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코미디TV가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출연한 <비정상회담>을 편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iHQ가 운영하는 PP들이 여러 차례 새누리당 후보에 유리한 방송을 편성했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최대권)는 2일 코미디TV <비정상회담> ‘나경원 출연편’ 방영에 대해 심의를 진행했다. <선거방송에 관한 특별규정> 제21조(후보자 출연 방송제한등) 제1항은 “방송은 선거일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방송 및 보도․토론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자를 출연시키거나 후보자의 음성·영상 등 실질적인 출연효과를 주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코미디TV는 선거 전 날인 지난달 12일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출연한 <비정상회담>을 편성해 심의안건으로 상정됐다.

IHQ가 운영하는 코미디TV에서 방영된 '비정상회담'

문제는 코미디TV 채널을 운영하는 iHQ의 행보다. iHQ가 운영하는 또 다른 채널 드라맥스(DramaX)는 새누리당 이만기 후보가 출연한 <자기야 백년손님>을 편성해 제재를 받았다. k-star는 <생방송 스타뉴스>에서 은퇴연예인 심은하 씨를 조명하며 남편 새누리당 지상욱 후보의 사진과 총선에 출마했다는 사실을 고지해 물의를 빚었다. 공교롭게도 iHQ가 운영하는 채널 모두 새누리당 후보자에 대한 홍보로 문제가 된 셈이다.

심영섭 심의위원은 “iHQ미디어가 소유한 방송사 편성의 문제”라며 “이번이 벌써 3번째다. 당시 해당 방송사들 모두 ‘미처 몰랐다’라고 해명했는데, 이번에 또 같은 진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iHQ라는 방송사가 선거방송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 같다. 대충 편성하면 되는 것이고 알아서 하라는 식 아닌가”라며 “드라맥스도 그렇고 iHQ가 소유한 채널들 모두 일정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리고 우연찮게 새누리당 후보 3명에 대한 홍보가 논란이 됐다. 문제는 편성 담당자가 아무런 인식 없이 편성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법정제재를 주장했다. 의도성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선거 전날 특정 후보가 출연한 방송을 1시간 이상 노출한 것은 문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선거방송심의위는 코미디TV에 대한 제재 실효성 논란을 두고 입씨름을 벌였다. 김영덕 심의위원은 “iHQ미디어 측에서 선거방송심의위의 제재를 무시한 게 된다”며 “그런데, PP는 일반 제재를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문을 열었다. PP의 경우, 허가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법정제재’를 의결하더라도 지상파와 종편·보도전문채널 등과 재허가 및 재승인을 받아야하는 채널과 달리 감점요인이 없다.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최소한 ‘관계자 징계’ 이상의 제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선거방송심의위의 제재 형평성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코미디TV를 비롯한 해당 채널 모두 iHQ가 운영하지만 엄연히 다른 방송사이기도 했다.

조해주 심의위원은 “iHQ는 진짜 심각하다”며 “무엇보다 코미디TV는 선거에 임박한 상황에서 특정 후보자에 호의적 내용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편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상회담> ‘나경원 출연편’은 지역구 활동에 대한 데이터는 물론,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자막 등을 갈아주기도 했다. 오히려 <자기야 백년손님> 이만기 씨 출연 편 편성보다도 더 심하다”고 지적했다. 조해주 심의위원은 하지만 형평성 등을 고려해 ‘경고’ 제재 의견을 냈다. 박흥식 심의위원은 “이 정도로 ‘관계자 징계’는 과하다”고 입장을 같이 했다. 심의위원들 다수는 “이번에 ‘경고’ 조치하면 iHQ 차원에서도 보완이 될 것”이라면서 의견을 모았다.

반면, 정연정 심의위원은 “케이블이긴 하지만 선거운동 기간 이렇게 한 시간 동안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전면적으로 홍보해준 적이 있나, 코미디TV <비정상회담> ‘나경원 편’ 편성은 이례적인 경우”라고 ‘관계자 징계’ 제재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iHQ는 딜라이브(구 씨앤앰) 자회사로 연예 엔터테인먼트 싸이더스HQ를 비롯해 CU미디어, k-star, 코미디TV, DramaX, 큐브TV, AXN 채널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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