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는 예능의 오아시스라 할 수 있다. 소재가 고갈됐을 때 써먹기 딱 좋고, 제대로 터지면 이보다 재미있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어설프게 해서는 오히려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 뿐이고, 대부분의 경우가 이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어설픈 몰카보다 더 최악은 몰카조작이다. 일부러 속은 척하는 몰카는 재미는 고사하고 불쾌감만 남길 뿐이다.

대한민국 예능의 상징 <무한도전> 역시 10년의 세월 동안 숱한 몰카가 있어왔다. 그러나 매번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바로 의심 대마왕 박명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천성적(?)으로 의심이 많고 노련해서, 그를 속이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또한 의외로 눈썰미까지 예리하다. 그래도 박명수가 속는다면? 그것은 대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웨딩싱어즈 이후에 갑작스레 진행된 몰카가 바로 그랬다. 그 첫 번째 희생양은 유재석이었다. 알고 하는 평범한 시도라면 고유명수 박명수부터 했겠지만, 제작진으로서 이번 몰래 카메라의 시스템을 확인하기 위해서 먼저 순진한 양들을 상대로 실험을 먼저 해야 했을 것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퍼펙트 센스’ 특집

여의도 구 엠비씨사옥에 도착한 유재석은 다짜고짜 헬멧과 안대를 하고 두 명의 건장한 청년에게 끌려 차에 태워졌다. 그리고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비포장도로를 지났고, 차가 멈추자 익숙한 굉음이 들려왔다. 차에서 내리자 두 청년은 유재석의 머리를 숙이게 했고, 유재석의 얼굴로는 모래바람이 불어왔다. 딱, 예전에 헬기를 탔던 그 상황 그대로였다.

그렇게 유재석이 헬기에 올랐다고 착각했던 것은 익숙한 헬기소리와 강풍 그리고 차 안에서 맡았던 강력한 기름 냄새와 흔들림 등 모두가 헬기를 탔을 때와 똑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었다. 리프트까지 동원해서 이륙할 때의 느낌까지 갖췄으니 이 정도면 누구라도 속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 이번 몰카의 하이라이트는 시작되지 않았다. 그렇게 탑승자의 감각을 속인 무도 제작진은 다소 무리한 설정을 준비했다. 헬기(?)는 미사리 상공 3,500미터에 있으며 스카이다이빙을 한다고 탑승자에게 말하는 것이다. 사실 조금만 침착할 수 있었다면 여기서 몰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스카이다이빙을 하기에는 안전장비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퍼펙트 센스’ 특집

그런데 모두 속았다. 유재석을 비롯해서 줄줄이 이어지는 무도 멤버들 특히 박명수까지 완벽하게 속았다. 눈이 가려져 있는 상황에서 헬기 안이라는 확신과 함께 찾아온 갑작스러운 공포가 탑승자로 하여금 이성적인 판단을 차단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무도 멤버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속았는지는 다이빙을 한다고 했을 때 교관이라고 믿는 사람을 잡으려는 처절한 그들의 손과 발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박명수 편의 오디오가 온갖 새소리로 대체된 것 역시 그렇다. 그렇게 완벽하게 스카이다이빙 상황이라고 믿었고, 그들의 머릿속에는 까마득한, 영화에서나 봤던 그림이 그려졌을 것이다. 그리고 뛰었다고 생각하고, 차라리 기절이 속편하겠다고 생각할 때 그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 하늘을 가르고 낙하를 해야 하는데 푹신한 매트의 느낌. 본능적으로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아직은 눈 가린 스카이다이빙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해 일단 화를 내게 된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퍼펙트 센스’ 특집

그것도 잠시 안대를 벗고 자기를 속이기 위해 준비된 것들을 보면서 민망하고 창피하게 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후련함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공포는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는 다소 심오한 생각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원효대사의 해골물 교훈이 떠오를 수도 있다.

인간의 오감 중 상황을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유력한 시각이 차단된 상태에서의 심리실험에 가까운 끔찍하고 또한 유쾌한 몰카였다. 무도멤버들이 속을 때는 한없이 웃었지만 끝나고는 뭔가 생각하게 하는 또 하나의 <무한도전> 레전드편의 탄생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