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정부부처의 심사는 공정거래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총 3단계를 거쳐 이뤄지는데, 공정위는 경쟁제한성과 시장지배력 전이 여부 등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와 일부 언론은 ‘조건부 승인’이 유력하다고 보고, 공정위가 ‘조건’을 다듬고 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와 업계를 출처로 한 ‘결론’과 ‘조건’이 흘러나왔고, ‘정부가 경쟁사업자와 여론을 떠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이번 인수합병은 이동통신 1위 사업자(SK텔레콤), IPTV 2위 사업자(SK브로드밴드), 알뜰폰 2위 사업자(SK텔링크)를 소유한 SK가 케이블과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가입자 420만여명을 한번에 사들이는 초대형 거래다. 그래서 경쟁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물론, ‘플랫폼 비대화’를 우려하는 지상파방송사들까지 반대 입장을 내놓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심사과정을 통해 거대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공적 책무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공적 책무’에 중점을 둔 심사주안점안과 심사기준을 잇따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인수합병 심사를 정부부처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인 여부에 따라 현행 방송법과 국회에 계류 중인 통합방송법안의 내용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참여연대, 통신사 노동조합, 희망연대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14개 시민사회운동단체가 참여한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군리보장을 위한 시민실천행동’(이하 방송통신실천행동)은 28일 서울 을지로 SKT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국회 입법권의 문제”라며 국회의 개입을 촉구했다.

▲방송통신실천행동의 기자회견 현장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방송통신실천행동은 “공정위 심사가 길어지면서 심사결과를 언론이 발표하는 해프닝이 잇따르고 있다”며 지난 3월 MBN 아시아경제 파이낸셜뉴스가 공정위의 잠정 결론과 조건을 보도한 데 이어 4월 한국일보 또한 공정위발 기사를 내보냈다. 공정위는 이때마다 “심사 중”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를 두고 방송통신실천연대는 “계속되는 불확실한 심사 결과의 유출을 두고 언론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없다. 저자거리 입소문처럼 떠도는 심사결과는 공정위의 심사 과정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분과의 심현덕 간사는 “정부가 ‘여론 떠보기’ 목적으로 결론과 조건을 흘린 것으로 본다”며 “흘러나온 조건 또한 ‘규제’가 아닌 SK ‘특혜’”라고 꼬집었다.

‘법적 공백’ 탓에 정부부처만이 이번 인수합병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방송통신실천행동은 지적했다. 이 단체는 “방송법에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통합방송법이 통과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의 공백을 이용해 정부가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19대 국회의 시한이 끝나고 20대 국회 개원을 앞둔 지금 거대 기업의 인수합병은 어떤 견제도 받지 않고 진행 중”이라며 “이번 인수합병 심사결과는 20대 국회가 처리할 방송법과 관련 법령을 무력화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송통신실천행동은 국회 교체기이긴 하나 모든 정당이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생태계를 좌우할 인수합병 심사에서 국회가 이렇게 침묵한다는 것은 개원도 하기 전에 입법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동원 정책국장은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하지 않고 추가적인 인수합병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번 심사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공적 책무를 결정하게 된다. 방송법과 시행령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 국회가 논의를 해야 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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