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드라마넷 <박경림의 화려한 외출> '이민우' 편의 한 장면
26일 금요일 MBC 드라마넷 <박경림의 화려한 외출>을 보던 시청자들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분명히 처음 본 장면인데 어디서 본 듯하다. 이걸 데자뷰 현상이라고 하나? 지금 재방송을 보고 있는 걸까?

<박경림의 화려한 외출>은 게스트에 맞춰 매회 코너를 제작한다. 이날의 손님은 '이민우'였다. 그가 원한 방식은 쉽게 말해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보고싶다 친구야'였다. 바빠서 못 만나는 친구들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서 우정을 다져보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예상대로 이민우는 방송임을 알리지 않고 동료 연예인들에게 전화를 걸었고, 친구가 부탁하자 스타들은 밤늦은 시간이었지만 어김없이 달려나왔다. 코너 제목은 '좀 보자 친구야'로 바꾸었다.

그래서 나온 스타들이 김민선, 구혜선, 심은진, 길건, 강경준, 김창렬, 프라임, 김다래 등이다.

▲ KBS <해피선데이> '하이파이브'의 한 장면
왜 어디서 본 장면이라고 생각했을까? 해답은 일주일 전으로 돌아간다. 지난 21일 KBS <해피선데이> '하이파이브' 코너가 진행했던 '돌아온 보고싶다 친구야' 때문이다.

'하이파이브'의 주인은 지석진, 김민선, 박경림, 채연, 현영, 조혜련이다. 이들은 각각 친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들이 불러모은 사람이 박상원, 김창렬, 박수홍, 이정, 노홍철, 김태균, 바다, 이수영, 전혜빈, 장영란, 이민우, 크라운J, 김희철, 붐, 브라이언, 솔비 등이다.

다를 게 전혀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전화를 받고 약속 장소에 달려온 연예인들이 놀라고, 짧은 인터뷰에서 "거짓말인지 전혀 몰랐다"고 말하거나 "어쩐지 느낌이 이상했다"고 답한다. 그후 전화를 건 동료 연예인과의 일화를 이야기나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또 다른 게스트가 도착하면 인터뷰는 거기서 중지된다.

친구가 프로그램이 바뀐다고 바뀌겠는가? KBS에서 전화를 걸었던 김민선은 거꾸로 이민우의 전화를 받고 달려왔고, 김창렬은 모두와 친한지 또 전화를 받았다. 여기에 박경림까지 있으니 헷갈릴 법도 한 셈이다.

'보고 싶다 친구야'는 매우 매혹적인 포맷이다. 스타의 친한 스타가 누구인지 알려주기만 해도 황송한데, 같이 있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제작진은 섭외의 고통을 게스트에게 넘겨주면 된다. 앞으로 시청자는 뻔한 거짓말에 속아 밤 늦게 친구를 만나러 오는 연예인을 눈감아 주는 재치만 갖추면 될 듯하다.

도대체 누가 먼저 녹화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프로그램에도 유행이 있으니 유사한 형식이 나올 수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이쯤 되면 너무하다. 일주일을 사이에 두고 똑같은 연예인들이 전화놀이를 하는 걸 시청자가 보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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