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뜨겁게 설레게 했던 드라마 하나가 끝났다. 무려 38.8%라는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기까지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던, 아니 사랑해야 했던 커플들 모두가 무사히 사랑하게 되는 해피엔딩까지도 모두 이뤄냈다. 어찌 보면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태양의 후예>는 시종일관 오글거리는 대사 혹은 감각적인 대사 사이에서 길을 잃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고 그것에 차츰 익숙해지자 중독되게 했다. 과연 그것이 대사의 힘인지 아니면 송중기, 송혜교 두 배우의 특급미모와 연기력 때문인지는 솔직히 아직도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다 보고 나서 이런 말 하면 치사할지 모르겠지만 <태양의 후예>는 <시그널>이 주었던 드라마와 배우 모두에 대한 만족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 말은 배우들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없지만 드라마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유감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지막까지도 악착같았던 언어유희가 통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배우들 덕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PPL이 문제였다. 맥락도 다 끊고 등장하는 PPL에 기겁할 수밖에는 없었다. 마지막 회에서는 하다하다 걸그룹 PPL까지 등장했다. <태양의 후예>을 활용한 PPL은 모두 완판되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고 하는데 걸그릅 레드벨벳도 그러할지는 모를 일이다. 아니 레드벨벳이 이런 무리한 홍보가 필요할 수준인가 하는 의문이 먼저였다.
또한 기발했지만 마지막 송중기, 진구의 극적인 탈출을 위해 필요했겠지만 북한 관련 에피소드는 개연성 부분에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래도 참으로 드라마틱하게 돌아와 자신들의 여자 앞에 선 유시진 대위와 서대영 상사의 모습은 아름답고 고마웠다. 특히 서대영의 유서는 손에 꼽을 만한 연애편지 목록에 담아도 좋을 정도였다.
‘내 작전은 늘 도망이었다. 잠깐 조는 꿈속에서조차 나는 너를 떠났다. 그런 못된 꿈도 현실보단 행복해 눈물이 나는 날도 있었다’
이쯤 되면 편지도 대사도 아닌 그냥 시였다. <태양의 후예>가 멋진 대사들로 오랫동안 나를 고통스러울 정도로 반하게 만들었지만, 그 모든 대사의 힘이 집약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반복된 언어유희가 때로는 눈에 거슬렸지만 이 유서로 모두 용서하기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르크의 난파선에서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참으로 마땅했다. 연애라는 것은 남들에게 별 거 아닐지라도 그들끼리는 전설인 무엇이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유시진과 강모연에게 연애의 전설은 역시나 우르크일 수밖에는 없고, 우르크 중에서도 오래 된 난파선이 있는 무인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곳에서 파란만장한 옛일을 돌아보고 스스로가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지 느끼는 것은 해피엔딩의 최선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부분도 역시나 두 배우가 그 모든 정서를 다 해결해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또한 이승준, 서정연의 마무리도 흐뭇했다. 우르크에서 유언처럼 말했던 문제의 직박구리 폴더의 정체는 역시나 오글거림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그 비릿한 감정을 뚫고 나온 것은 역시 사랑이었다. 군인과 의사의 사랑들 틈바구니에서 제대로 뜨거워지지 못했지만 10대부터 30대까지 한 여자를 지켜왔던 한 남자의 믿음직한 사랑이 거기에 있었다. 신경 써서 마무리할 유시진, 강모연 커플과 서대영, 윤명주 커플이 있었음에도 잊지 않고 이들을 챙긴 것은 참 세심한 일이었다.
그렇게 한국은 물론 주변국가들 시청자들까지 온통 설레서 죽을 지경을 만든 <태양의 후예>는 더 이상 없다. 연애 드라마로 이만큼 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송중기 신드롬을 만들어지는 와중에 역사의식이 빛난 송혜교의 드라마 밖 행보도 참 좋았다. 이 정도면 비록 최고는 아닐지라도 안팎으로 최선을 다한 해피엔딩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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