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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자, KT와 SK의 꿈은 똑같다그들이 꿈꾸는 요금인상 신세계… 선수 친 SK, 일단 막아야 사는 KT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4.21 17:25

“올해 1조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다. (중략) 한국에서는 미디어 시장 자체의 사이즈가 더 이상 커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지만 성장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의 유료방송 시장 파이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작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국가의 가구당 유료방송 매출은 약 20~30달러다. 한국은 10달러밖에 안 된다. 미국은 70달러다. 한국의 미디어시장은 여전히 성장할 것으로 본다.” 강국현 KT 마케팅부문장이 20일 KT의 드림웍스 채널 단독 런칭 행사에서 한 이야기다.

   
▲4월20일 서울 앰배서더호텔 2층에서 열린 KT의 드림웍스채널 독점런칭 행사. 이날 행사에 참석한 기자들은 최소 백여명이 넘어 보였다. 이날 KT는 기자들에게 점심식사를 접대했고,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캐릭터 인형들과 올레TV 쿠폰 3장을 나눠줬다. (사진=미디어스)

사업자가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욕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KT의 이 같은 바람이 현실이 되는 길은 딱 한 가지다. 바로 소수의 사업자가 시장을 ‘독과점’ 하는 것뿐이다.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을 두고 KT 등 경쟁사업자는 SK의 독과점 가능성을 이유로 결사반대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KT의 목표는 시장이 독과점됐을 때만 달성 가능하다. 이동통신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대기업 3사가 IPTV와 OTT 같은 방송까지 겸영하면서 이 시장을 쥐락펴락해야만 요금을 올릴 수 있다.

한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케이블은) 어차피 정리될 판인데 (정부가) 시간을 질질 끌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말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출발해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로 이어지는 인수합병 심사가 본격적으로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말은 동시에 유료방송 시장의 독과점이 급속도로 강화될 것이라는 진단이기도 하다.

정부의 정책방향도 그렇다. 미래부가 기술규제 완화와 통합방송법안을 추진하면서 제시한 정책기조는 바로 규모의 경제다. 유료방송사업자의 인수합병을 유도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방통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 2월 비공개로 논의한 ‘중장기 방송정책’의 정책방향에는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한 소유 제한과 점유율 규제를 완화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SK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KT가 미디어시장의 성장을 전망하는 이유는 다르지 않다.

KT만 보자. IPTV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2015년 실적을 분기별로 따지면 1810억원→2110억원→2180억원→2340억원이다. 같은 기간 가입자(올레TV+올레TV스카이라이프)가 1분기 604만에서 4분기 655만으로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VOD 매출이 늘어난 것이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KT의 미디어 매출에서 VOD, 광고, TV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해 1분기 36%에서 4분기 43%까지 높아졌다. 홈쇼핑 수수료가 정체 또는 감소하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할 때 VOD와 양방향 광고가 매출 상승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사진=미디어스)

더구나 유료방송사업자들은 가입자에게 IPTV와 초고속인터넷을 서비스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거의 마쳤다. KT의 가입자망 투자규모는 2012년 2조4750억원에서 2015년 1조3160억원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투자의 대부분이 이동통신 부문에 집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 그렇다. VOD, T커머스 연계 신유형광고 매출이 급증하고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서비스가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매출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KT가 올해 △2015년 대비 매출 20% 이상 성장 △가입자 50만명 이상 순증 등을 목표로 잡은 것, 그리고 추진 전략으로 △IPTV 가입자 기반 확대 추세 유지하며 ARPU 개선 주력 △상품체계 정비, 부가서비스 활성화 및 컨텐츠 비용 효율화로 수익성 개선 등을 기획한 것은 어찌 보면 가장 보수적인 목표와 전략일 수 있다. 이제는 IPTV에서도 이익을 기록할 시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은 KT에게 호재다.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 흐름도 위성방송과 IPTV를 동시에 갖고 있는 KT에게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SK-KT 양강구도가 만들어지면 플랫폼사업자의 콘텐츠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VOD 매출의 30~40%인 플랫폼 몫을 늘릴 수 있다. 이번에  IPTV의 케이블 인수합병의 길이 열린다면 장기적으로 KT에게 득이다. KT 또한 덩치를 키울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인데, KT가 이번 건에 결사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이동통신 결합상품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타깃은 ‘이동통신과 방송을 결합하지 않은 82%의 유료방송가입자’다. KT가 33% 점유율 규제에 묶여 있는 동안 SK가 케이블 인수합병에 성공한다면, CJ헬로비전 케이블방송 가입자 외에도 추가로 백만명을 더 이동통신 결합상품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 공정위가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이동통신 동등결합을 SK가 적극 수용하고 케이블 가입자들을 손쉽게 선취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SK텔레콤이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50%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미디어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T타워 앞 가로수 보호대 (사진=미디어스)

한 케이블 업계 고위관계자는 “1위인 CJ가 (SK에) 넘어간다면 2~3년 안에 티브로드와 씨앤앰 정도를 제외한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모두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SK가 추가로 백만을 더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인데, 광역시 중심으로 추가적인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T는 졸지에 초고속인터넷, 유료방송의 1위 사업자 자리를 SK에 내주게 된다. KT가 이번 인수합병에 적극 대응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다고 볼 수 있다.

SK와 KT는 콘텐츠를 만들어 가입자를 모집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를 포섭하고 가입자를 한번에 구매하는 길을 선택했고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부처 내부에서 실정법 해석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고 사업자들의 이해관계를 고루 고려한 조건을 발명하고만 있다. 문제는 독과점에 따른 요금인상 가능성, 인수합병에 따른 고용불안의 문제는 잊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규제기관이 제대로 검증하고 좋은 규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다시 막을 수 없는 문제인데도 말이다. 언론 또한 공정위발 기사, 업계발 기사 등 여론전에 동원되고 있을 뿐이다.

요금인상 가능성부터 보자. 독과점이 심화할수록 요금이 오를 가능성은 많다. 지상파방송사 등 콘텐츠사업자와 IPTV가 주도하는 유료방송사업진영의 동맹도 가능하다. VOD 시대, 가격을 경쟁해야 할 콘텐츠와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미 그들만의 약속으로 요금을 인상했다. 지상파의 인기프로그램 VOD는 1500원이나 된다. 그리고 유료방송 월 기본요금보다 특정방송사의 월 정액 상품 가격이 비싼 것이 지금 유료방송 시장이다. 이미 경쟁이 사라진 시장에서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현실화하면 요금인상은 그들의 유착관계로 더 쉽게 이루어진다.

고용안정도 문제다. SK는 지난해 12월부터 지속적으로 고용안정을 약속했으나, 벌써부터 인력감축의 주문이 나오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12일자 보고서에서 이번 인수합병으로 SK브로드밴드가 콜센터와 설치·AS 등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줄어 수익성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하도급업체 정리를 의미한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이번 인수합병 심사에서 들여다봐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지점들이다. 22일 공개될 방통위가 내놓을 심사 기본계획이 주목되는 이유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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