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1일 개국을 선언했던 OBS경인TV(사장 주철환)가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지난 4월 방송위원회로부터 지상파방송사업자로 어렵게 허가 추천을 받은 뒤 정보통신부의 방송국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OBS는 현재 5개월이 넘도록 허가가 지연되면서 개국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전파월경 등 계양산 송신소 안테나에 대한 정통부의 실험 결과가 이달 안에 나오면 방송국 허가 여부도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지만 OBS의 시험방송 일정 등을 감안하면 실제 개국은 아무리 빨라도 11월 중순을 넘길 수 밖에 없다.

▲ 10월 2일 열린 정통부의 경인지역 새 방송 허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창준위

OBS가 주방송국인 인천 계양산 송신소의 허가 신청서를 정통부에 낸 것은 지난 5월 18일이지만 5개월이 넘도록 허가가 지연되면서 논란이 증폭돼 왔다. 언론현업단체와 시민단체에서는 정통부가 분명하고 타당한 사유를 설명하지 않고 "기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차일피일 방송국 허가를 미루는 태도를 보이자 "또다른 정치적 '외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경인지역 시청자의 시청권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정통부, '경인TV 계양산 안테나 검증위' 구성…실측테스트 진행은 처음

의혹과 비판이 높아지고 OBS가 약속한 개국 일정이 다가오자 정통부는 10월 초, 안테나 성능을 검증하는 실측 테스트를 실시한 뒤에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OBS를 포함한 지상파 4사 기술관계자와 전파전문가 등 11명으로 '경인TV 계양산 안테나 성능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15일부터 26일까지 두차례 실측 테스트를 진행했다. 따라서 이달 안으로 검증위의 결과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고, 정통부도 이를 바탕으로 허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통부가 방송사업자의 방송국을 허가하면서 사전 실측 테스트를 실시한 것은 OBS 사례가 처음이다.

그렇지만 실험 장소가 실제 송신안테나가 세워지는 인천 계양산이 아니라 제3의 장소인 경기도 안산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정통부는 제3의 장소에서 실험하는 것이 더 객관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장소가 아닌 시뮬레이션을 통한 실험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만약 검증위의 실험 결과와 정통부의 결론을 승복하지 못하는 곳이 생긴다면 정부의 정책 결정에 대한 합리성과 신뢰도는 또한번 논란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현재 인천 계양산 송신소의 영향으로 SBS 권역인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일원까지 전파가 넘어오거나 뒤섞이는 경우를 우려하고 있는 SBS와 더 이상 개국이 지연되는 것을 막고 서둘러 결론이 내려지길 바라고 있는 OBS 양쪽이 정통부의 실험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인 셈이다.

계양산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실험…'또다른 불씨' 남아

현재 정통부는 이번 실측 테스트 결과를 포함한 향후 일정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번 검증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측 테스트 과정과 결과를 언론사 기자 등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서약서까지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OBS는 10월 25일 케이블TV 관계자를 초청해 개국 설명회를 가졌다. ⓒOBS경인TV

정보통신부 최영해 방송위성팀장은 이와 관련해 29일 "검증위원회의 결과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다. 허가 추천과 관련한 일정과 입장은 보고서를 받아봐야 알 수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현재 OBS는 사내에서 하루 3시간씩 시험방송을 하고 있지만 외부로 전파를 쏘는 시험방송을 거쳐야하는 만큼 10월 안으로 방송국 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실제 개국은 11월 중순을 넘겨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OBS 한 관계자는 "정통부가 방송국을 허가하면서 실측 테스트를 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전파를 쏴 보고 문제가 있으면 법에 따라 조처를 해도 될텐데 굳이 테스트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정통부가 왜 자꾸만 시간끌기를 하는지 답답하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시험방송을 하면서 인력과 프로그램을 모두 준비해 왔는데 개국 일정이 늦춰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 이훈기 지부장은 "정통부가 합당한 이유없이 허가를 지연하면서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이유가 어떻든 간에 개국 일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회사 차원에서도 사과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