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뜨겁게 설레게 했던 드라마 하나가 끝났다. 무려 38.8%라는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기까지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던, 아니 사랑해야 했던 커플들 모두가 무사히 사랑하게 되는 해피엔딩까지도 모두 이뤄냈다. 어찌 보면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태양의 후예>는 시종일관 오글거리는 대사 혹은 감각적인 대사 사이에서 길을 잃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고 그것에 차츰 익숙해지자 중독되게 했다. 과연 그것이 대사의 힘인지 아니면 송중기, 송혜교 두 배우의 특급미모와 연기력 때문인지는 솔직히 아직도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다 보고 나서 이런 말 하면 치사할지 모르겠지만 <태양의 후예>는 <시그널>이 주었던 드라마와 배우 모두에 대한 만족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 말은 배우들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없지만 드라마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유감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지막까지도 악착같았던 언어유희가 통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배우들 덕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PPL이 문제였다. 맥락도 다 끊고 등장하는 PPL에 기겁할 수밖에는 없었다. 마지막 회에서는 하다하다 걸그룹 PPL까지 등장했다. <태양의 후예>을 활용한 PPL은 모두 완판되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고 하는데 걸그릅 레드벨벳도 그러할지는 모를 일이다. 아니 레드벨벳이 이런 무리한 홍보가 필요할 수준인가 하는 의문이 먼저였다.

▲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또한 기발했지만 마지막 송중기, 진구의 극적인 탈출을 위해 필요했겠지만 북한 관련 에피소드는 개연성 부분에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래도 참으로 드라마틱하게 돌아와 자신들의 여자 앞에 선 유시진 대위와 서대영 상사의 모습은 아름답고 고마웠다. 특히 서대영의 유서는 손에 꼽을 만한 연애편지 목록에 담아도 좋을 정도였다.

‘내 작전은 늘 도망이었다. 잠깐 조는 꿈속에서조차 나는 너를 떠났다. 그런 못된 꿈도 현실보단 행복해 눈물이 나는 날도 있었다’

이쯤 되면 편지도 대사도 아닌 그냥 시였다. <태양의 후예>가 멋진 대사들로 오랫동안 나를 고통스러울 정도로 반하게 만들었지만, 그 모든 대사의 힘이 집약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반복된 언어유희가 때로는 눈에 거슬렸지만 이 유서로 모두 용서하기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르크의 난파선에서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참으로 마땅했다. 연애라는 것은 남들에게 별 거 아닐지라도 그들끼리는 전설인 무엇이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유시진과 강모연에게 연애의 전설은 역시나 우르크일 수밖에는 없고, 우르크 중에서도 오래 된 난파선이 있는 무인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곳에서 파란만장한 옛일을 돌아보고 스스로가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지 느끼는 것은 해피엔딩의 최선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부분도 역시나 두 배우가 그 모든 정서를 다 해결해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또한 이승준, 서정연의 마무리도 흐뭇했다. 우르크에서 유언처럼 말했던 문제의 직박구리 폴더의 정체는 역시나 오글거림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그 비릿한 감정을 뚫고 나온 것은 역시 사랑이었다. 군인과 의사의 사랑들 틈바구니에서 제대로 뜨거워지지 못했지만 10대부터 30대까지 한 여자를 지켜왔던 한 남자의 믿음직한 사랑이 거기에 있었다. 신경 써서 마무리할 유시진, 강모연 커플과 서대영, 윤명주 커플이 있었음에도 잊지 않고 이들을 챙긴 것은 참 세심한 일이었다.

그렇게 한국은 물론 주변국가들 시청자들까지 온통 설레서 죽을 지경을 만든 <태양의 후예>는 더 이상 없다. 연애 드라마로 이만큼 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송중기 신드롬을 만들어지는 와중에 역사의식이 빛난 송혜교의 드라마 밖 행보도 참 좋았다. 이 정도면 비록 최고는 아닐지라도 안팎으로 최선을 다한 해피엔딩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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