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버이연합은 그 극단적인 주장과 폭력 성향으로 진작에 사회의 외면을 받았어야 할 단쳅니다. 그런데 이런 단체가 그동안 영향력을 행사해 온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와 소위 조중동 종편 보수언론이 어버이연합을 보수의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대접해 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청와대 나팔수라는 눈총을 받고 있는 KBS, MBC는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터진 지금도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_ 뉴스타파 최승호 앵커 멘트

뉴스타파가 어버이연합을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집단이자 한국사회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지닌 시민단체로 포장했던 주류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뉴스타파는 28일 <한국 언론은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공범> 리포트(링크)에서 KBS, MBC, 조선일보 등이 어떤 식으로 어버이연합의 목소리 크기를 ‘키워왔는지’를 분석했다.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정치·사회적 갈등이 터질 때마다 어버이연합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영방송 KBS, MBC는 그때마다 놓치지 않고 보도했다. 2010년 1월 MBC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이 1심 무죄를 받았을 때, 2011년 11~12월 한미 FTA 비준 반대 집회가 활발히 이뤄졌을 때, 2013년 8월 국정원의 대선개입 규탄 집회가 매주 이어졌을 때에 한쪽 편에는 언제나 어버이연합이 있었다. 방송뉴스는 결코 같은 크기라고 볼 수 없는 양쪽의 목소리를 동일한 비중으로 처리했다.

뉴스타파는 “한미 FTA 비준 반대 집회에는 경찰 추산 6000여명이 참가했고 FTA 찬성 집회에는 경찰 추산 100여명이 참가했는데 찬성 목소리도 반대 목소리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이른바 기계적 균형을 핑계 삼은 불공정 보도”라고 지적했다.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을 다뤘던 KBS, MBC 보도를 두고는 “국가정보기관이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에 개입했다는 탈법성 위법성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단지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민들과 이들의 집회를 비난하는 어버이연합의 집회를 1:1로 진보와 보수의 싸움처럼 다뤄왔다”고 평가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항상 (집회가 있던) 그날 밤 뉴스에는 마치 찬성과 반대가 비슷하게 표출된 것처럼 (보도가) 나가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은 찬성도 반대도 많구나 라고 생각한다”면서 “전형적인 여론조작이고 정치공작인데 황당한 것은 그것을 알면서도 KBS나 MBC가 그런 보도 행태를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28일 뉴스타파 <한국 언론은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공범> 보도

조선일보 역시 어버이연합을 ‘의미 있는 집단’인 것처럼 보도하는 데 앞장섰던 매체 중 하나다. 뉴스타파는 2014년 8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운동, 2015년 10월 새정치민주연합의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 운동 등을 다룰 때 어버이연합의 난동에는 눈 감았던 조선일보의 보도 행태에 대해 “조선일보는 야당을 몰아붙이는 도구로 어버이연합을 활용했다”며 “조선일보 지면에서 어버이연합은 보수의 상징이었고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로 비쳐져 왔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선일보-TV조선은 전경련이 우회 경로를 통해 어버이연합에 돈을 지원한 사실, 청와대의 집회 지시 의혹이 나오자 돌변했다. TV조선은 22일 어버이연합이 대기업과 정부에도 지원금을 요청하고 실제로 받은 점, 인천공항에서 불법 주차업자 사주를 받고 시위하다 재판받고 있는 점 등을 보도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도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이 탈북자를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종편과 조중동마저 발빠르게 ‘태세 전환’을 하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두 공영방송사의 현실을 비교했다.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반대 집회 때 알바를 동원했다는 시사저널의 첫 보도가 나온 지난 11일부터 27일까지, KBS는 메인뉴스에서 어버이연합 소식을 단 10초 단신으로 전했고 MBC도 26일 1건을 보도하는 데 그쳤다.

뉴스타파는 “공영방송들이 정부에 불리한 내용은 정말 완벽하게 드러나기 전까지는 거의 보도를 하지 않는다. (정권) 눈치를 보는 수준이 아니고 철저하게 막아주는 보도 태도 보이고 있다”는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의 발언을 통해 어버이연합 게이트에서 언론 역시 ‘공범’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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