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부터 올 설날까지 두 번의 파일럿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해온 <듀엣가요제>가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첫날 가장 관심을 받았던 것은 역시나 솔지와 루나였다. 솔지는 <복면가왕> 파일럿의 히로인이었고 루나는 정규편성된 후 1,2대 가왕을 차지한 바 있어, <듀엣가요제>면서 한편으로는 <복면가왕>끼리의 챔피온 결정전이라는 흥미로운 의미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솔지, 두진수 커플이 피날레를 장식하며 루나, 구현모가 앉았던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루나와 구현모 커플과의 득표수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막판 역전으로 ‘역시 솔지’, ‘솔지가 또!’라는 감탄사를 토하게 했다. 차이가 있었다면 루나는 시종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반면 솔지는 이미 한 번의 경험을 해봤던 때문인지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이었다. 결국 흥미를 끌었던 복면가왕들의 승부에서 솔지가 먼저 웃었다.

정규편성으로 이제 매주 만나게 될 <듀엣가요제> 첫 방송은 파일럿을 통해 낯익은 얼굴 솔지, 민경훈이 있었지만 대부분 새로운 얼굴들이 선보였다. 가장 먼저 무대에 선 것은 파일럿 때도 첫 무대를 책임졌던 휘인에 이어 마마무 리더인 솔라였다. 이번에도 이성이 아닌 동성 파트너를 선택한 것까지 비슷했다.

MBC <듀엣가요제>

경쟁에서 가장 먼저 무대에 서는 것은 분명 불리한 것이다. 그렇지만 솔라와 김정화 동갑내기 커플의 첫 무대는 우승을 한 것만큼이나 훌륭했고 또 강렬했다. 실제로 이들이 받은 표는 421표로 최종 우승을 차지한 솔지, 두진수 커플과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에일리의 ‘보여줄게’를 부른 이들은 기성가수와 아마추어가 아닌 마마무의 공연을 보는 것 같은 호흡과 여유 그리고 가창력까지 다 보여주었다. 마마무의 무대가 늘 그렇듯이 솔라와 김정화 커플의 무대 역시 에너지가 넘치고 흥이 가득한 즐거운 무대였다. 만약 이들이 마지막 무대에 섰다면 최종결과 역시 달라질 수 있었을지 궁금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미 호흡을 맞춰본 바 있는 솔지와 두진수의 조합은 쉽게 깰 수 없는 환상의 조가 분명했다. 솔라와 정화의 첫 무대 후 백지영과 여고생 최인희가 도전했으나 솔라 커플을 이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솔라의 1위는 오래 가지 못했다. 세 번째로 무대에 선 민경훈, 이성담 조가 부른 휘성의 ‘안되나요’에 1위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MBC <듀엣가요제>

민경훈과 이성담의 1위는 꽤 오래 갔다. 강균성과 최지예가 도전했지만 1위 탈환에 실패했고, 이어 제시와 김석구 역시도 같은 결과였다. 민경훈을 1위 자리에서 내리게 한 것은 역시나 1,2대 <복면가왕>의 타이틀을 가진 루나와 구현모였다. 흥미로운 것은 노래가 거의 끝나갈 즈음까지도 이들의 점수는 민경훈, 이성담 조와 동점을 이룬 상태에서 상당 시간 멈췄었다가 그야말로 몇 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3표를 더 얻어 역전을 이뤄낸 것이었다.

3표라는 근소한 차이의 아슬아슬한 역전을 이룬 루나와 구현모의 최종 점수는 435표. 이에 도전하는 솔지와 두진수는 지난 설 파일럿에서 477점을 얻었었다. 그 점을 감안한다면 쉬울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파일럿과 달리 정규편성된 <듀엣가요제> 평가단의 점수는 다소 엄격(?)해졌다. 전체적으로 30점 가량 하향된 결과를 보였다. 그렇다면 솔지와 두진수의 예상 혹은 기대점수는 437표 정도였다. 그리고 다비치의 '8282'를 부른 이들이 얻은 최종 점수는 439점이었고 루나, 구현모 조를 이길 수 있었다.

MBC <듀엣가요제>

<복면가왕>이 정규편성되면서 사람들이 가졌던 한 가지 궁금증이 있었다. 파일럿 때 솔지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정규편성까지 이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었다. 비록 <복면가왕>은 아니었지만 솔지는 정규편성이었어도 충분히 가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증명한 무대였다고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누가 봐도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루나와 솔지의 대결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나중에 무대에 서는 것이 극적일 것이다. 그런데 그대로 됐다. <듀엣가요제>는 1위한 팀이 다음 팀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정말 우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왠지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이럴 바에는 지난 우승팀에게는 <복면가왕>처럼 마지막에 무대에 서게 하는 규칙을 정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