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혁 하차 후 6개월 만에 <1박2일> 새 멤버가 채워졌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새 멤버의 이름은 윤시윤 아니 윤동구였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새 멤버 윤시윤의 집으로 무작정 쳐들어가서 <1박2일>의 트레이드마크인 소금물 먹이기부터 했다. 흥미로운 것은 윤시윤이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고 당황하면서도 새 멤버가 아니라 복귀멤버처럼 잘 섞이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6개월을 뜸들인 제작진의 선택에 긍정의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윤시윤을 소개하는 것보다 더 신선했던 것은 아마도 김주혁의 재등장이었을 것이다. 올림픽 공원의 유명한 명소인 홀로 나무 앞에 멤버들을 소집한 제작진은 새 멤버라면서 언덕 뒤에서 인형탈을 쓴 사람을 불러냈다. 멤버들은 당연히 그를 새 멤버 윤시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내 탈을 벗고 얼굴을 드러낸 그는 윤시윤이 아니라 김주혁이었다.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

비록 6개월의 공백은 있었지만 새 멤버를 위한 작은 이벤트를 위해 40대 주연배우 김주혁이 인형탈을 쓰고 등장한 것이었다. 물론 저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미 2년간 <1박2일>에 익숙한 김주혁의 저항은 그저 본래의 캐릭터대로 투덜거림에 불과했고, 이내 탈을 쓰고 등장한 것이었다.

그런 김주혁의 등장에 정작 더 놀란 것은 멤버들이었다. 아주 당연히 윤시윤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김주혁이 나타나자 크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그만큼 반가웠다는 뜻일 것이다. 아무튼 새 멤버를 소개하기 위해서 기꺼이 인형 코스프레를 해준 김주혁 덕분에 윤시윤의 첫 등장은 더 흥미로워졌다. 정작 윤시윤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함정이다.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

어쨌든 김주혁에게 새 멤버의 주소를 받아든 멤버들은 경기도 광주로 향했고, <1박2일> 촬영인지 몰랐던 윤시윤의 집을 습격했다. 여기서부터는 익숙한 모습이다. <1박2일> 공식 합류라고 알고 있는 날의 2주 전이니 윤시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멤버들은 정신을 못 차리는 윤시윤에게 연속으로 소금물과 소금우유를 대접했다.

그러면서도 윤시윤은 연신 즐거운 모습이었다. 마치 알고 당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상황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그 긍정의 힘은 여러 곳에서 발휘되었는데, 가장 강력했던 것은 다섯 개의 봉투 중에서 용돈 10만 원이 든 것을 정확히 골라낸 것이었다. 다섯 개 중에 하나, 20%의 확률은 결코 높다고 할 수 없었다. 정준영을 뛰어넘는 행운의 사나이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

윤시윤 덕분에 멤버들은 <1박2일> 사상 처음으로 1인당 2개의 메뉴를 먹을 정도로 푸짐한 점심을 하게 됐는데, 그것은 멤버들뿐만이 아니라 <1박2일> 전체에 미칠 긍정효과를 기대케 했다. 게다가 해병대를 제대한 지 겨우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윤시윤은 다소 느긋해진 <1박2일>의 버라이어티 정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도 기대할 수 있다. 김주혁의 하차로 큰형의 캐릭터가 왠지 그리웠던 <1박2일>에 막내급 윤시윤의 기용은 의외면서도 타당한 캐스팅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생할수록 시청자들이 알아줄 것”이라는 생각을 피력하는 모습은 즉흥적인 애드리브가 아니라 <1박2일> 합류를 앞둔 윤시윤의 각오였을 것이다. 그런 각오가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그 의욕이 새 멤버답게 <1박2일>에 새로운 활력이 되어주기는 할 것이다. 이로써 6개월 만에 젊은 피를 수혈한 <1박2일>은 좀 더 치고나갈 준비를 마쳤다. 빈자리가 없는 <1박2일>. <제빵왕 김탁구>로 50%라는 시청률 신화를 쓴 윤시윤이 합류한 <1박2일>이 앞으로 어떻게든 변화하게 될 것이다. 그 변화에 대한 기대, 해도 좋을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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