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에 대한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는 현실과 크게 달랐다. MBC의 경우 오차범위 내 앞서는 새누리당 '진박' 후보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해설해 논란을 키웠다. 이에 대해 MBC는 “기자의 실수로 의도성은 없었다”며 “여당에 유리했다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MBC 보도라인에 해당 리포트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최대권)는 2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발표된 여론조사 보도 관련 리포트를 심의했다. 지난달 5일 MBC는 <[MBC 여론조사] ‘총선 D-8’ 오세훈·안철수 우세, 수도권 판세는?> 리포트를 배치했지만 ‘편향’ 논란에 휘말렸다. 심의위원들 다수는 MBC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18조(여론조사) 제6항 “방송은 여론조사결과가 오차범위 내에 있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명확히 밝혀야 하며, 이를 밝히지 않고 서열화 또는 우열을 묘사하여 시청자를 오인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을 중하게 위반했다고 판단, 법정제재 ‘주의’(벌점 1점) 조치를 내렸다.(▷관련기사 : MBC, 오차범위 내 새누리 후보에만 “앞섰다” 보도)

MBC '뉴스데스크' 4월 5일

MBC 오정환 센터장, “의도 없었다…기자가 좋게 쓰려고 했던 게 물의”

MBC는 여론조사 결과 서울 용산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진영 후보보다 3.7%p 앞서는 걸로 나타나자 “(황춘자 후보가) 앞섰다”고 보도했다. 반면, 창원에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보다 3.6%p 높은 지지를 얻은 걸로 나오자 “박빙 승부”라고 보도했다. MBC는 대구에서 새누리당 정종섭 후보가 유승민계 류성걸 후보보다 7.1%p 낮게 나타난 것에 대해서는 또 “접전”이라고 표현했다. MBC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결과가 나온 지역구는 단 4곳에 불과했다. MBC는 응답자들에 ‘누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상하느냐’는 질문을 던진 후 나온 결과를 ‘당선가능성’이라고 보도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선거방송심의위에 의견진술차 출석한 MBC 보도국 오정환 취재센터장은 “의도가 있는 건 아니었다”며 “지난 선거에서 여야 모두 자기네 당이 ‘위기’라고 엄살을 부리고 있었다는 점에서 ‘앞섰다’라는 보도가 특정 당에 유리했다고 보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수였다. 오차범위 내 차이로만 보도하는 것보다는 실제와 가깝게 보도하겠다는 기자의 과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보통 기사를 쓸 때 동어반복을 안 하도록 하고 있다. 이 기자가 여론조사 보도도 같은 것으로 본 것 같다. 그것이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라며 기사를 좋게 쓰려고 했던 것이 물의를 일으켰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자의 실수'로 인정할 만한 사안인지 의문이 제기됐다. 해당 보도에 대해 ‘사전에 데스크의 검토가 없었느냐’는 물음에 오정환 취재센터장은 “물론 차장과 부장이 검토한다”며 “MBC 내 팩트체크팀의 부장과 차장급 기자들이 <뉴스데스크>를 통해 나가는 기사는 사전에 다 본다. 거기서도 걸러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문변호사에 묻기도 하는데, 그 분도 체크를 못해 우스꽝스러운 실수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오정환 센터장의 발언을 통해 MBC 내 심의실에서도 이 같은 여론조사 보도가 잘못됐다는 점이 지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MBC 내 담당 기자와 데스크, 변호사, 심의실 전반적으로 해당 보도의 문제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료=언론노조 MBC본부)

선거방송심의위원들 다수는 MBC <뉴스데스크> 해당 보도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면서 방송사 재허가시 감점 요인이 되는 법정제재 입장을 밝혔다. 선거방송심의위는 과거 유사한 사례에 행정지도를 해왔다는 점에서 제재수위가 높아졌다. 하지만 ‘오차범위’ 관련 표현의 문제만 지적됐을 뿐, ‘당선가능성’ 보도 문제점은 거론하지 않는 등 한계도 노출했다. (▷관련기사 : MBC 뉴스데스크, 악의적이거나 무지하거나)

심의위원들, “‘앞섰다’라는 표현, 효과 있다…MBC 후속조치 없어…경각심 줘야”

조해주 부위원장은 “MBC에서 답변할 때 ‘새누리당이 엄살 부리고 있던 상황이기 때문에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는 걸 싫어한다. 언론보도에서 ‘앞섰다’라고 하는 건 밴드웨건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조해주 부위원장은 MBC <뉴스데스크>에 대한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냈다.

정연정 심의위원은 “선거방송의 표현의 기자의 자율권 침해보다는 선거방송의 공정성과 정당 유불리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해당 기자들은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후보지지율’, ‘정당지지율’, ‘당선가능성’ 여부 등을 들쭉날쭉 선별해 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보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MBC의 경우, 특히 계속해서 (잘못된 보도에 대해)후속 조치가 상당히 미흡하다. 기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회사 차원에서는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며 입장을 같이 했다.

심영섭 심의위원은 “10개 지역구 중 오차범위 내 지역은 4곳”이라며 “그런데, 한쪽은 당선가능성 여부를 짚어 넣고 다른 쪽은 짚어 넣지 않았다. 과거 ‘권고’ 제재를 했다고 하지만 타 방송사에서는 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다”고 말해 법정제재를 주장했다. 이병남 심의위원 또한 “시청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며 “과거 해당 조항위반으로 행정지도(권고) 조치를 했다고 하지만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MBC 측에서는 ‘실수’라고 하지만 제가 볼 때에는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이다. 경각심을 위해 법정제재 조치해야 한다”고 말해 이에 동조했다.

반면, 박흥식 심의위원은 MBC <뉴스데스크>와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것은 ‘오차범위 내’라는 걸 사전에 밝히지 않았다는 것 뿐”이라며 “‘앞섰다’, ‘박빙’ 등의 표현은 (조사결과에 비춰보면)틀린 표현이 아니다. 이 같은 표현은 기자들의 자율에 맡기는 게 맞다”고 행정지도 ‘권고’를 주장했다.

한편, 선거방송심의위는 SBS <3시, 뉴스브리핑>에서 영등포 지역 판세분석을 하며 국민의당 후보를 누락시켰을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후보의 “3등이 뻔한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은 사표가 될 수 있다”는 인터뷰 내용과 자막을 게재한 것에 대해 행정지도 ‘권고’ 제재를 결정했다. KBS1 <뉴스광장 경남>은 밀양을 등 지역구 후보자를 소개하면서 무소속 김춘근 후보를 누락해 ‘권고’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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