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변호사 조들호>가 마침내 월화드라마의 치열한 각축전에서 처음으로 1위로 올라섰다. 이번 월화드라마는 나름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소위 히트 드라마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15%의 벽을 넘은 작품이 없지만 그렇다고 망작이라 할 수 있는 5% 이하로 떨어진 드라마도 없다. 모두가 히트의 가능성이 있고, 모두가 그럴 만한 무기들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무기는 무엇일까? 사실 이 드라마는 매우 단조로운 구성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인물은 참 특별하다. 고아로 검정고시를 통과해서 검사가 됐다가 재벌의 권위에 도전하다가 공직에서 쫓겨나 노숙자로 3년을 전전하다가 인권변호사로 변신한 조들호는 어쩌면 세상에 없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쨌든 파란만장하며 똘끼 충만한 특별한 캐릭터인 것만은 틀림없다.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좋은 변호사가 돈과 권력에 맞서 싸운다는 단조로운 구성에 엠에스지 같은 강력한 감칠맛을 더해주는 것이 바로 조들호라는 캐릭터다. 그 화려한(?) 설정 속에 정말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정의감이다. 그 정의라는 주제를 위해서 조들호는 천방지축의 분장을 입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정의라는 낡은 얼굴을 바라봐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정의란 우리가 사는 21세기에 어떤 힘을 갖는 것일까? 누군가에게는 삶의 절대가치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아무 가치도 없는 허상의 존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의가 꼭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는 분명히 알 수가 있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 속된 말로 돈 없고 빽 없는 사람에게 정의는 너무도 절실하다.

조들호가 처음 변론을 맡은 변지식(김기춘)의 경우, 돈도 없고, 빽도 없어 그냥 국선변호인을 썼다면 분명 무죄를 받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것이 현실의 판박이든, 아니면 드라마상의 완벽한 허구든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조들호가 이겼다는 것이다.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영화 <암살>과 <육룡이 나르샤> 초반, 그리고 결정적으로 드라마 <송곳>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적극적 사고를 제시했다. 다시 한 번 <송곳>의 명대사를 가져와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빼앗아도 화 내지 않고, 때려도 반격하지 않으니까. 두렵지 않으니까.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옵니다. 살아있는 인간은 빼앗으면 화를 내고, 맞으면 맞서서 싸웁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딱 이런 사람이다. 송곳 같은 인물이다. 사람을 죽이고 그 죄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약자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은 근본적으로 악하기 때문이지만, 그 전부터 그래왔다는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그런 악행에 맞서 대항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 악행이 두렵지 않은 것이다. 거꾸로 약자들이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반격하지 않는 것은 이겨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조들호가 갖는 의미가 거기에 있을 것 같다. 빼앗기면 화를 내고 맞으면 맞서 싸우기에 앞서,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승리의 쾌감, 이기는 습관은 비록 드라마를 통한 학습일지라도 매우 중요하다. 처음부터 길인 곳은 없다. 구고신이 가고, 조들호가 가고 또 누군가 자꾸 그곳으로 가다보니 길이 된 것이다. 그것은 다른 말로 희망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갖는 힘이 아닐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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