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보우덴을 꺾고 승리를 거뒀던 기아는 100승 투수 장원준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전날 실책으로 패배를 불렀던 오재원이 이번 경기에서는 각성한 경기력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좋은 수비에 이어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결정적인 투런 홈런으로 이번 경기의 MVP가 되었다.

장원준과 지크 선발 맞대결, 오재원의 각성이 승리 이끌었다

두산이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1위를 질주하는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 전날 어이없는 실책으로 패배의 빌미가 되었던 오재원이 하루 만에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는 사실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호수비와 함께 결정적인 홈런까지 쳐내며 팀 승리를 이끈 오재원의 활약이 곧 두산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장원준과 지크의 선발 맞대결은 흥미로운 투수전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했다. 100승 투수가 된 장원준과 좋은 피칭을 꾸준하게 이어가는 지크라는 점에서 마운드의 대결이 야구의 재미를 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언제나 야구는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만들고는 한다.

이번 경기는 시작부터 기아에게는 불안했다.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안타를 내주었지만 2루에서 도루를 잡아내며 분위기를 차단하는 듯했다. 하지만 박세혁을 볼넷으로 내준 것이 아쉬웠고, 민병헌에게 안타를 내주며 추가 실점 상황에 몰렸다. 이 상황에서 오재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양의지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는 듯했다.

두산 선발 장원준, KIA 선발투수 지크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아의 새로운 유격수 김주형은 평범한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이없는 송구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다리가 빠르지 않은 양의지라는 점에서 편안하게 송구를 해도 좋은 상황이었지만 어설픈 송구는 필이 겨우 뛰어 올라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이후 빠르게 홈 송구를 통해 민병헌을 홈에서 잡은 것은 다행이었다.

2회에도 두산은 기회를 잡았다. 오재원의 유격수 땅볼을 김주형이 이번에는 큰 실책 없이 송구에 성공했지만 합의 판정으로 세이프가 되고 말았다. 노련한 유격수와 비교해 이런 세밀한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김주형의 수비는 대안을 찾기 전까지는 올 시즌 기아가 품고 가야만 하는 문제가 되고 말았다.

1회와 마찬가지로 안타를 내준 후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주고, 허경민의 번트에 이어 다시 한 번 류지혁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 상황까지 몰리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1번 정수빈을 1루 땅볼을 유도한 것은 중요했다. 만루 상황에서 필은 홈을 선택했고, 실점을 막은 지크는 박세혁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최악의 상황에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아내는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큰 실점 위기를 벗어나자 기아는 기회를 잡았다. 2회 말 나지완과 이범호가 연속 안타로 출루하고 김주형이 볼넷을 얻어나가며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 상황에서 김다원이 중전 적시타를 치며 동점을 만들며 대량 득점을 예고했다. 통상 만루 상황에서 첫 타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김다원의 적시타는 자연스럽게 추가 득점을 기대하게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비실력의 차이였다. 이성우의 유격수 땅볼을 류지혁이 잡아내기는 했지만 정상적인 수비로는 주자를 잡아내기 어려웠다. 이 상황에서 류지혁은 글러브 토스를 통해 2루수 오재원에게 연결했고, 맨손으로 잡아 2루 터치 후 1루로 던져 병살로 만들어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김주형이 두 번의 수비로 실점과 함께 불안한 상황을 만든 것과는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류지혁과 오재원의 이 환상적인 수비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2루 주자도 겨우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 병살이 된 상황은 겨우 2-1로 역전을 시키는 데 만족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량 득점이 가능했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자 두산은 즉시 3회 공격에서 반격했다. 선두타자인 민병헌이 큼지막한 2루타로 포문을 열고 1사 2루 상황에서 양의지가 3루 라인을 타고 흐르는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오재원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김재환을 삼진으로 잡은 후 허경민에게 펜스를 직접 맞추는 적시타를 내주고 2-3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2회와 3회 양 팀의 서로 다른 흐름은 결국 이번 경기 승패를 좌우하는 이유가 되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4회에는 양 팀의 환상적인 수비가 하나씩 나오며 흐름을 끊어주는 역할을 했다. 이범호는 발 빠른 정수빈의 강하게 잘 맞은 타구를 다이빙을 하며 완벽하게 잡아낸 후 빠른 1루 송구로 잡아내 지크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 유격수 김주형이 잡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경우 정수빈의 발을 생각하면 1루에 세이프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범호의 호수비는 중요했다.

두산 역시 호수비로 화답했다. 1사 상황에서 김주형의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로 흐르는 안타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두산의 유격수 류지혁이 몸을 날려 잡아낸 후 완벽하게 1루 송구를 하며 안타성 타구를 잡아낸 장면은 압권이었다. 만루 상황에서 장원준을 구하더니, 다시 한 번 안타가 될 수도 있는 타구를 잡은 류지혁의 수비는 최고였다.

호수비가 나온 직후 다시 득점이 나왔다. 5회 선두타자인 오재일을 볼넷으로 내준 지크는 1사 후 오재원에게 투런 홈런을 내준 것이 뼈아팠다. 이번 경기에서 4회를 제외하고 매 이닝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는 점에서 오재일에게 내준 볼넷이 아쉬웠다.

어제 결정적인 실책으로 팀을 위기에 몰아넣었던 오재원은 이번 경기에서는 호수비에 이어 결정적인 홈런 한 방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기아 역시 5회 말 공격에서 1사 후 윤완주가 시즌 첫 홈런을 쳐내며 따라갔지만 거기까지였다. 오재원과 같이 둘 다 시즌 첫 홈런이었지만 주자가 있고 없고의 차이에서 점수 차는 났고 이후 공격에서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기아는 승기를 잡아가지 못했다.

윤완주의 시즌 첫 홈런으로 3-5까지 추격한 기아는 2사 상황에서 김호령이 안타로 포문을 열고 필과 나지완이 연속 볼넷을 얻으며 다시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믿었던 이범호가 3루 땅볼로 물러나며 최소한 동점을 기대했던 기아에게 아쉬움을 더해주었다.

기아는 6, 7회 좋은 수비를 통해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이끌어간 것은 중요했다. 언제나 수비는 일품이었던 김호령의 호수비와 홈런까지 쳤던 윤완주의 안정적인 2루 수비 등 실책 없는 호수비는 야구를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두산의 박건우의 호수비 역시 기아로서는 아쉬웠지만 야구 자체의 재미를 높인다는 점에서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두산 오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8회 두산은 다시 달아나는 점수를 뽑았다. 좋은 수비를 보였던 박건우가 선두 타자로 나선 안타를 치고, 허경민의 번트와 김재호의 2루 땅볼로 주자는 2사 3루가 되었다. 다시 문제는 볼넷이었다. 정수빈을 잡지 못하고 1루로 내준 후 도루까지 허용한 상황에서 기회는 올 시즌 첫 출전한 홍성흔에게 주어졌다.

전 타석에서 병살타로 물러났던 홍성흔은 두 번째 타석에서 1루 라인을 타고 흐르는 적시타로 2점을 추가하며 달아나게 했다. 기아가 8회 말 공격에서 2점을 뽑은 것을 생각해보면 홍성흔의 적시타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기아는 나지완과 김주형의 연속 안타에 이어 2사 상황에서 대타로 나선 신종길의 적시타로 2타점을 뽑아내는 것까지는 좋았다.

두산이 대타 신종길을 막기 위해 정재훈까지 마운드에 올렸지만 이를 넘어서며 추격하는 점수를 뽑은 것까지 좋았다. 하지만 백용환 대타는 실패로 끝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지속적으로 대타 작전에 실패해왔던 기아로서는 신종길의 적시타가 그나마 큰 위안으로 남았을 듯하다.

2점 차이에서 2사 후 필이 안타를 치며 기회를 잡았지만 나지완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기아는 2점차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전날 보우덴을 넘어서며 연패를 끊고 승리를 얻었던 기아로서는 무척이나 아쉬운 경기였다. 역전이 가능한 순간 두산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너진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아와 달리 두산은 적절한 순간 득점을 만들어냈고, 호수비로 기아 공격의 맥을 끊으며 승리를 가져갔다.

일요일 경기 양 팀은 다시 한 번 최고의 선발 카드를 내세운다. 니퍼트와 양현종 카드는 양 팀이 낼 수 있는 최상의 선발이다. 두 투수 모두 4번의 퀄리티 피칭을 하고 있지만 니퍼트는 이미 5승을 챙겼고, 양현종은 아직 첫 승 신고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과연 두 투수의 운명은 누구에게 미소를 보낼지 궁금해진다. 한화에게 연패를 당하고 1위 두산과 1승1패를 나눈 기아가 과연 에이스 양현종의 불운을 씻고 위닝 시리즈를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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