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실책 하나로 무너지고 말았다. 에이스 양현종이 선발로 나섰지만 끝내 승리를 얻지는 못했다. 호투를 했지만, 유격수 박찬호가 던질 이유가 없었던 상황에 급하게 던진 1루 송구 하나가 결국 승패를 갈랐다.

양현종과 웹스터의 선발 대결, 10회 박찬호의 1루 송구 하나가 승패 갈랐다

삼성과의 광주 3연전에서 첫 경기를 기분 좋게 이긴 기아. 그렇게 두 번째 경기도 기아로 흐르는 듯했다. 선발인 양현종이 마운드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아 타선도 삼성 선발인 웹스터에 막혀 좀처럼 상황을 만들어가지 못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기아는 주루 플레이와 수비 실책으로 인해 무너지고 말았다. 올 시즌 유독 자주 등장하는 이 문제는 기아의 발목을 잡는 이유가 될 수밖에 없다. 주루 코치의 선택 문제인지 선수들의 과도한 욕심이 부른 결과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이번 경기도 황당한 주루 플레이와 수비 실책으로 경기를 삼성에게 내줬다.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양현종 (연합뉴스 자료사진)

선발 양현종의 공은 좋지 못했다. 스피드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 고전은 당연했지만 역시 에이스답게 위기를 벗어나는 양현종은 긴 이닝 호투를 이어갔다. 웹스터 역시 전날 7점이 뽑았던 기아 타선을 효과적으로 공략해갔다. 두 선발 투수는 모두 1실점만 하며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선취점은 기아의 몫이었다. 3회 전 날 달아나는 투런 홈런을 쳐냈던 서동욱이었다. 어제의 타격감을 그대로 이어가듯 깨끗한 안타를 쳐냈고, 돌아온 신종길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추가 득점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필이 아쉽게 병살로 물러나며 그대로 끝난 부분은 아쉬웠다.

초반 부진했던 양현종은 차츰 안정을 찾아갔고 효과적인 투구로 삼성 타선을 막아냈다. 하지만 6회 갑자기 흔들리며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선두타자인 배영섭에게 볼넷을 내주고 김상수의 희생번트에 이어 구자욱의 적시타로 손쉽게 동점을 만들어냈다. 동점 상황에서 최형우가 안타를 치며 양현종이 위기에 빠지는 듯했지만 이승엽을 1루 땅볼로 이끌며 병살로 마무리를 했다.

양현종은 8이닝 동안 98개의 투구수로 5피안타, 5탈삼진, 3사사구, 1실점을 했고, 웹스터 역시 8이닝 동안 105개의 공으로 7피안타, 4탈삼진, 2사사구, 1실점을 하며 선발 투수로서 제몫을 다 해주었다. 강속구로 상대를 압도하는 피칭은 아니었지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에이스들의 능력은 이런 팽팽한 경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KIA 타이거즈 심동섭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아의 마무리 후보 중 하나였던 심동섭은 이번 경기도 엉망이었다. 좀처럼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좌완 투수로서 빠른 공을 가지고 있는 심동섭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그렇지만 데뷔 첫 해 보여준 그 강렬함은 그 뒤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답답하게 다가온다.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으며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좀처럼 상대를 제압하지 못한 심동섭을 대신해 김윤동이 실점 없이 9회를 막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백상원의 잘 맞은 공을 김주찬이 호수비를 하면서 잡아낸 것이 주효했다. 10회 마운드에 오른 최영필은 지난 경기에서도 그랬지만 상대를 제압하는 공을 던져주지 못했다.

유리한 상황에서 상대 타자를 제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래 버틸 수 없었다. 10회 마운드에 올라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3개의 안타를 내주며 위기를 고조시켰다. 박해민을 2루에서 잡지 못했다면 대량 실점도 가능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번 경기에서도 백용환이 두 개의 도루사를 만들어내며 삼성의 발야구를 잡아주었다는 점은 중요했다.

아쉬운 것은 유격수 박찬호의 선택이었다. 박찬호는 구자욱의 직선 타구를 잘 잡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1루 송구 실책이 이어지며 3루에 있던 배영섭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승패를 가르고 말았다. 리드 폭이 깊지 않았다는 점에서 굳이 던질 이유는 없었다. 1점 승부 상황에서 직선타로 투아웃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좀 더 집중력을 가져야만 했다.

의욕이 과했던 박찬호의 이 선택은 결국 이번 경기의 승패를 갈랐다. 유격수 자리를 김주찬에게 뺐긴 후 대수비로 나서며 보다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만, 과욕은 문제를 만들어낼 수도 있음을 이번 경기는 잘 보여준 셈이다. 이 아쉬운 송구 하나는 기아의 첫 연장 경기를 삼성에게 내주고 말았다.

KIA 타이거즈 박찬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주찬은 이번 좌익수로서 좋은 수비를 보여주었다. 비록 타석에서는 아쉬움이 컸지만 수비로 위기 상황을 모면하게 했다는 점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백용환 역시 두 개의 도루사를 만들며 삼성의 발을 묶은 것은 최고의 활약이었다. 하지만 7회 1사 2루 상황에서 왜 3루 도루를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타석에 서동욱이 있었고 이번 경기에 안타를 치기도 했었다. 서동욱이 안타를 치지 못한다고 해도 다음 타자가 1번 김주찬이라는 점에서 무리하게 발이 빠르지 않은 백용환이 도루를 할 이유가 없었다. 그 도루 하나는 후반 역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망쳤다는 점에서 아쉽다. 더욱 백용환은 상대 실책으로 2루까지 나갔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다.

기아는 올 시즌 유독 많은 주루 실수들이 많다. 작전인지 단독 도루인지 모호한 그 상황들이 계속 경기의 흐름을 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를 이기기는 어렵다. 세밀함이 곧 경기의 승패를 가른다는 사실을 이번 경기도 보여주었다.

제 몫을 전혀 하지 못하는 심동섭의 문제와 주루 문제, 기복이 심한 타선의 문제 등도 아쉽다. 타선 조절을 통해 새로운 라인업을 선보였지만 오히려 독이 되었던 이번 경기는 그래서 아쉬움이 크다. 충분히 잡을 수도 있었던 경기를 내준 것은 결국 기아의 세밀한 야구를 하지 못한 탓이다. 불안한 안지만을 충분히 공략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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