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총선보도감시단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29일까지 KBS 메인뉴스 <뉴스9> 정치뉴스 리포트 383건을 분석한 결과,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야당의 내분에만 ‘패권’이란 말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과 마찬가지로 계파 갈등이 심각한 여당 내분에는 ‘패권’이란 말이 붙지 않았다.

총선보도감시단은 1일 보고서를 내어 KBS뉴스에서 나타난 ‘여당 편향적 시각’을 지적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92일 간 <뉴스9> 정치외교부 리포트 383건에 나온 모든 단어를 분석한 결과, ‘패권’이란 단어는 총 11번 언급됐다. 이 가운데 ‘패권’이 ‘친노’(16건)라는 단어와 함께 쓰인 경우는 7번이었다. 친노라는 언급 없이 ‘패권’이 쓰인 경우는 ‘더불어민주당의 패권주의’였다.

'친노'와 '패권'을 같이 사용한 3월 10일 KBS <뉴스9> 리포트

대표적인 보도가 3월 10일 방송된 <더민주, 정청래 등 5명 공천 배제…“친노 세력 여전”> 리포트(방송 화면에서는<정청래 등 5명 '탈락'… "친노 청산 부족">이라는 제목이 달렸다)다. <뉴스9>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등 현역 의원 5명이 공천에서 탈락했다고 보도하면서 “최민희 등 친노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들과 우원식, 이인영, 우상호 등 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단수공천이 확정됐다. 이 때문에 김종인 대표가 강조해온 패권주의 청산과 운동권 정당 극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선보도감시단은 “이처럼 ‘친노=운동권=패권주의’라는 등식 적용이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비판인 것처럼 꾸미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이슈&뉴스] 4·13 총선 태풍의 눈 ‘물갈이’>(2월 26일), <더민주, 이해찬 용퇴 논의…안철수 “연대 없다”>(3월 13일), <[이슈&뉴스] 역대 최악의 공천?>(3월 23일), <총선 D-30…계파 싸움에 정책·비전 실종>(3월 14일), <“패권주의로 돌아가지 않을 것”…야권연대 압박>(3월 27일), <각 당의 20대 총선 목표 의석은?>(3월 28일) 리포트에서 친노와 패권이라는 단어가 함께 쓰였다.

총선보도감시단은 “<뉴스9>가 야권의 내분을 전달할 때 ‘패권’과 함께 자주 발견되는 단어가 또 있는데 ‘운동권’이라는 단어다. 친노라는 단어가 들어간 리포트에서 17번 사용했다”고 밝혔다. <‘친노좌장’ 이해찬 등 현역 3명 공천 탈락>(3월 14일), <[앵커&리포트] 더민주 ‘운동권 대거 축소’…金·주류진영 ‘정면 충돌’>(3월 21일), <더민주 초유의 공천 파동…이유는?>(3월 22일) 등의 리포트를 예로 들 수 있다.

'친노'와 '운동권'을 같이 쓴 3월 21일 KBS <뉴스9> 리포트

총선보도감시단은 “운동권이라는 말은 이른바 과거 군사독재 시절 학생운동 혹은 반독재 운동 전력이 있는 인사들을 부정적으로 표현할 때 자주 쓰는 단어”라며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놓고 ‘운동권 정당’이라고 지칭하며 공격하고 있음을 볼 때 KBS 정치부 뉴스가 야당을 묘사하는 방식이 여당의 시각과 선거 전략에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친박 혹은 진박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리포트 39건 중 ‘패권’이라는 단어가 함께 쓰인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대신 계파, 갈등 등 보다 가치중립적인 단어가 많이 사용됐다. ‘친노’라는 단어가 쓰인 리포트에서도 ‘계파’, ‘갈등’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쓰이긴 했으나 ‘패권’이라는 단어가 7번 등장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뉴스9>는 지난달 14일 <3선 서상기·주호영 등 대구 4명 공천 배제> 리포트에 “새누리당이 친박계 중진인 서상기 의원을 비롯해 대구지역 현역의원 네 명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진박 논란의 중심지인 대구에서 서상기, 주호영, 권은희, 홍지만 등 의원 4명을 공천 배제했다”는 앵커 멘트와 기자 멘트, “상당한 정도의 갈등이나 충돌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발언을 담아 공천 현황을 가치중립적 단어를 주로 써서 전달했다. 총선보도감시단은 “앵커 멘트로 ‘친박’ 중진 서상기 의원 탈락을 강조하면서 함께 공천 탈락한 주호영, 권은희, 홍지만 의원 등 3명의 비박계 의원에 대해서는 ‘비박’이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마치 이날 4명의 현역 의원 공천 배제가 전체적으로 친박계의 공천 탈락인 것처럼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총선보도감시단은 “KBS 정치부 9시 뉴스는 야당(주로 더불어민주당)의 내분은 ‘친노’, ‘운동권’의 ‘패권(주의)’이 문제라는 인식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있는 반면, 여당(새누리당)의 내분은 당 대표가 ‘옥새’를 갖고 저항할 정도로 친박계의 공천 전횡이 문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친박’은 ‘패권’이 아닌 ‘반발’, ‘신경전’과 같이 가벼운 갈등 상황으로 묘사됐음이 데이터 분석 결과 드러났다”면서 “왜 야당의 친노는 패권이고 여당의 친박(진박)은 패권이 아닌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보도 책임자들은) 성실하게 답변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자료=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총선보도감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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