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후속으로 방영되는 KBS 새 수목드라마 <국수의 신>은 보기 드문 악역으로 등장한 바로와 조재현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그 부분들만 따로 떼어놓고 보자면 딱히 반론하기는 힘든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국수의 신>의 김길도 역은 조재현의 인생 악역연기라 할 수 있는 <나쁜 남자> 그 이상의 악역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조재현의 악역 연기에 감탄하기보다는 그의 살인횟수에 더 놀라게 된다.

김길도(조재현)는 필요하면 언제든 살인을 저지르는 인간이다. 심지어 자신의 과거를 알아챈 장인마저 교통사고로 위장해 간단히 죽여 버리고 만다. 복수극의 악인이 되기 위해서는 살인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조재현의 모습은 악인보다는 그냥 연쇄살인마의 모습일 뿐이다. <국수의 신>이라는 다분히 낭만(?)적인 제목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이코패스의 모습일 뿐이다.

KBS2 새 수목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

<국수의 신>은 그런 조재현에 의해서 부모가 살해당한 천정명의 복수를 다루는 드라마이다. 조재현에 의해서 독살당하고, 의식이 남은 상태에서 조재현이 지른 불에 죽어가면서도 아들만을 살리려 했던 장면에선 부모라는 이름의 초인적인 사랑을 느끼게 하면서도 살인을 밥 먹듯 해치우는 조재현의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의 모습만 남아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보도되는 패륜적 살인사건들을 감안한다면 말이 안 되는 캐릭터도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정도의 살인마의 설정이라면 치정의 복수극보다는 스릴러나 형사극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런 살인마를 개인적인 원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그런데 더 문제는 이런 살인마에 대한 복수를 꿈꿔온 무명(천정명)이다. 무명은 부모를 잃고는 자라면서도 김길도에 대한 복수만을 생각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유명하다는 국수집을 찾아다녔던 모양이다. 그러다 우연히 김길도가 제 발로 무명을 찾아왔다. 악역의 설정도, 원수의 발견도 참 쉽게 된다.

KBS2 새 수목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

꿈에도 잊지 못한 부모의 원수를 만났으니 그냥 있을 리는 없다. 무명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복수를 하기 위해 마산으로 갔다. 그러나 무명의 복수는 미수에 그쳤다. 똑똑한 여경(정유미)이 알아내 태하(이상엽)를 보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김길도를 지키는 부하들이 많이 덤볐더라도 복수는커녕 오히려 당하기만 했을 것이다.

태하와 함께 상경하는 기차 안 무명은 김길도의 말을 회상한다. “난, 내가 칼로 찔리는 것보다 내 돈 뺏기는 게 더 아파요” 무명에 앞서 김길도에게 무작정 달려든 서사장이라는 사람에게 한 말이다. 두 눈 딱 감고 이 대목은 엄청난 복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무명은 김길도에 대한 복수의 방법을 바꾸게 될 것이니 말이다.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물론 김길도의 말처럼 무명에게는 칼로 찌르는 복수보다 숱한 살인까지 저지르면서 쌓아온 김길도의 재산을 빼앗는 것이 더 통렬한 자본주의적 복수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혈기왕성한 고등학생이 단 한 번의 시도 끝에 복수의 방법을 바꾸는 모습은 싱겁다 못해 허망한 것이었다. 잔뜩 긴장했다가 맥이 풀리면서 불쾌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KBS2 새 수목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

말이 나온 김에 사족을 더하자면, 천정명의 고등학생 연기는 많이 무리수였다. 얼핏 봐도 교사보다 더 노숙해 보이는 천정명이었다. 천정명이 무척 동안이기는 해도 고등학생으로 보일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어차피 무명의 복수가 이렇게 허망하게 바뀔 것이라면 아역을 따로 기용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1,2회 동안 유일하게 재미있다고 느껴진 부분은 이상엽과 상큼(?)한 민폐녀로 등장한 공승연이 만나 벌이는 간장도둑 장면뿐이었다. 제작진으로는 아쉬운 결과겠지만 그나마 시청자에게 다행스런 일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