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후속이라는 기대와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국수의 신>이었지만 기대보다는 부담이 더 커 보인다. 7%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니 <태양의 후예>가 오히려 비정상적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 최근 월화수목 드라마들은 낮은 시청률 속에 저성장 경쟁을 하고 있으니 <국수의 신>만 딱히 부진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화제성도 그렇고, 앞으로의 전개에 따라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초기 4회까지의 흐름을 보면 아이러니한 단면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돌 바로와 조재현으로 이어지는 절대 악인의 모습은 화제성을 높이는 데는 두 말할 것 없는 일등공신이었지만, 오히려 시청률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보인다. <태양의 후예>로 한껏 달콤해진 눈에 어둡고 칙칙한 일들만 이어지는 전개에 쉽게 적응하기도 어렵고, 적응하기도 싫었을 것이다.

KBS2 수목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

물론 근본적으로 복수를 다룬 드라마인 만큼 앞으로도 어두운 분위기는 계속해서 유지될 수밖에는 없다. 그렇지만 그 어둡고 우울한 상황으로 멀어졌던 여성 시청자들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다는 기대마저 없지는 않다. 그 기대가 되는 인물은 바로 이상엽이다.

천정명, 정유미, 이상엽 그리고 김재영은 어릴 적 보육원에서 만나 우정을 키운 그야말로 절친들이다. 그들 중 홍일점인 정유미는 자연 세 남자친구들에게는 우정 이상의 감정이 있으며, 그것을 또 속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이상엽이 연기하는 박태하의 캐릭터가 무척이나 돋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

앞서 2회에 친구 천정명을 찾으러 마산으로 가는 동안 우연히 만난 공승연과 잠깐이지만 마치 구원과도 같은 케미를 보였던 이상엽이었다. 분명 도둑으로 보이는 이상한 여자에게 당하기만 하는 박태하의 모습은 얼핏 “미인, 노인과 아이는 보호해야 한다”던 유시진을 떠올리게 한다. 이 드라마의 특성상 그런 대사들은 없겠지만 얼굴과 행동으로 대사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KBS2 수목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

예컨대 4회에 이상엽은 아주 강렬한 모습을 남겼다. 정유미는 강간하려는 원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다가 그만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상엽은 그런 정유미를 대신해서 죄를 뒤집어썼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면회실에서 정유미를 만나고 감방으로 돌아와서는 “지금까지 니들에게 기었던 건 얼굴에 상처가 나면 안 되기 때문이었어. 상처 보면 울 사람이 있었거든. 죄책감에 하루도 편히 못 살 사람. 그런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감방 고참들을 단숨에 때려눕혔다. 그 사람이 정유미인 것을 말할 필요도 없다.

KBS2 수목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

유시진 대위의 대사처럼 부드럽지도 않고, 표현도 거칠어도 멜로는 멜로다. 게다가 정유미는 천정명을 바라보고 있으니 슬픈 멜로다. 그래도 이 무거운 드라마에서 이상엽 홀로 하는 멜로라도 어디인가. 또한 아직은 베일에 싸인 조재현을 노리는 또 다른 인물 공승연과 얽힌 이야기들도 기대가 된다. 결국 부모의 원수에게 복수하려는 천정명보다 이상엽의 캐릭터가 좀 더 복잡하고, 좀 더 비극적이다. 달콤할 것 같은데 또 누구보다 슬픈 박태하. 이런 캐릭터에 이상엽이라면 기대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