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민주노총은 2016년 세계노동절대회를 맞아 노동자의 명운을 건 투쟁을 선포합니다.
이 투쟁은 경제위기를 불러오고도 책임을 회피하며, 노동자에게만 고통을 전담시키려는 재벌에 맞선 투쟁입니다. 이 투쟁은 몰염치한 재벌을 옹호하기 위해 노동자-민중의 삶을 팽개치는 박근혜 정권에 맞선 투쟁입니다. 이 투쟁은 구조조정에 신음하고 저임금에 고통 받는 모든 노동자를 구하기 위한 투쟁입니다. 이 투쟁은 노동기본권 말살과 민주노조 파괴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입니다”
_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세계노동절대회 대회사

5월 1일 세계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이 1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세계노동절대회 <또 다시 앞으로>를 개최했다. 2만여명(수도권 대회 주최측 추산)의 노동자들이 모인 이날 대회에서는 노조와 노동자를 옥죄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5월 1일 세계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이 1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세계노동절대회 <또 다시 앞으로>를 개최했다. ⓒ미디어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20대 총선 결과는 총파업부터 총궐기까지, 노동개악에 맞서 끈질기게 싸워온 노동자 투쟁의 결과다. 세월호 진실규명을 외면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했던 정부의 반민주-반민생 정책에 대한 국민의 경고”라며 “정리해고-구조조정은 경제위기를 불러온 정부와 자본에겐 면죄부를 주고, 열심히 일해 온 노동자가 그 책임을 모두 지라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최종진 직대는 “지금 필요한 것은 구조조정 칼춤이 아닌, △주35시간 법정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나누기 △제조업강화특별법 제정과 같은 적극적인 고용친화 정책”이라며 “썩은 재벌 체제를 갈아엎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구조조정이다. 노동자는 죄가 없다. 서민이 배고플 동안 750조가 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온 재벌의 책임을 묻고, 미어터지도록 가득 찬 재벌 곳간을 당장 활짝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직무대행이 2016 세계노동절대회 대회사 후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미디어스

지난해 11월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당시 물대포에 맞아 아직도 혼수상태인 백남기 농민이 속해 있는 전국농민회총연합의 김영호 의장도 “국가폭력 책임지고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힘찬 구호로 연대사를 시작했다.

김영호 의장은 “노동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힘이다. 이 세상에 하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딱 2개가 있는데 하나는 밥이고 하나는 노동이다. 그러나 현재 밥이 하늘이고 노동이 하늘인가. 하늘은커녕 지하세계에 갇혀 있지 않나. 하늘에 있는 노동자는 오직 수백일째 고공농성하고 있는 노동자밖에 없고 대부분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끝없이 떨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세계 위기 책임도, 경제개혁 걸림돌도 노동자에게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의 대표를 감옥에 가둬버리고 노동개혁의 이름으로 노동자의 목을 죄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이치가 뒤집어진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싸우고 있다. 2015년 민중총궐기는 그 희망을 만들었다. 올해는 더 큰 힘으로 민중총궐기를 실현해서 반노동 반농민세력에게 철퇴를 놓자”고 외쳤다.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로 논란의 정점에 서 있는 기업 옥시를 언급하며 정부가 시행하려고 하는 ‘공공부문 성과 퇴출제’를 비판했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이용한 국민이 800만명이고 200만명이 피해자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민들은 사과와 보상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옥시에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시험도 하지 않고 안전하다고 인증서가 붙어 있는 것을 방치한 정부당국이다. 그동안 정부는 기업의 규제를 완화한다고 비용을 절감하겠다며 인증과 시험을 담당하고 있는 공공기관을 있으나 마나한 존재로 만들었다. 따라서 공공부문 성과 퇴출제는 한국사회를 더 위험한 사회로 몰아가는 악셀레이터가 될 것이다. (…) 한국사회 공공기관에는 성과퇴출제가 아니라 일자리 만들기가 필요하다.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을 위한 노정교섭에 즉각 나오길 바란다”

금속노조 김상구 위원장은 유성기업과 현대자동차의 노조 압박에 지난 3월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성아산지회 고 한광호 조합원의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43살 한광호는 병든 노모를 모시고 일밖에 몰랐던 평범한 노동자였다. 민주노조를 했던 그가 죽었다. 아니 죽임을 당했다. 바로 유성기업 사장 유시영과 정몽구가 죽였다”며 “이런 재벌들을 놔두면 그 다음엔 제가, 그 다음엔 여러분이 죽임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손으로, 노동자의 힘으로 재벌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그 길에 15만 금속노조가 당당히 진군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총선 민심’ 수렴해 노동개악 멈춰야”

금속노조 조합원이자 안산 단원고 2학년 9반 고 임세희 학생 아버지인 임종호 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벌써 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9명의 미수습자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2년은 저희에게도 길지만 미수습 가족들에게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9명은 분명히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끝까지 책임져야 될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임종호 씨는 “요즘은 분향소에서 유가족들 얼굴을 보는 게 아니라 병원에서 마주치는 얼굴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아픔을 누가 만들었나. 정부와 국가를 믿고 살았던 선량한 국민들이 힘들게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던 정권이었다. 분명히 그 치유는 국가의 책임일 것”이라며 “이 나라 이 땅의 수많은 선한 이들을 보살필 수 있는 그런 20대 국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면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 보장 △안산 단원고 교실 존치 등을 요구했다.

총선 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이 작동할 수 없는 수준인 180석까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이 나온 것과 달리 4·13 총선은 집권여당이 1당을 뺏긴 수준까지 참패했다. 이날 노동자대회에서도 박근혜 정부가 이번 총선으로 드러난 ‘민심’을 읽고 국민의 ‘심판’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의당 노회찬 당선자(경남 창원성산, 오른쪽에서 2번째)가 연대사를 하고 있다. 비례대표 추혜선, 이정미, 김종대(왼쪽부터) 당선자도 함께 했다. ⓒ미디어스

정의당 노회찬 당선자(경남 창원성산)는 “4·13 총선은 무엇보다도 그간 반노동적이었던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이런 민심을 수렴하지 않는다면 그 앞날을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표심을 제대로 받아들여 4대 노동개악법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노동운동하다 억울하게 구속 수감된 사람들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회찬 당선자는 “조선업종 위기 등으로 촉발된 구조조정 바람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어버이연합 뒷돈이나 대 주는 썩어빠지는 전경련이 아니라 노동계 지도자와 만나 대화하고 경제난국을 풀어갈 지혜를 모아내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민주노총과 함께 정의당은 노동자 권익 지키고 함께 투쟁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집회를 마치고 오후 4시 50분께부터 청계광장까지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노동절대회를 통해 △노동개악 폐기-노동부 장관 퇴진 △경제위기 주범 재벌책임 전면화 △최저임금 1만원 쟁취 △주35시간 노동제를 통한 일자리 만들기-나누기 △간접고용-특수고용 비정규직 및 교사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등 5대 투쟁 요구를 밝혔다.

세계노동절대회 <또 다시 앞으로!>가 열린 서울 종로구 대학로 외에도 인천 부평역 쉼터공원, 충북 상당공원, 대전시청 남문광장, 충남 온양온천역 광장, 전북 새누리당 전북도당, 광주 5·18 민주광장, 전남 순례 조례호수공원 및 목포 노동청 앞, 대구 반월당 네거리, 경북 구미 아사히글라스, 부산역 광장, 울산 태화강역, 경남 창원 정우상가, 강원 원주역 광장, 제주 탐라문화광장에서 노동절(5월 1일) 전후로 크고 작은 집회와 행진이 이루어졌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카트를 세계노동절대회에 참석했다. ⓒ미디어스
정의당은 '최저임금 1만원 노동개악 폐기'라고 쓰인 애드벌룬을 띄웠다. ⓒ미디어스
반올림은 삼성이 언론,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을 마리오네뜨로 조종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미디어스
집회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1만원이라고 쓰인 손피켓을 들고 있다. ⓒ미디어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도 노동절 집회에 참여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청계천으로 행진을 이어가던 중 마이크를 들고 KBS가 어버인연합 게이트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며 권력에 대한 KBS의 보도가 불공정하다고 꼬집었다. ⓒ미디어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카트를 끌고 행진했다. ⓒ미디어스
현대차의 노조파괴 공작이 있었던 유성기업에서 또 한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금속노조는 노동절 집회와 행진에서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과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미디어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정부와 자본이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며 노동개악과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미디어스
금속노조가 방송차량에 붙인 선전물. “재벌 곳간 열어라” ⓒ미디어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