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토요일 MBC <행복주식회사 만원의 행복> '서현진, 신동'편의 한 장면이다.

만원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봤다. 신권 일련번호 100번 안에 들어 화폐금융박물관에 전시 될 행운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자신이 기왕이면 가치있는 곳에 쓰이기를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영예는 <만원의 행복>에 출연하는 일이다. 봉투안에 들어가 TV에 자기 얼굴이 안 나오면 어떤가. 곧 잔돈으로 바꿔져 다른 사람 지갑으로 들어가도 괜찮다. 내가 한때 <만원의 행복>의 그 '만원'이었다는 사실은 훼손되어 다시 한국은행에 들어가는 그날까지 가슴벅차게 만들 것 같았다.

<만원의 행복>은 일주일 동안 참여한 두 명의 연예인들이 만원으로 일주일을 버틴다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나중에 돈을 더 적게 쓴 연예인에게는 효도관광상품권을 주고, 남은 돈은 '100원의 기적'에 기부한다.

그 과정에서 <만원의 행복>은 돈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줬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이 일주일 동안 정말 만원만 쓰고 살기는 사실상 힘들다. 하지만 TV를 보면서 생활속에 자신이 얼마나 많은 낭비를 하고 있는지를 따져보게 했다.

하지만 요즘 '만원'들은 내가 <만원의 행복>의 그 '만원'이 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출연 연예인들의 목적은 오직 '효도관광상품권'이고, 그들을 움직이는 힘은 승부욕일 뿐이다. 관광상품권을 준다는데 만원이 아니라 백원으로 일주일을 버티라면 못 버티겠으며, 전국민 앞에 누군가에게 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겠는가. 2005년 10월 탤런트 안재환이 개구리를 잡으러 산으로 가던 시절은 차라리 순수했다.

이제 카메라는 더 이상 만원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출연 연예인의 일상을 당당하게 감시하며, 그들을 진솔하게 포장하는데 여념이 없다. 미션을 수행시켜 다른 연예인들까지 덩달아 카메라 앞에 붙잡아 놓는다.

배고픔을 참지 못하면 먹어도 그만이다. 돈이 나가긴 하지만 애교 떨고 개인기 몇 개 보여주면 다 깎아준다. 공식적으로는 '빌붙기 1회 허용권'도 있다.

27일 방송에는 '대신맨'도 등장했다. 서현진 아나운서는 나경은 아나운서에게, 신동은 이특에게 '대신맨' 완장를 채워줬다. '대신맨'들이 대신 미션을 수행하고 있을 동안, 원래 주인공들은 먹을 거 다 먹으며 평소처럼 다녔다. 그나마 하던 일도 안하겠다는 거다.

'만원'들이 들고 일어나기 전에, 차라리 제목을 <행복주식회사 효도의 행복>으로 바꾸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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