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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속기록 작성’ 논의할지 ‘표결’[스케치] 국회 지적에도 꿈쩍않는 이사들, 이번에도 처리 무산
권순택 기자 | 승인 2016.04.29 16:58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이 속기록 기명 포함 회의록 작성에 대해 극도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속기록 작성하라’는 국회 지적에 고영주 이사장은 “국회가 답답하다”라며 논의 여부를 표결에 붙였다. 유의선 이사는 “회의에서 나오는 험한 말을 공개하는 것이 국민들의 알권리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는 28일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이 제출한 <속기록 및 회의록의 보존과 공개 형식에 관한 건>을 논의했다. 국회가 2015년도 방문진 국정감사 과정에서 지적한 사항에 ‘속기록 및 회의록 작성 변경’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속기록과 회의록 작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문진은 현재 속기사를 동원해 속기록을 작성하고는 있지만 ‘회의록 작성 보조자료’라는 이름으로 일정 시간이 되면 폐기된다. 대신 공개되는 회의록은 ‘기명’없이 압축된 논의 내용만 기록될 뿐이다.

국회는 이 같은 방문진의 속기록·회의록 작성과 관련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는 지난 2015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사항’으로 정리됐다. 방문진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현 10기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은 현재 상황을 바꿀 뜻이 없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이날 방문진 회의에서도 이런 상황은 명확히 드러났다. 또다시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고, 표결절차가 진행됐다. ‘국회 지적에도 불구하고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속기록 작성과 관련한 재논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판 표결이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퇴장했다.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미디어스

#1. 야당 추천 이사들의 ‘속기록 및 회의록 작성’ 재논의 요구

야당 추천 이완기 이사는 “국회가 3년에 걸쳐 방문진 회의록 작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적을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지 않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완기 이사는 “지난해 12월 회의록 작성과 관련해 고성이 오간 끝에 일부 이사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표결로 현재의 상태로 의결됐다”며 “이는 합의기구 방문진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야당 추천 이사들이)재논의를 요청했음에도 부구하고 일사부재리, 한번 결정된 것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왔던 것이고 벌써 5개월 째”라고 설명했다. 이어, “속기록은 전 회차 이사회에서 어떤 발언이 나왔는지 팩트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 아니냐”며 “‘한 번 결정된 것이니 바꿀 수 없다’라고 하는데, 잘못 결정된 것이라면 재논의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완기 이사는 “‘언론이 왜곡보도’를 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도 하는데, 그 또한 속기록이 유지되어야 왜곡보도를 막을 수 있고 개인적 언론보도를 통해 명예훼손이 발생하더라도 법정에서 입증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재논의를 호소했다. KBS·EBS 등 타 방송사의 회의록 공개 수준과 비교해 방문진이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2. 여당 추천 이사들, “논의 과정에서 나온 험한 말까지는 알권리 아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신경질적 반응을 쏟아내며 반발했다. 이인철 이사는 “곤혹스럽다”며 “종전 결정된 동일한 사안을 다시 발의할 때에는 사정변경 등의 분명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해 ‘각하’를 주장했다.

이인철 이사는 “방문진을 KBS이사회와 비교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며 “MBC는 특수하다. (박정희 정부 시절)환수됐다가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사기업으로 놔두면서 방문진이라는 특별한 제도를 만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BC가 가지는 사기업적 측면과도 맞지 않다. 100% 공기업이라면 모르겠으나, 특수한 성격 때문에 비공개로 해야 할 정보들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이사들이 ‘일사부재리 밖에 주장할 게 없느냐’고 지적하자 이인철 이사는 “회의법이 있는데 이를 못 지킨다면 전 회의를 못한다”며 잠시 퇴장하기도 했다.

유의선 이사는 “국민의 알권리는 중요하다”며 “다만, 이것이 속기록과 회의록을 연계해서 단순하게 생각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문진에서 적용되는 일사부재리 원칙이 어디까지 유효한지 잘 모르겠다”며 “하지만 속기록과 회의록 작성은 유지되는 맥락으로 이해를 해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라는 것은 어떤 결과에 도달하기 전까지 나오는 험한 말들까지 포함되는 것 아니다. (알권리는)꼭 필요한 경우 합의된 것을 가지고 제시하면 된다”고 궤변을 쏟아냈다. 이어, “안타까운 건 자기(야당 추천 이사들)의 생각이 모두 맞고 상대방은 다 비윤리적이라고 하면 합의가 안 된다”고 야당 추천 이사들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3. 야당추천 이사들, “왜 복면 쓰고 회의하느냐…방문진 속기록 없다고 하면 사람들 깜짝 놀라”

그러자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반박이 이어졌다. 최강욱 이사는 “(방문진의 경우)일사부재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그것은 한 회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법을 아는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최강욱 이사는 “재논의하려면 사정변경과 절차적 흠결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왜 없느냐”며 “지난 12월 초 속기록·회의록 작성 여부를 결정할 때 이인철 이사에게 비공개로 해야 할 사유를 물었을 때 ‘내 생각이 그렇다’라는 말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의선 이사는 (속기록 작성 및 기명 회의록 작성에 대해)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이익형량’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저는 ‘이익형량이라는 것은 공익과 충돌하는 부분으로 방문진 회의록 작성에는 적절한 사유가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더 이상의 (비공개)사유를 말하지 못했다. 권혁철 이사 또한 ‘비공개해야할 한 가지 이유만 이야기해달라’고 했지만 답변을 피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표결처리했고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었다는 지적이다.

최강욱 이사는 “그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다시 안건을 상정했을 때에는 여당 추천 이사들은 ‘한번 결정된 사안이니 다시 이야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회의를 공개하도록 한)법에 가장 맞는 것인지 논의돼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KBS와 MBC는 다르다’는 이인철 이사의 주장에도 “이름이 다른 건 맞다”며 “그렇지만 법률상 KBS와 MBC, EBS는 같은 위상을 가진 공공기관”이라고 조곤조곤 반박했다. 이어, “국회가 3년 째 국정감사 지적사항으로 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국회가 미친 것이냐”고 덧붙였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률적인 부분을 따져보지도 않고 방문진에 3년째 회의록 작성 여부에 대해 지적한 것이냐는 물음이다.

최강욱 이사는 “여당 추천 이사들이 왜 공개를 회피하고 기록을 안 남기도록 복면 쓰고 나오겠다고 하는 것인지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며 “특정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서 합당한 논리가 제기되고 그런 것드링 바탕으로 이성적인 합의를 이르러 결정해야 한다. 또 다시 번복하는 건 아니라는 이유로 ‘난 반대’라면서 끝까지 복면을 쓰겠다고 한다면 누가 떳떳하다고 보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유기철 이사 또한 “‘방문진에 회의록이 없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깜짝 놀란다”며 “<방송문화진흥회법> 9조(이사회의 구성) 제6항은 ‘이사회의 회의는 공개한다’고 적시돼 있다. 그리고 비공개 사유도 명시돼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공개원칙에 따라 속기록 등이 작성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4. 또 다시 고성과 삿대질…고영주, “국회가 답답…각하할 것인지 표결하자”

이렇게 이날 방문진에서는 속기록·회의록 작성 변경 안건에 대해 여야 추천 이사들 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 과정에서 황당한 사건도 벌어졌다. 야당 추천 이사들의 ‘현행처럼 유지되는 것과 재논의하는 것 중 어떤 것이 좋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유의선 이사는 “복면을 쓴다뇨”라고 반발하며 “저는 말이죠. 비공개로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기자실(시청각실) TV화면은 꺼졌다. 회의장에서 회의를 일방적으로 비공개로 돌려버린 것이다.

다시 공개로 전환되자, 이완기 이사는 “그 또한 비공개할 사항은 아니었다고 본다”며 “그래서 속기록 등을 보존하지 말자는 것이냐,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보존해야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유의선 이사가 무슨 이유를 들어 속기록을 비공개로 하자고 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고 유의선 이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기 결정된 사항을 준수하는 게 맞다”며 “공식적으로 내린 결정을 존중하자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고영주 이사장은 “회의에도 원칙이 있다”며 “같은 사안을 가지고 계속 문제제기를 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일사부재리 원칙이 생겨난 것”이라고 여당 추천 이사들의 편을 들었다. 고영주 이사장은 “물론 사정변경이나 다수의 이사들이 바꾸는 게 좋다고 하면 바꿔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정도 없는데 (야당 추천 이사들이)똑같은 문제제기를 계속하는 건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지적사항’에 대해서도, 고영주 이사장은 “국회가 답답하다”며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면 되는 문제다. 방문진은 녹취록 작성 대상기관이 아니다. 법이 그렇게 돼 있는데 국회에서는 계속 작성하라고 한다”고 책임을 국회로 돌렸다. 이어, “다른 이사들이 법대로 녹취록을 작성하지 않겠다고 하는 걸 어떻게 하느냐. 그럼 국회에서 방문진을 녹취록 작성 대상으로 넣어주면 좋겠다. 국회에서 차라리 그렇게 결정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고영주 이사장이 말하는 근거 법률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뜻한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녹취록을 남겨야하는 기관을 규정한 법이다. 해당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해서 ‘법률적으로 녹취록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보는 게 옳다는 지적이 나온다.

속기록·회의록 작성과 관련해 여야 추천 이사들 간 고성과 삿대질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인철 이사는 유기철 이사를 향해 “버릇 고치세요. 사회생활 그렇게 하시면 안 되죠”라는 등의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회의는 다시 비공개로 전환됐다.

“반복되는 안건이 회의 진행을 방해한다”고 불만이 제기되자 고영주 이사장은 “앞으로 이런 (반복되는)안건들은 안 된다”면서 “해당 안건이 각하 대상인지 표결하겠다. 논의할 것인지 말 것인지 표결하겠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재 촉발됐다. 최강욱 이사는 “각하의 요건을 갖췄는지를 봐야지, 논의 대상인지 아닌지를 왜 표결하느냐”면서 “이는 북한인권이 필요한 것인지 표결하자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런 걸로 표결할 거면 국정감사 지시사항이 타당한지부터 표결하시라”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고영주 이사장은 <속기록 및 회의록의 보존과 공개 형식에 관한 건>과 관련해 논의여부에 대해 표결에 붙였고 여당 추천 5인(김광동·김원배·유의선·권혁철·이인철)의 의견에 따라 각하됐다. 야당 추천 유기철 이사는 표결에 앞서 퇴장했고 최강욱 이사는 표결행위에 대해 “가관이다”라며 회의장을 떠났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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