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올해 3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이석태, 이하 특조위)는 두 차례의 청문회를 개최했다. 특조위는 △정부가 복원한 항적도는 인위적으로 재구성됐고 △ VHF 교신의 음성 녹음은 고의적으로 편집됐으며 △감사원과 검찰에 제출된 공용무선망 녹취록은 서로 다르고 △해경 123정은 먼저 구조한 사람이 선원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퇴선명령을 여러 차례 했다는 123정장의 거짓 인터뷰를 지시한 것은 해경 지휘부이며 △해경 지휘부는 배 안에 승객이 있는 것을 알고도 아무도 퇴선 지시를 하지 않았고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대기 방송을 지시한 것은 청해진해운이었으며 △국정원과 청해진 해운은 특수관계였고 △ 세월호는 적어도 9개월 이상 유실방지대책 없이 방치됐고 △인양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등 10가지의 사실을 밝혀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을 필두로 한 정부여당은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기간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빠른 종료’를 압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46개 언론사 보도·편집국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특조위가) 6월에 마무리가 된다면 그동안 재정이 150억원 정도 들어갔고 그것을 정리해 서류를 만들어 쭉 해 나가려면 거기에 보태서 재정이 들어가겠죠. 인건비도 50억 정도 썼다고 알고 있다. 이렇게 하고 있는 와중인데 이것을 연장하느냐 하는 그런 문제가 나와서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종합적으로 협의해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조위를 구성하는 근간이 된 특별법 발효 시점 2015년 1월 1일을 곧 특조위 활동 시작기간으로 보고 1년 6개월이 지난 2016년 6월을 활동 종료시점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게다가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라며 특조위에 또 다시 ‘세금도둑’이란 프레임을 씌웠다.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지원받지 못한 데다 보수언론과 어버이연합으로 대표되는 보수단체들의 맹공에 출범 초부터 위태로웠던 특조위는 이제 ‘활동기간’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사회에서 ‘특별법 개정’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3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실·416연대·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참여연대 주관으로 <세월호 참사 2년, 진상규명의 현황과 특별법 개정의 필요성>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참사 초기부터 세월호 유가족 법률대리인을 맡아 ‘세월호 변호사’로 불리다 지난 4·13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박주민 변호사(더불어민주당, 서울 은평갑)는 특조위 활동기간 보장, 특별법 개정, 세월호 선체 관련 정밀 조사권한 보장, 특검 처리, 피해자지원 특별법 빛 시행령 개정 등 세월호 이슈는 19대 국회가 처리할 과제라고 밝혔다.

“세월호 합의 주체였던 19대 국회에서 특검 처리해야”

박주민 변호사는 진상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법의 취지를 생각해보면 특조위 활동기간을 1년 6개월이라는 제한된 시간으로 못박아 둘 것이 아니라 참사의 진상이 철저히 규명될 때까지로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조위 활동의 기산점으로 정하고 있는 “위원회가 그 구성을 마친 날”이라는 법 조문을 근거로 최소한 특조위가 조사인력을 갖춘 2015년 7월 27일을 시작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3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실·416연대·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참여연대 주관으로 <세월호 참사 2년, 진상규명의 현황과 특별법 개정의 필요성>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4·13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박주민 변호사(왼쪽에서 두 번째)는 특조위 활동기간 보장, 특별법 개정, 세월호 선체 관련 정밀 조사권한 보장, 특검 처리, 피해자지원 특별법 빛 시행령 개정 등 세월호 이슈는 19대 국회가 처리할 과제라고 밝혔다. ⓒ미디어스

이어, “특검안도 19대 국회가 처리해야 한다. 특조위는 이미 2월에 특검안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해 놨다. (19대 국회에서) 특검안 이후 과정만 합의한 이유는 특검 요청을 당연히 국회가 의결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검안 처리를 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있었던 합의의 정신과 내용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합의 주체였던 분들이 더 열심히 해서 반드시 (19대 국회 내에서) 의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주민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는 특별한 사람들이 겪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있어 왔던 집약적 모순이 표출된 일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은 온 국민을 위한 일이다.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섰던 19대 국회가 당연히 책임지고 정리하고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태호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조사활동 기간 보장은 법 개정 사항이라기보다는 합리적 법 해석의 문제”라면서도 “여당이 총선 민의 등을 두루 고려해 청와대와 정부가 주장하는 비합리적인 법 해석을 고집하지 않고 상식과 전례에 입각해 특조위가 1년 6개월의 실질적인 조사활동을 하도록 보장한다면 특조위 활동기간 해석에 대한 여야 이견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호 위원은 특조위 활동 시점에 대해 “최초 조사개시는 2015년 9월 21일이었고, 한 발 양보해 특조위에 예산이 지급된 날(2015년 8월 6일)을 기준으로 해도 활동기간은 내년 2월까지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청와대가 특조위원을 임명한 날은 2015년 3월 5일이었고 특조위 조직 구성에 지침이 되는 시행령(대통령령)이 제정·시행된 날은 5월 11일이었다.

이태호 위원은 또한 정부가 선체 인양 후의 계획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천안함은 건지자마자 나사 하나 바꾸지 않고 국민 100만명에게 반 의무적으로 방문하게 해서 교육을 시켰다”며 “국가가 구하지 못한 산 증거인 세월호 선체를 어디다 거치해서 국민들로 하여금 방문하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대통령과 해수부와 여야 정당들에게 공식적으로 여쭙겠다. 인양된 선체를 어떻게 할 계획인지 가족과 국민 앞에 꼭 밝혀 달라”고 당부했다.

“많은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성과를 못 내고 있다는 자책감에 죄송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입을 연 권영빈 특조위 위원(진상규명소위원장)은 정부의 방해와 압박으로 특조위가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정부여당에서 활동기간을 2015년 1월 1일부터 시작됐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거나 문서를 통해 입장을 밝힌 건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예산은 올해 6월 30일까지만 배정돼 있다. (정부) 논리대로 하더라도 종합 보고서 작성 기간 3개월이 법으로 보장돼 있는데 그 지원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권영빈 위원은 “특조위가 정치성향에 흔들리지 않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조사를 하기 위해서라도 과학조사를 해야 하는데 (정부는) 정밀과학조사 예산을 거의 주지 않아 상당히 제약 받고 있다. 또 파견되어야 할 공무뭔 18명도 오지 않았다. 별정직 최고위직인 진상규명국장 임명도 아직 하지 않았다. 이런 의무를 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이) 예산 얘기만 하는 걸 보고 참으로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조위 활동기간은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보장되어야 한다. 특검 역시 기필코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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