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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이런 칼럼 읽지 마소서경제문제의 대부분은 귀족노조가 아니라 1%의 갑에게 있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5.09 18:53

“조선·해운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왜 이익은 사유화(私有化)하고 손실은 늘 사회화(社會化)하느냐고 묻고 있다. 잘나갈 때는 재벌과 귀족노조가 천문학적 이익을 자기들끼리 나눠먹고, 부시로하될 때마다 국민 세금으로 빚잔치를 하기 때문이다. 해운·조선은 단골 환자다. 벌써 1980년대 중반 이후 네 번째 수술이다.”

중앙일보 5월 9일자 신문에 실린 이철호 논설실장의 칼럼 <대통령님, 이런 낙하산 내려주소서>의 한 대목이다. 이철호 실장은 2010년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에게 JAL에 내리꽂아 조종사 노조의 퇴직연금을 30% 삭감하고 직원 1만명을 해고하고 사업장의 30%를 폐쇄한 일을 구조조정의 성공사례로 추켜세우며 우리 사회에도 이런 낙하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칼럼은 보수지식인의 경제관을 드러낸다. 이른바 대기업 강성노조에 불만을 갖는 사람은 이철호 논설실장만이 아니다.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일방 변경을 밀어붙인 박근혜 정부의 핵심인사들은 물론 경제민주화를 보수화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지난 수십년 간 싸워 ‘자본과의 교섭력’을 확보한 집단은 ‘회사가 무너지는데도 탐욕을 부리는 기득권’으로 취급받거나 ‘국가경제를 흔드는 운동권’이라는 비난을 듣는다.

   
▲중앙일보 5월 9일자 30면에 실린 이철호 논설실장의 칼럼

이철호 논설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나모리와 같은 ‘좋은 낙하산’을 삼고초려해 강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이 “귀족노조에게 고통을 분담시키고 국민 분노를 잠재우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같은 개념을 아무래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회장 홍석현) 소유의 다른 언론은 이 개념을 이철호 실장과 정반대로 설명한다. JTBC의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의 이야기다.

“경영부실의 책임이 있는 대주주가 책임을 다하는 대신 마지막 남은 이익까지 긁어갔다는 의혹이 전해지자 금융당국은 즉각 조사에 들어갔지요. 피해자는 결국. 회사를 위해 성실히 일해 온 노동자와 외주 하청 노동자들. 그리고 공적자금으로 부실을 메워야 하는 납세자들. 즉, 우리가 될 것입니다. ‘이윤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그렇게 1%를 위해 99%가 존재하고, 그 1%는 어떤 경우에든 손해 보지 않는다는 후진적 자본주의의 신화는 오늘 다시 실화가 되어갑니다.”

한국경제가 재벌 중심이고, 또 창업자의 시대에서 후계자의 시대로 건너오면서 경영부실이 심각해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오너 일가들이 기업을 자신의 곳간처럼 여기고 구조조정 직전에 주식을 팔아치울 만큼 꼼꼼하다는 것도, 그들이 큰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한국사회의 문법을 몸으로 느끼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껏 이래왔고, 지금도 이렇다. 그리고 그만큼 불만도 쌓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손을 놨다. 법인세 인상, 금융거래세 도입, 원청의 사용자 책임 강화 같은 요구가 쏟아지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역주행 중이다. 정부는 장기저성장 시대에 맞는 성장전력을 세우지도 않았다. 오너 일가의 배당을 제한하는 규제도 만들지 않았다. 위기에 대비한 사회안전망도 구축하지 않았다. 배당을 확대하면 개미주주들의 소득이 늘어나 내수가 살아나고, 치킨집 사장님보다 파견노동자로 일하는 게 낫다는 황당한 생각을 하는 게 이 정부의 수준이다.

오히려 이 정부는 위기란 위기는 모두 노동조합을 위축시키고 복지를 축소하기 위한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 노동몫을 줄여 위기를 극복하자는 식의 구호만 외치고 있다. 지금 정부와 자본이 외치는 ‘구조조정 골든타임’은 ‘노동조합 킬링타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부의 경제인식을 바라보는 노동의 시선이 싸늘한 것도 이런 이유다. 대통령이 이철호 논설실장 칼럼 류의 글과 보고서를 읽을수록 경제문제를 풀리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감히 제안한다. 구조조정을 할 때에도 돈보다 중요한 게 사람이다. 사람을 살리고, 기업에게 근본적인 책임을 지울 시기다. 2014년 기준 세전이익을 내고도 각종 비과세 감면 제도와 규제완화를 통해 법인세를 면제받은 곳이 전체 법인의 12.6%(6만9278곳)나 된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홍순탁 정책위원 분석에 따르면, 법인세를 기업소득으로 나눈 유효세율은 2007년 17.2%에서 2015년 12.9%까지 떨어졌다. 법인세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그리고 시야를 좀더 넓히자. 주주와 오너 일가가 기업의 이익을 사유화하고, 기업은 이들의 이익에 복무하기 위해 노동을 옥죄고 있다는 것이 지금 시민들이 인식하는 ‘경제’다. 2007~2008년 금융위기 이후 평범한 시민들이 자신을 ‘99%’와 ‘을’로 호명하며, 불만과 적대를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기업이 99%와 을에게 위험과 손실을 외주화한 결과다. 지금 우리 정부가 해결해야 할 경제문제의 대부분은 1%의 탐욕과 갑의 횡포에 있다.

만약 주변에 있는 관료와 지식인들이 이철호 논설실장와 같은 보고서만 올린다면 해외로 눈을 돌려도 된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의 문제의식은 과연 무엇인지,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메시지는 무엇이고 프랑스의 청년들이 왜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며 밤샘시위를 하는지, 세계적 하청체계의 중심인 중국에서는 얼만큼 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하는지, 스페인의 높은 실업률이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말이다. 그 동안 청와대도 박 대통령이 영어·프랑스어·중국어·스페인어까지 잘한다고 자랑하지 않았던가….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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