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제한적 중간광고의 허용. 주말, 예능 우선 적용 후 시행 단계에서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단계적 중간광고 재개 → 둘째, 단계적 중간광고의 재개. 1차년도 시범 운용 후 2차년도 보도·아동 프로그램 제외 본격 실시, 3차년도 전면 허용 → 셋째, 차등적 중간광고의 시행. 지상파TV와 유료방송의 차이를 두도록 배려. 예컨대 3차년도 전면 허용시, 유료방송에서 보도프로그램에 도입 가능

28일 오후 프레스센터 18층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위한 특별세미나>에서 나온 방송광고 규제완화에 관한 정책제언이다. 발제를 맡은 이희복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광고산업 활성화 △방송사의 재원 조달 △미디어정책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해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이 세미나는 한국광고산업협회가 주최했고, KBS MBC SBS가 후원했다. 현재 법으로 중간광고가 금지된 매체는 지상파뿐이다.

▲4월 2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18층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위한 특별 세미나>의 발제자와 토론자들. 세미나 발제는 이희복 상지대 교수, 김상준 한국광고연수고 소장이 맡았다. 토론자로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 정두남 코바코 박사, 곽혁 광고주협회 상무, 문철수 한신대 교수, 이귀옥 세종대 교수, 하행봉 광고산업협회 전무가 참석했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지상파방송사들이 규제완화 요구를 하기에 ‘호기’(good time)다.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가 됐고, 내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원군의 양과 질을 지금보다 끌어올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최근 ‘청와대가 7월 방송통신위원장을 친박 정치인으로 교체할 것’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상임위원 후보 명단이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돌아다니는 이유도 이 같은 위기감을 드러낸다. 위기의 강도만큼 언론의 몸값은 올랐다.

물론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언론을 관리한 정황은 있다. 방통위는 2월 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비공개 워크숍을 통해 ‘KBS 수신료 징수 기기 확대’와 함께 ‘지상파 중간광고 단계적 허용’ 등을 논의했고, 방송사 소유제한 규제 완화도 검토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3월 들어 두 차례 지상파방송사를 비공개로 접촉하고, 종합편성채널 4사와 보도전문채널 2사를 연이어 만났다. 또한 최 위원장은 총선 직전 추가적인 방송광고 규제 완화를 공개적으로 예고했다.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가면 방통위는 광고 유형별 규제를 없애고 광고의 총량만을 규제하는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때마침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패배로 규정할 수 있는 총선 결과가 나왔고, 지상파가 정부여당을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중간광고 규제완화의 경우,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 제59조를 개정하면 된다. 박근혜 정부가 야당과 시민사회가 반대하는 정책을 ‘시행령 정치’로 밀어붙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통위원장 교체설과 함께 다시 거론되는 중간광고 허용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친박 정치인이 방통위로 옮겨와 내부 반대에도 시행령 개정을 강행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새로운 명분은 없다. 이희복 교수가 정리한 ‘중간광고 재개의 당위성’(사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지상파는 중간광고를 했으나 1974년 정부 규제로 중단해야 했다)은 이렇다. △종편이 저렴한 광고비용으로 광고주에게 어필하지만 지상파는 엄격한 규제 때문에 광고매출이 하락하고 있고 △지상파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방송산업 활성화를 구조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정부가 지상파에 공적책무를 맡긴 만큼 안정적 재원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고 △중간광고 시청은 보편적인 현상이라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다.

이희복 교수는 “미국·일본드라마 등 해외 콘텐츠에 익숙한 시청자에게 미국·일본과 상이한 광고규제는 오히려 혼선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함께 (해외콘텐츠에 익숙하고 VOD로 방송을 보는) 새로운 시청행태에 맞춰 지상파의 방송광고제도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광고 매출이 감소해 한류 콘텐츠 등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지 못하고, 한국은 중국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생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게 이 교수 주장이다. 그는 결국 이 피해는 시청자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진단에도 전망에도 문제가 많다. 우선 새로운 유료방송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OTT와 VOD가 확산하고 있는 요즘 이용자들의 ‘광고저항’은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돈 냈는데 광고까지 보라고?’ 같은 정서 말이다. 참고로 넷플릭스는 아예 광고를 붙이지 않는다. 전망도 틀렸다. 지상파가 중간광고를 하면 방송광고시장 규모가 4~10%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지상파의 ‘바람’일뿐이다. 이희복 교수 설명대로 시청행태가 변화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중간광고 효과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래서 해법도 틀렸다. 이희복 교수가 내놓은 정책방안은 지상파와 종편,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얽힌 이해관계를 해결하지도 못한다. 또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은 다른 모든 사업자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완화를 조건으로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미디어생태계를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또 지상파가 광고총량제 도입 이후에도 중간광고를 허용해 달라며 떼를 쓰는 것처럼 말이다. 또 OTT와 VOD의 시대 중간광고 효과는 ‘반짝’에 그칠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크다.

오히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규제완화 요구의 흐름이다. 방통위와 국책연구기관이 ‘지상파방송 중간광고의 점진적 허용(특정 시간대, 특정 장르 우선)’을 논의했고, 방통위원장은 총선 직전 지상파를 접촉했고, 지상파방송사와 이들과 이해관계가 같은 단체에서 중간광고 허용의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 총선 결과와 방통위원장 교체 가능성, 그리고 지상파의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보자. 대선을 앞둔 박근혜 정부는 언론 장악력을 높이고 싶고, 지상파 등 방송의 몸값이 더 뛰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지불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방송, 특히 지상파는 지금보다 더욱 권력에 장악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상파의 자기검열이 중간광고 같이 수익성을 기준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지상파가 진짜 몸값을 올리고 싶다면 어버이연합 게이트 같이 권력의 폐부를 찌르는 보도를 하면 된다. 권력이 자신을 장악의 대상이 아닌 포섭의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게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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