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위원장 조배숙)의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TV수신료 문제와 함께 방송의 공정성과 경영 합리화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수신료 인상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노골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수신료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KBS 방송의 공정성과 경영합리화 개선 부족 등을 문제 삼았다.

"수신료 인상 전에 KBS 정치적 편향성부터 반성해야"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이날 "KBS의 경영 실패를 수신료 인상으로 충당하려는 것은 심각한 도덕불감증"이라며 "수신료 인상 전에 프로그램의 정치적 편향성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도 "수신료 인상보다 KBS의 철저한 경영혁신 선행이 우선돼야 하고 특히 대선 기간 중에는 KBS가 공정보도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학원 의원은 "합리적인 수신료 인상 사유가 있다면 인상할 수도 있지만 KBS의 공정성과 경영 합리화를 따져야 한다"며 "노무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프로그램인 <한국사회를 말한다>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 등 공정성을 해치는 과거 행태가 되풀이 되고 있다. '대선미디어연대' 모니터 자료를 보면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은 이명박 후보의 보도 건수가 월등히 낮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선거와 같은 경쟁 구도에서는 의석을 기준으로 보도 순서를 정하지만 뉴스 분량은 똑같이 맞추고 있다"며 "지지율만을 가지고 보도를 할 수는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국민 홍보와 설득, 난시청 개선, 소외계층을 위한 편성 등을 주문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윤원호 의원은 "기본적으로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 공영방송이 광고에 의지할 경우 시청률에 연연하게 되고 양질의 공익적 컨텐츠 제공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며 "대국민 홍보를 확대해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도 "KBS는 수신료 인상 추진과 더불어 '국민과의 10대 약속'을 방송위원회에 제출해 수신료 인상에 따른 경영 목표와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와 기능을 제시했다"며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 문광위에 상정되지 못해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지만 10대 약속을 중심으로 수신료 인상의 타당성과 주요 쟁점을 검토하고 그 필요성 및 KBS의 보완 대책 수립을 촉구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수신료 인상 안하면서 공영방송 의무만 요구하는 것은 정치공세"

▲ 29일 KBS에 대한 국회 문광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지병문 의원(좌)과 정연주 KBS 사장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시청료 인상을 위해선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고 KBS가 그 일환으로 난시청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수신료를 인상하기 위해 케이블TV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케이블과 지상파는그동안 공존해왔다. KBS도 케이블TV가 없었다면 인위적 난시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정정당당하게 정면 승부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디지털 전환이 되면 난시청이 해결되는데, 수신료 인상을 앞두고 케이블TV 때문에 공시청 시설이 다 훼손됐다고 과도하게 공격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태도가 아니다"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대통합민주신당 이광철 의원은 장르별 프로그램 광고 판매율을 근거로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KBS의 드라마 광고판매율은 2000년 97%에서 올해(1월~7월) 68%로 급락했고, 특히 뉴스는 88%에서 37%, 시사프로그램은 104%에서 54%로 절반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TV 사회교양프로그램 전체를 종합할 경우에도 2000년 94%에서 올해 36%로 급락했다.

이 의원은 "수신료는 올려주지 않으면서 광고·출판사업 의존과 시청률 경쟁을 질타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며 "재원의 안정성은 프로그램의 독립성과 직결되는 문제로 수신료 인상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경제적 독립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국회에 제출된 만큼 이번에 반드시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수신료를 월 4000원으로 1500원으로 정액 인상하는 것은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은 "수신료의 물가연동제를 주장했던 KBS가 1500원 정액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은 일시적 효과이고 어차피 또 적자가 날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29일 국감에 출석한 KBS 정연주 사장
정 사장은 이에 대해 "KBS도 물가연동제를 간절히 원하고 앞으로 해야할 일이지만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법을 바꿔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남아있다"며 "우선 급한대로 부분적이나마 수신료를 인상하고 물가연동제와 관련된 제도 문제는 중기적인 과제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익적 프로그램 편성에 대한 KBS의 노력과 디지털 전환을 앞둔 저소득층 지원 문제도 현안으로 떠올랐다. 대통합민주신당 지병문 의원은 "최근 장애인, 노인,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편성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소외계층 대상 프로그램의 경우 2004년 4.1%에서 2006년 3.5%로 축소됐다"며 "소외계층에 대한 프로그램 확대를 KBS의 공영성 강화 측면에서 과감하게 추진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소외계층 프로그램 확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저소득층 지원 계획 마련해야

정 사장은 "절대시간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낮방송 시간이 늘어나면서 편성 비율이 줄어든 것"이라며 "현재 1TV 오후 시간대에 장애인 방송을 편성하고 있고 제3 라디오에 전문채널도 갖고 있다. 이번 가을개편에서도 사회 양극화로 인한 소외계층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 편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윤원호 의원은 "디지털 수상기의 보급율은 현재 25%에 불과한데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되면 아날로그 수상기 세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저소득 계층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질의했다.

정 사장은 "외국의 경우 디지털 전환을 위한 종합적 로드맵과 전략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그 점이 부족하다"며 "방송사 입장에서는 재원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2012년 디지털 전환 완료도 회의적이다. 수신료를 빨리 해결해야 하는 이유도 국가 사업인 디지털 전환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다. 저소득층 지원, 디지털 정보격차 등의 문제를 모두 포괄하는 디지털전환특별법이 제정되길 바라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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