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대전에서 한화에 연패를 당하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선발 투수들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한 타선으로 인해 기아는 2연패를 하고 1위 팀 두산과 홈 3연전을 맞이해야 했다. 윤석민까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지난 경기에서 힘겹게 승리 투수가 된 한기주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했다.

탄탄했던 두산의 연이은 실책과 한기주 노련한 투구가 승패 갈랐다

야구는 정말 알 수 없다. 꼴찌 한화를 상대로 압승이 예상되었던 기아는 대전에서 우천 취소 한 경기를 제외하고 연패를 당했다. 이길 수 있는 경기였지만 타선이 침묵하며 무너졌다. 호랑이를 잡은 독수리들이 사자들마저 잡으며 시즌 첫 3연승을 올린 것을 보면 야구는 절대 기록만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경기다.

올 시즌 가장 완벽한 투구를 한다고 평가받고 있는 보우덴과 부상에서 돌아온 한기주의 선발 대결은 두산이 우세했다. 더욱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완벽한 투타의 힘으로 1강 체제를 굳히고 있는 두산을 상대하는 9위 기아의 대결은 당연하게도 두산의 압승이 예상되었다.

1회부터 양 팀은 득점 기회를 잡고도 득점을 하지 못했다. 기아는 1회 투아웃 상황에서 민병헌과 오재일의 연속 안타를 맞으며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양의지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으며 위기를 벗어난 한기주. 말 공격에서 기아는 두산처럼 기회를 잡았다.

두산 선발투수 보우덴 (연합뉴스 자료사진)

선두타자로 나선 김주찬이 안타를 치고 1사 후 필이 안타를 치고 나가며 득점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나지완이 삼진을 당하며 2루로 달리던 필을 잡기 위해 공은 2루로 향했고, 이 상황에 김주찬이 홈으로 뛰어들었다. 어차피 승부를 벌여야만 했던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김주찬의 과감함은 문제가 아니었다. 아쉽게 아웃이 되었지만 말이다.

2회 다시 안타와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낸 한기주는 김재호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선취점을 줬다. 하지만 기아 역시 독기를 품은 듯 바로 반격에 나섰다. 선두 타자인 이범호가 안타를 치고 서동욱의 2루 땅볼을 오재원이 실책을 하며 이번 경기의 핵이 되고 말았다.

이 실책은 동점으로 이어졌고, 이후 오재원의 추가 실수는 역전의 이유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 경기 승패는 오재원이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이 희생플라이로 점수를 얻었던 기아 역시 이성우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얻어냈다. 더블플레이 상황에서 실책은 결국 동점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3회에도 한기주는 안타와 볼넷 등을 내주기는 했지만 실점은 하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해나갔다. 한기주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막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기회는 기아가 잡았다. 5회 기아는 1사 후 김주찬이 안타를 치고 나간 후 김원섭의 2루 땅볼로 이닝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오재원은 어이없는 실책으로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주자를 모두 살려내고 말았다.

필 시프트가 걸린 상황에서 잘 맞은 필의 타구를 오재원은 다시 한 번 2루 베이스 뒤에서 놓치고 말았다. 안타로 기록이 되었지만 시프트가 걸려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재원의 실책이 더 유력해 보인다. 이 안타는 역전 타점이 되었고, 나지완의 좌익수 희생플라이에 이어 이범호의 홈런성 2루타는 결정타였다. 5회에만 3점을 올린 기아는 그렇게 4-1로 경기를 뒤집었다.

기아가 3점이나 올리자마자 두산도 반격에 나섰다. 6회 초 선두 타자인 양의지가 안타를 치고 나갔고, 오재원을 외야 플라이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다. 하지만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주고 대타 박세혁과 대결에서도 볼넷을 주며 1사 만루를 만들어주고 말았다.

1사 만루 상황에서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얻어냈던 김재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기주의 역할은 끝났다. 이어 나온 임기준은 정수빈을 2루 뜬공으로 잡으며 만루 상황을 정리해냈다. 6회 이 상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기아는 승기를 잡았다.

KIA 타이거즈 선발 한기주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기주는 5와 2/3이닝 동안 90개의 투구수로 5피안타, 1탈삼진, 5사사구, 1실점을 하며 시즌 3승을 올렸다. 두산의 선발인 보우덴은 6이닝 동안 99개의 공으로 6피안타, 6탈삼진, 2사사구, 4실점, 1자책으로 첫 패전 투수가 되었다. 투구의 질만 보면 보우텐의 우세였지만 결정적인 실책이 두 선수의 승패를 갈랐다.

한기주가 시즌 3승을 올리기는 했지만 아직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 강속구 투수에서 제구력을 앞세운 투수로 변신했지만 볼넷이 너무 많다는 점에서 이를 줄여나가는 것이 과제가 될 듯하다. 자신의 생일날 자축하듯 선두 두산을 상대로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된 한기주는 그렇게 잃었던 기억을 되찾으며 점차 새롭게 완성된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두산은 8회에도 볼넷 3개로만 만루로 만든 상황에서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두 번의 만루 상황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한 두산으로선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기아는 한기주의 호투에 이어 임기준과 홍건희가 역투를 보이며 불안하고 약한 불펜을 단단하게 채워줬다.

절대적으로 보였던 두산은 기아를 만나 최악의 경기를 했다. 가장 실책이 적은 팀 중 하나인 두산이 말도 안 되는 실책을 연발하며 무너졌다. 그렇게 강했던 타선 역시 이 경기에서는 무기력했다. 마운드에서 분노하며 심판과 언쟁을 벌인 보우덴이 정말 화내고 싶었던 것은 어처구니없는 실책을 연발한 오재원이었을 수도 있다.

한화와의 원정 경기에서 말도 안 되는 경기력으로 연패를 당했던 기아는 선두 두산을 홈으로 불러 첫 경기를 잡았다. 장원준과 지크가 맞대결을 하는 토요일 경기에서도 우세를 점하기는 어렵다. 수많은 변수들 중 타격감을 끌어올린 기아와 실책으로 자멸한 두산. 과연 연승과 반격 중 누가 우위를 점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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