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대중문화를 이끌고 있는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되고 있습니다”
_ 28일 KBS <뉴스9>

“지상파 방송에 대한 중간광고 금지는 군사정권 시절 TV 채널이 3개밖에 없을 때 도입됐는데요. 한류 확산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규제를 풀어야 할 때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_ 28일 MBC <뉴스데스크>

“한류의 주역인 지상파 방송사들의 재정 여건이 나빠지면서 콘텐츠 경쟁력까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류 재도약을 위해선 지상파 방송사들에게도 '중간 광고'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_ 28일 SBS <8뉴스>

모처럼 지상파 3사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 28일 한국광고산업협회가 주최하고 KBS, MBC, SBS 지상파 3사의 후원으로 개최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위한 특별 세미나> 소식을 전하며 지상파에도 중간광고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버이연합이 집회를 열면서 일당 2만원 알바를 고용했다는 시사저널 특종 이후 전경련~어버이연합~청와대의 수상한 관계가 하나씩 파헤쳐지고 있는 와중에도 굳건하게 최소한만 전해 온 그간의 행태를 돌아보면, 지상파 3사가 입 모은 ‘중간광고 필요성’ 보도가 얼마나 기민하고 성의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어버이연합’ 보도 외면하다시피 한 지상파 3사

시사저널은 지난 11일 <[단독] 어버이연합, 세월호 반대 집회에 알바 1200명 동원 확인>(링크)에서 어버이연합이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세월호 반대 집회를 39번 여는 동안, 알바 1259명이 동원됐다고 단독보도했다. 시사저널은 또한 청와대 허현준 행정관이 어버이연합에 집회를 하라고 부추겼다는 정황을 보도(링크)하기도 했다. JTBC는 19일 <[단독] 전경련, 어버이연합에 거액 입금 의혹…확인해보니>(링크) 보도를 시작으로 어버이연합이 어떤 식으로 전경련과 기업, 정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는지를 집중 보도했다.

시민단체를 자처하는 어버이연합의 집회를 청와대가 ‘기획’하고 경제단체가 ‘돈줄’이 되어주었다는 보도는 그 자체로 파급력이 컸다. 임기 말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어버이연합 게이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지상파 3사는 어버이연합 보도에 무척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공영방송 KBS, MBC에서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민언련이 28일 발표한 <‘어버이연합 게이트’ 신문‧방송 보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4월 17일부터 4월 27일까지 총 11일 간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는 어버이연합 소식을 각각 0.5건, 1건, 3건 보도했다. SBS <8뉴스>가 21일 첫 보도를 해 3사 중 가장 빨랐다. KBS, MBC는 어버이연합 관련 보도가 처음 나온 지 11일째이자, 전경련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지 7일 만인 26일에서야 겨우 단신과 리포트를 1건씩 방송했다.

그동안 한국 사회 주요 이슈를 다룰 때 어버이연합을 ‘보수의 주요 세력’으로 치켜세웠던 조중동도 KBS, MBC보다 첫 보도 시점이 빨랐다. 중앙일보는 4월 21일, 조선일보는 4월 22일, 동아일보는 4월 23일이었다. 4월 18~28일 총 11일 간의 보도를 보면, 중앙일보가 7건으로 가장 보도량이 많았고 조선일보(4건), 동아일보(2건)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경향신문은 사설 5건을 포함해 총 41건을, 한겨레는 사설 4건을 포함해 총 37건을, 한국일보는 사설 1건을 포함해 총 23건을 보도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어버이연합 소식을 4월 20일 처음 보도했고 한국일보는 4월 22일부터 보도를 시작했다.

4월 2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보도

지상파 3사가 지금 가장 ‘뜨겁고’ ‘민감한’ 이슈에 몸을 사려왔던 경우는 사실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MB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이런 사례는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 보도 축소의 강도도 세지는 상황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세월호 참사, 정윤회 문건 유출 파동, 성완종 리스트 등 KBS, MBC가 정권이 불편해 할 만한 사안을 소극적으로 보도해 온 과거와 비교해도, ‘게이트급’ 특종을 수일 동안 마치 없는 일인 양 침묵한 이번 사례는 상태가 더 심각하다. 더구나 KBS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전경련과 어버이연합 유착 의혹을 인용보도한 기자를 갑작스레 교체해 사내 안팎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반면 지상파 3사의 이해가 걸려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전달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고, 권력을 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은 뒤로 한 채 ‘제 몫 챙기기’에만 매달리는 셈이다.

“한류와 대중문화를 이끌고 있는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되고 있”고, “한류 확산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규제를 풀어야 할 때라는 의견이 많”으며, “한류의 주역인 지상파 방송사들의 재정 여건이 나빠지면서 콘텐츠 경쟁력까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왜 그보다 더 오랫동안 꾸준히 나오는 ‘보도 제대로 하라’는 지적에는 이렇게 무감각할까. 언론시민단체, 학계, 내부 구성원, 시청자들까지 현재의 지상파 보도를 질책하고 있는데도, 언제까지 이런 목소리를 ‘일부 삐딱한 시선을 가진 소수에게서 나오는 것’이라고만 치부할 것인지 궁금하다. ‘알아야 할’ 중요 사안에 집요하게 매달려 진실에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왜 이렇게 보도를 똑바로 하지 않느냐’는 비판에 대한 해명 준비에 더 공을 들이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볼 일이다. 요즘 분위기로 봐서는, 지상파 3사가 이에 대한 해명의 필요성을 고민이라도 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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