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비 오는 수요일에는 축구가 함께했습니다. 클래식팀들은 이미 32강에 진출한 상황, 챌린지부터 이하 여러 팀들이 함께한 FA컵. 3라운드가 대부분 펼쳐졌는데요. 몇몇 경기는 오는 토요일 열릴 예정이죠.

비까지 내리는 날씨에 평일 저녁이라는 한계, 대구스타디움에서의 관전 환경은 심지어 추위도 더해져 매우 힘겹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아직은 너무 낮은(?) 라운드의 경기입니다. 대학교나 실업팀들은 낯설기도 하죠. 억지로 관심과 흥행을 이야기하긴 힘든 것, 맞습니다.

하지만 FA컵을 보며 드는 생각은 라운드가 이어진 뒤에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는 것. 결승전이나 관심이 있지, 그전 라운드들은 중계는커녕 소식도 접하기 힘듭니다.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국가대표가 아닌 드문 축구, 그 특별함은 분명 차별화된 가치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볼거리도 많고 흥미롭죠.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지며 주는 긴장감이 대표적이고, 약한 팀들이 강팀과 대등하게 만나는 감동도 있는데요.

현장에서의 분위기나 대회를 대하는 관점에는 이런 장점을 담아내는 노력을 보기 힘듭니다. 기계적인 느낌으로 그저 행사를 치른다고나 할까요? 분명 지금의 FA컵은 마치 마지못해 하는 느낌이 더 크고 강하게 자리합니다.

봄비라 하기엔 많이 내렸던 비가 주는 처량함과 텅 빈 관중석의 초라함만이 가득했던 어제 FA컵, 그 현장의 안쓰러움들.

5월 11일로 예정된 32강전, 몇몇 매치업들은 벌써부터 기대와 관심을 모읍니다. 대표적으로 어제 충주를 잡고 FC서울을 상대하게 된 대구FC의 서울 원정이 그러하죠. 여러 가지 인연이 겹쳐지는 두 팀의 보기 드문 만남을 또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날, K리그 클래식이 함께하는 다음 라운드엔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아쉬움을 뒤로하고 기대감을 다시 장착해서 FA컵을 지켜보겠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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