 즐기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는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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