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경제 위기 속에서 수많은 직장인들이 ‘생존의 위기’를 체감하고 있는 이때, 앉은 자리에서 5억여원을 번 이들이 있다. 바로 <한국경제> 신문사와 한국지속경영평가원이라는 곳이다.
한국경제 ‘상주고 돈받기’ 무려 18건이라는 기사를 <미디어스> 독자들께서는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다. 참가비가 최고 1650만원(부가세 포함)이었던 ‘존경받는 대한민국CEO대상’에 이어 ‘언론사의 돈받고 상주기’ 관행을 취재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한국경제 알림·이벤트 사이트’(http://event.hankyung.com/)는 업계의 ‘저인망 쌍끌이 상매매’의 전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 기사가 나간 후 한국경제, 아니 한경닷컴은 난리가 났다고 한다. 홍보자료 ‘관리 소홀’로 자신들의 치부를 스스로 알려준 모양새가 됐으니 그럴 수밖에. 이들은 그후 자신들의 시상대회 홍보 자료에서 ‘홍보비’ 부분만 쏙 뺐다.
16일은 3개 대회중 하나였던 ‘2009 고객감동경영대상’의 시상식이 있는 날. 올해로 3회째인 이 상은 작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홍보비가 2500만원이다. 최종평가에 선정된 기업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2009년 1월 12일까지 입금”하라고 돼있었다.
“성공적인 고객감동 문화 정착과 고객감동 경영혁신을 통해 국가 및 기업 경쟁력 제고에 일익을 담당하고 국민 삶의 질적 향상 및 국민행복을 추구하는 데 기여한 기업을 높이 기리고자” 제정됐다는 고객감동경영대상.
삼성물산(주), SK에너지(주), SK텔레콤(주), 우리은행(주), 서울특별시, (주)서울도시가스, 웅진코웨이(주), 현대증권(주), 대구은행(주), KB카드, 이건창호시스템(주), AIG생명, 농협고양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G마켓, (주)호텔롯데,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신용보증기금, 부산도시공사, (주)한국인터넷서비스, 국토해양부, 인하대학교 안광호 교수
그런데, 어라? 국토해양부도 고객감동경영대상을 받았단다. 상패를 보니 ‘국민 삶의 질적 향상과 행복을 위해 국가의 환경과 서비스를 세계일류 수준으로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바, 이를 높이 평가한다’고 돼있다.
국토해양부 권도엽 제1차관은 수상소감에서 “주택, 도시, 기업, 도로, 철도, 수자원에 이르기까지 국민경제와 생활에 직결되는 서비스를 담당하는 우리는 지난해 수요자의 입장에서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이 노력을 평가받은 것 같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해달라는 격려로 받아들인다. 지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녹색성장이라는 확실한 미래발전전략을 추구하는 확실한 계기로 만들자”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 부처에게 ‘고객’이란 국민일 터인데, 정부는 21세기 삽질 프로젝트 시리즈인 ‘4대강 정비사업’ ‘경인운하’로 국민들이 감동받았다고 믿는 것일까.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고객감동경영‘대상’ 하위에는 최우수상, 우수상 등으로 나뉠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무려 대상만 해서 13곳이다. 삼성물산(주), SK에너지(주), SK텔레콤(주), 우리은행(주), 서울특별시는 ‘종합대상’이라고 한다. 13곳이 대상이고, 5곳이 종합대상이라…. 초등학생 답안지에 찍힌 담임선생님의 “참 잘했어요” 도장의 새로운 버전인가. 하기야, 애당초 돈 벌려고 개최한 상에서 ‘상식’을 기대하는 게 더 이상하겠다.
이날 시상식에는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렸다. 다만 언론사 기자가 아닌, 상 받은 기업·기관쪽에서 나온 직원들이다. KB카드, NBS(Nonghyup Broadcasting System) 등의 로고가 적힌 옷을 입은 직원들은 열심히 ‘사장님’을 쫓아다니며 사진 찍기 바빴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을 실천하고 경영혁신을 추구하는, 고개감동경영대상이 3번째를 맞이했다. 단순히 우수기업 표창이 아니라 기업이 나아갈 이정표를 제시하는 매우 의미있는 행사다. 국내 수많은 기업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기 바란다”고 밝혔고, 신상민 한국경제 사장은 “오늘 수상한 기업들은 그동안 지속적인 고객감동 경영을 통해 소비자의 행복을 높이고 우리나라 경제의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준 이들이다. 이런 사례를 널리 퍼지도록 해서 국민경제가 한단계 레벨업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미국 말콤볼드리지 국가품질상(MBNQA), 유럽 품질상(EEA) 등과 같이 우량경영시스템 실천과 혁신주도 경영문화 창출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마련됐다”는 제7회 신품질상 시상식도 2009년 5월 중순, 제7회 신품질 컨벤션이 개최될 때 함께 열린다. 이 상은 900만원(종합대상), 500만원(혁신대상·사회적 책임부문 대상), 300만원(글로벌 시스템 대상) 을 내야 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